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치과신문 논단] 공짜 점심은 없다

URL복사

정민호 논설위원

아마도 한 번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There i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미국의 서부개척시대에 어느 술집에서 술을 어느 이상 마시면 점심식사를 공짜로 제공했다고 한다. 언뜻 들으면 점심이 공짜라니 이렇게 좋은 조건이 어디 있나 싶지만, 잘 따져보면 점심값이 술의 가격에 반영돼 있어서 공짜 점심을 먹을 수 있을 만큼 술을 마시면 상당한 술값을 지불해야 했던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무엇을 얻고자 할 때는 그만한 대가가 반드시 따르기 마련이라는 사실은 경제의 기본 원리라 할 수 있다.


아주 싼 진료비를 내세워 열심히 광고하는 병원들이 많다. 이렇게 싸게 진료비를 받아서 어떻게 병원을 운영할 수 있지 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인데,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경제학적 원칙을 고려해보면 이렇게 싼 진료비가 가능한 것은 두 가지 경우 중 하나다. 싸게 받는 대신 불필요한 진료를 많이 해서(과잉진료) 이윤을 남기거나, 진료비 선납을 모아서 먹튀를 하거나. 후원을 받아 운영하는 자선사업이 아닌 이상, 이들 의료기관도 운영비가 필요하고 급여도 줘야 하며, 돈을 벌려고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싼 게 아니고 아예 공짜로 치료해준다는 소위 ‘무상의료’나 소외계층을 위한 ‘공공병원’에 대해 들어보았을 것이다. 환자들 입장에서 너무 좋아 보이는 단어들이다. 하지만 적절한 수준의 진료가 공급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비용이 든다. 환자가 비용을 지불하지 않더라도 ‘무상’의료란 존재할 수 없는 단어다. 좀 더 의미를 명확히 표현하는 용어는 아마도 ‘세금의료’일 것이다. 공공병원은 어떨까? 환자 수요가 충분히 많지 않은 곳에도 신경외과, 산부인과같은 적자가 날 것이 뻔한 과목의 전문의들을 배치하고 소외계층이나 오지에 필요한 진료를 공급할 수 있도록 공공병원을 짓는 취지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고려해야 할 것은, 이런 병원을 만드는 데도 돈이 들고, 유지하기 위해 상당한 비용이 계속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의 의료보험수가와 공공병원의 진료환경을 고려할 때 진료만으로는 적자가 날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우리는 무엇이든 구매할 때 지불해야 하는 비용과 얻게 되는 유익을 비교해본다. 옷을 살 때도, 케이크를 살 때도 지불해야 할 비용 대비 유익이 큰지 생각해보고 구매를 결정한다. 하지만 참 이상하게도 내 주머니에서 바로 돈이 나가지 않는 일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비용 대비 효과를 별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정치인들이 무상의료니 공공병원, 혹은 탄소중립을 외칠 때, 이것이 비용이 얼마나 들 것이고 당신이 얼마나 돈을 더 내야 한다는 점을 전혀 설명하지 않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그들의 사탕발림을 들으면서 ‘그러니까 우리보고 돈을 더 내라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은 다소 충격적이다.


‘나는 안 내고 다른 사람들만 더 내도록 하면 되겠다’고 생각하는 국민들도 있는 듯하다. 국민연금이 2043년부터 적자가 되고 2056년이 되면 고갈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국민연금 출범 당시 반대의견을 설득하고자, 내는 것보다 더 받는 구조를 만들었다. 그런데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연금이 빠르게 줄어드는 상황이 됐다. 결국 우리세대의 연금을 우리 자녀들에게 짐으로 지우는 상황인데 계속 방치하고 있다. 부담을 남에게 전가하려는 행태는 합리적인 것일까?


그럴 듯한 비전을 말하며 필요한 돈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 자가 있다면 이 말을 기억해 달라. ‘공짜 치즈는 쥐덫 위에만 있다(러시아 속담).’

 

*논단은 논설위원의 개인적인 견해로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편집국>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맞는 말이라도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다
살다보면 맞는 말인데 옳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것들이 있다. ‘맞다·틀리다’는 참과 거짓을 나누는 명제로 객관적인 관점이고, ‘옳다·그르다’는 주관적 관점이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는 맞는 것이지만 주관적으로는 옳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 것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인식은 선거에서 보였듯이 개인에 따라 차이가 크다. 반대로 옳다고 하는 말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시어머니 잔소리나 혹은 직장 상사나 선생님, 선배 혹은 부모가 될 수도 있다. 얼마 전 전공의대표가 대학 수련 병원 시스템을 이야기하면서 “의대 교수는 착취사슬 관리자, 병원은 문제 당사자”라고 표현하였다.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대학병원 현 상태를 명쾌하게 한마디로 정의한 깔끔한 표현이었다. 다만 모두가 알고 있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던 사실로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표현을 보면서 뭔가 마음이 불편함을 느꼈다. 수련의가 지도교수들을 착취의 관리자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서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도제식 교육이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직업 중 하나가 의료계인데 이런 도제식 교육적 개념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술자는 교과서에

재테크

더보기

미국증시 조정과 연준의 첫 번째 금리인하

조정받기 시작한 미국증시 3월말에 고점을 만든 미국증시는 4월 1일부터 3주 연속 하락했다. 지난주에는 50일 이평선을 하회하며 하루도 반등 못하고 매일 하락해서 미국주식 투자자들의 근심이 높아졌다. 다행히 이번 주는 20주 이평선 부근에서 반등에 성공해 한숨을 돌리는 모습이다. 지난 3월 14일에 기고한 칼럼에서 첫 번째 금리인하 시점이 6월이라 가정했을 때 4월 전후 주식시장 조정 가능성에 대해 미리 다뤄봤다. 기준금리 사이클 상으로 첫 번째 금리인하 전후에 미국 주식시장의 조정 및 횡보구간이 나오게 되는데, 마침 3월 FOMC를 앞두고 그동안 강세장을 이끌어왔던 AI 대표 주식 엔비디아가 주당 $1,000을 앞둔 상황에서 큰 변동성을 보였다. 당시 S&P500 공포탐욕 지수도 극도의 탐욕에서 벗어나서 추세를 벗어나 점차적으로 하락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장의 단기 고점 가능성에 대해서 2주 전에 유튜브 영상을 통해 추가로 분석한 적이 있다. 필자는 대중의 심리 지표를 활용해 시장의 변곡점의 경로를 예상하는데, 공포탐욕 지수의 추세와 put-call 옵션 비율, 기관투자자들의 매수-매도, 거래량, 차트 분석 등 다양한 변수를 종합해 금리 사이클과 비교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