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 (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특별기고] 진주의료원 사태, 공공 치과의료는 작동되는가?

URL복사

박용호 원장(박용호 치과)

85세, 박선녀 할머니. 필자와 종씨(宗氏)인데다 성함이 선녀라 잊히지 않는다. 그러나 처음 진료실에서 대한 순간은 선녀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헝클어진 백발과 거친 피부, 남루한 옷차림과 지금은 잘 쓰지도 않는 흰 붕대를 감은 목발에 의지한 상태였다. 입안을 보는 순간 막막했다. 17개의 총알 같은 잔존치근이 일제치하, 6·25 피란생활, 자식 양육, 보릿고개를 버텨낸 인생의 치열한 흔적처럼 박혀있었다. 무전유골(無錢有骨)의 강팍한 치조골은 마지막 정신적 보루인 듯 했다. 할머니는 다른 치과에서는 안 빼준다며 머리가 아프니 다 빼달라고 했다. 파노라마 상 염증의 뚜렷한 인과관계도 보이지 않아 그냥 놔두시라는 말이 맴돌았지만, 평생 틀니도 못하고 사는 한이 맺힌 듯 보여 발치를 결심했다.

 

오비이락(烏飛梨落)으로 돌아가시는 게 염려됐지만, 경험상 이런 분의 생명력은 오히려 질기기 마련이다. 쉬엄쉬엄 오며 가며 두어 달, 치아 전체를 발거하니 머리가 좀 맑아졌단다. 어느 날인가는 비바람이 몰아쳐 택시를 타고 귀가하시라고 2만원을 드렸더니 극구 사양했다. 발치가 끝나갈 무렵. 틀니도 보험이 되고, 손주하고만 사신다기에 무상적용 여부를 보건소에 문의해보라고 했더니 “젊은 것들이 일은 안 하고 나라에 공짜만 바란다”고 오히려 역정을 냈다. 정부 보조금으로 생활하는 할머니는 밥벌이도 못하고 용돈 타낼 궁리만 한다는 손주에 대한 전이감정인 듯 했지만 대화 중 할머니의 사리 밝음과 기력에 내심 놀랐다. 진료를 하다 보면 ‘공공 치과의료’로 해결해줘야 할 느낌이 드는 환자가 일 년에 2~3명은 꼭 있다. 큰맘 먹고 무상으로 해주고 싶지만, 일터에서는 그마저 쉽지 않다.

 

두 번째 촛불 집회로 번질 것만 같던 진주의료원 사태 이야기는 쑥 들어갔다.

 

국민 대다수가 먹는 소고기와 달리 공공의료원은 사회 계층의 일부만 이용하고 ‘나는 사립병원만 이용하면 된다’는 이기심 때문이었을까? 내 가족이 죽어나갔다는 절박감이 없어서였을까? 주지하다시피 공공 치과의료는 무척 열악하다. ‘치과신문’ 보도에 따르면 진주의료원 치과의 경우 2년 전부터 장애인 치과시설을 갖췄지만, 진료 인력은 공중보건의 한 명과 스탭이 전부라고 한다. 일개 도에 최소한 하나씩은 공공 치과병원이 있어야 할 터인데 의료원의 일개 과로 있으니 실적은 불문가지일 것이다. 그나마 치과계는 이수구 서울지부장 시절에 서울시장애인치과병원을 건립해 명분은 살렸다. 현재 공공 치과의료의 업무는 열린치과봉사회, 스마일재단과 같은 자발적인 봉사단체와 보건소에서 의뢰된 개인 치과의원 등이 떠맡고 있어 사실상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민간부문에서 도맡은 상태다.

 

공공 치과의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은 일간지 기사에서도 단적으로 나타난다. 진주의료원 폐업을 반대하는 6개 의약직능단체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는 기사가 나왔지만, 조선일보와 경향신문은 치협을 빠뜨렸다. 일일이 열거하기에는 지면이 부족하거나 글자 수가 너무 많아 그랬겠지만 우선순위에서 제외하는 기자의 무의식은 국민과 정치권의 시각을 대변한다.

 

물론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치과의사 수, 점차 확대되는 보험 적용, 환자도 없는 개원 현실에서 한가하게 공공 치과의료 타령이냐며 폄하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것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장치다. 환자와 의료원 노조의 도덕적 해이와 경영적자는 당연히 예측가능한 일이지만 치과의사가 원장으로 재직하며 흑자를 낸 김천의료원을 살펴보면 리더십이 문제이지 경영이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다. 75세 이상 노인계층은 틀니보험 50% 적용도 부담이 되므로 연령상한도 낮춰야 한다. 부작용이 많은 보건소 무료틀니 예산으로 부담률을 인하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다. 이미 실패한 영국과 일본의 틀니제도에서 배워야 하는데, 치과의사 본인 이외에는 왜 무상이 좋지 않은지를 납득시키기가 어려우니 답답할 따름이다.

 

그때 대기실에서 계단 조심해서 잘 내려가시라고 떠나보낸 할머니가 아직 어릿하다. 틀니는 하셨는지 개원일 기념으로 도움을 드릴까 해서 찾아본 진료기록부에는 전화번호도, 그 흔한 휴대폰 번호도 적혀있지 않았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재테크

더보기

원달러 환율과 인플레이션

연고점을 경신하는 달러원 환율 원달러 환율(달러원 환율 같은 뜻이다)이 연고점을 연이어 경신하고 있다. 4월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53.2원이었는데, 글을 쓰고 있는 4월 9일은 장중 1,355원까지 올랐다. 원달러 환율 상승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천정이 뚫려있는 모양새다. 외환 당국이 방어를 하던 환율 박스권도 돌파된 상황이다. 환율이나 금리 같은 경제지표의 최신 가격을 단순히 지식으로 알고 있는 것과 환율 상승이나 금리 인하의 이유를 올바르게 해석하는 것과는 천지차이다. 그리고 올바른 해석을 바탕으로 실제 투자에 적용해 수익을 내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매크로 변화의 표면적인 이유를 겉핥기 하거나 뉴스에서 제공되는 뒷북 설명을 뒤따라가기도 바쁜 것이 현실이다. 필자는 2023년 초부터 일관되게 원달러 환율 강세를 대비한 달러화 자산의 중요성에 대해 본 칼럼과 유튜브를 통해 강조해왔다. 그리고 실제로 투자에 적용해 작년 초 미국주식, 미국채, 금, 비트코인 등 원화 약세를 헤징할 수 있는 달러화 표기 자산들을 전체 총자산의 80%까지 늘려 편입했으며, 원달러 환율 상승의 리스크 헤지는 물론 추가적인 수익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