옛말에 ‘호사다마’란 말이 있듯이 내 인생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인 미대륙 횡단의 꿈을 이루기로 계획된 날이 얼마 남지 않은 8월 6일, 신문을 보다가 깜짝 놀랄 만한 기사를 발견하였다. 트럼프의 행정 명령에 의해 2010년 이후, 북한을 방문한 적 있는 사람은 미국 비자를 받아야만 미국 입국이 허용된다는 것이다.
나는 지난해에도 미국에 갈 때, 미국 국토방위청이 허가한 전자여행 허가제(ESTA)로 갔기 때문에 지난해 받은 ESTA로 갈 수 있어서 미국 비자는 생각도 안 하고 있었기에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아는 여행사에 전화를 해보았지만 그네들 역시 미국 정부의 갑작스러운 조치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비자를 받고 가는 게 안전할 것 같다는 조언을 했다. 며느리도 걱정이 되어 미국 정부의 홈페이지 들어가 문의를 해보아도 비자를 받고 와야된다는 대답을 받아, 나는 급히 아는 여행사를 통해 비자 대행을 해주는 곳을 수소문하고 연결을 받아서 맡겼다. 그래도 그 덕분에 인터뷰 날짜가 8월 26일 아침 8시 30분으로 급히 결정되어 일단 안도의 숨을 쉬게 되었다.
출국하기로 결정된 9월 3일까지는 약 1주일의 시간이 있으므로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한숨 돌리고 있는데 이번에는 또 연로하신 장모님이 갑자기 아침에 각혈을 하시고는 한림대병원에 입원하셨다. 연세가 한국 나이로 93세나 되시는지라 정말 앞이 캄캄하였다. 1년 동안 준비해왔던 미국대륙 횡단 여행의 꿈은 여기서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입원하신 장모님의 병세는 점점 회복이 어려운 말기 증상으로 변화하여 거의 절망적인 단계에서 비자 인터뷰는 무사히 넘어갔고, 예상외로 그다음 날 바로 집으로 배달되어 비자 건은 해결이 되었다.
비자 건이 해결되고 이틀 후, 장모님은 입원하신 지 만 2주일 만에 큰 고통 없이 하늘나라로 소천하셔서 마지막 자식 된 도리는 하도록 크게 은혜를 주셨다. 만약 내가 여행 중 돌아가셨다면 갑자기 귀국할 수도 없고 우리 부부는 평생 한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평소에도 귀여워해 주신 둘째 사위와 딸 체면은 세워 주시려고 급히 눈을 감으신 것이 아닌지 송구한 마음 금할 길 없다.
우여곡절 끝에 버킷리스트였던 미국대륙횡단 길에 올랐다. 2019년 9월 3일. 거의 일 년 전, 마일리지로 끊어 놓은 아시아나 비행 편으로 시카고를 경유하여 워싱턴 덜레스공항에 도착한 시간이 현지시각 9월 4일 새벽 0시 24분이었다. 미리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한 친구 K와 워싱턴의 친구 L이 마중 나와 반갑게 해후하게 되었다. 사실 이 어려운 여행은 대학 학창시절부터 누구보다 친하게 지내왔던 이 친구들이 아니었으면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수구 (사)건강사회운동본부 이사장
·前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
·前 서울시치과의사회 회장
이수구 이사장 美대륙횡단기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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