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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즈 칼럼 2] 당신의 회의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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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이야기

송강(松江) 송형석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SNUMBA)에서 수학하고, 삼일회계법인을 거쳐 의료기관전문회계법인인 송강회계법인을 설립했다. 현재는 (주)와이즈케어(www.wisecare.co.kr)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병원컨설팅과 의료비분납시스템인 와이즈플랜(www.wiseplan.co.kr)을 보급하는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hssong@wisecare.co.kr).


다양한 회의를 통해 구성원 간의 이해를 돕고 필요자원을 분배하고, 비전을 공유하며, 제기된 많은 이슈가 해결되기도 하고, 가끔은 심화되기도 한다. 하지만 온라인 취업사이트 사람인과 헤드헌팅 회사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4%가 회의문화에 불만이 있다고 한다(진행 및 구성의 비효율 39%, 결론 없는 회의 26%, 잦은 회의 19%, 장시간 회의 11%) 실제로 경영학의 대가인 피터 드러커(Peter Ferdinand Drucker)는 “회의 목적을 명확히 해 회의가 쓸모없는 시간 낭비가 되지 말아야 한다”며 “경영자의 주요 덕목이 회의를 생산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제언하고 있다.

 

경청하라 : 회의는 강의가 아니다. 물론 CEO의 경영 철학 전파를 위한 회의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회의는 이슈 파악, 대안 제시, 의사 결정, 결정에 따른 진행사항 정리 등을 위해서 해야 한다. 따라서 CEO는 회의에서 ‘말하기’보다 ‘듣기’에 매진해야 한다.

 

CEO가 권위를 앞세워 본인 의견만을 주장하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들은 나설 수 없게 된다. 리더가 회의에서 말을 많이 하고 들으려 하지 않으면 리더 외에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 ‘침묵하는 회의’가 될 가능성이 높다. CEO가 때로는, 아니 자주 입을 닫아야 한다. 제너럴모터스(GM) 수장이었던 앨프레드 슬론(Alfred Sloan)은 무려 34년 동안 회사를 이끌면서 일주일에 회의가 있는 날이 6일이나 됐다.

 

하지만 그는 회의에서 안건의 소개자였을 뿐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고 한다. 간혹 질문했지만 회의에 어떠한 간섭도 하지 않았다. 슬론은 자신이 토론 과정에 개입하면 참석자들이 말을 잘 하지 않기 때문에 참석자들의 의견을 더 많이 듣기 위하여 자신이 입을 다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열린 자세’를 바탕으로 그는 GM이 포드를 제치고 세계 최고의 자동차 업체로 자리를 잡게 했다.

 

자기 말을 하게 하라 : 리더나 CEO 앞에서 보고할 경우 차상위 직급자가 대신 보고하는 경우가 많다. 격식을 차리는 문화에서 더욱 빈번히 발생하는 경우이긴 하지만, 이러한 “카더라” 식의 보고는 올바른 상황인식과 의사결정을 도출할 수 없다. 홈디포의 전 CEO 밥 나델리는 보고자들이 매년 수십 개의 매장을 직접 방문해 고객의 요구와 불만 사항을 듣게 했다.

 

매장과 주차장에서 고객들의 의견을 직접 청취해야 문제가 무엇인지 몸소 파악할 수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자신 있게 토론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이었던 잭 웰치는 사업부를 맡은 14명의 부장과 직접 만나 전략을 수립하는 방식을 취했다. 사업부장들에게 얇은 ‘플레이북(Playbook)’을 나눠줬다. 여기에 각 사업부가 직면하고 있는 주요 전략 이슈를 요약하고, 대응 방안을 간략히 적어와 토론했다.

 

각자는 사업 현황에 대한 다섯 가지 질문을 1쪽 분량으로 정리했다. 첫째, 현재 시장 환경은 어떠한가? 둘째,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으로 예상하는가? 셋째, 경쟁사는 지난 3년간 어떻게 대응했는가? 넷째, 앞으로 3년간 경쟁사가 어떻게 대응할 것으로 예상하는가? 다섯째, 당신은 이런 시장 변화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응할 것인가? 에 대해 각자 적어온 것을 가지고 직접 대화하고 토론하면서 사업 현황을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전략 회의를 진행했다. 잭 웰치는 이렇게 수많은 분석만 담겨있는 쓸모없는 보고서 작성은 피하고, 토론을 통해 신속히 대안을 마련하고 실행하는 효과를 거뒀다.

진실을 말하게 하라 : 열린 대화 풍토도 CEO가 관심을 두어야 할 포인트 중 하나다. 구성원들이 자기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소신이 있게 말하며 논쟁할 수 있는 개방적 커뮤니케이션 분위기를 조성해야 창의적이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싹 틀 수 있기 때문이다.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진실은 논쟁을 통해 나온다”며 격의 없는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자유로운 토론은 CEO가 그저 “활발하게 토론하자!” 라고 말하는 것으로 이루지는 것이 아니다. 필요하다면 CEO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토론을 이끌어내야 한다. 앤디 그로브 인텔 전 회장은 진실이 들리는 대화 풍토 조성을 위해 ‘건설적인 반박(constructive confrontation)’이라는 토론 방식을 도입했다. 구성원들이 상대방의 의견을 의도적으로 반박하거나, 심지어 상사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목적이나 효과 등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따질 수 있는 토론 방식이다.

 

여기에서는 말수가 적거나 점잖게 말하기보다 말이 많고 전투적인 스타일로 토론하는 사람이 유능한 사람으로 인정받았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토론에 참여하는 그로브의 자세였다. 그는 토론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자신의 주관적 판단이 담긴 말은 하지 않았다. 자신이 말하면 구성원들이 고객 가치를 생각하기보다 자신에게 잘 보이기 위한 말을 하는 것에 초점을 둘 수 있기 때문이었다.

 

보고서는 최소화하라 : 발표자는 앞에서 빔프로젝터를 켜고 슬라이드 내용을 읽고 리더는 회의실 중앙에서 팔짱을 끼고 듣는 경우가 많다. “자, 준비해온 것을 읽어봐라. 한번 들어보자”는 식이다. 이런 회의에서는 CEO와 발표자 간에 활발한 의견 교환과 격의 없는 토론이 이뤄지기 힘들다. P&G의 앨런 래플리가 CEO로 처음 부임했을 당시 전략회의는 ‘극장(theater)’과 같았다고 한다.

 

사업부장들은 자기 순서가 되면 단상으로 나가 이미 CEO와 참석자들에게 나눠준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넘기면서 앵무새처럼 읽기만 했다. 또 모든 사업부장은 “슬라이드를 자세히 보시면 왜 우리 사업부의 성과가 좋지 않았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와 같은 변명을 일삼았다고 한다.

 

래플리는 이런 비효율적인 회의 방식을 개혁하기로 했다. 첫째, 각 사업부장이 발표할 자료는 보고 전에 자신에게 제출하도록 하고, 궁금한 사항이나 잘못된 점은 직접 적어서 피드백했다. 둘째, 실제 회의에서는 3쪽짜리 보고서로만 발표하게 했다. 래플리는 1쪽까지 보고서를 줄일 수 있다면서 두꺼운 보고서보다 생각이 담긴 간결한 보고서를 요구했다. 셋째, 전략 안건에 대해 사업부장들이 단순한 의견 교환이 아니라 ‘어느 사업과 시장에서 경쟁할 것인가?’, ‘어떻게 경쟁에서 이길 것인가?’라는 간단하지만 중요한 두 가지 이슈에 대해 상호 토론과 논쟁을 하도록 유도했다.

 

말단 직원과도 친해져라 : 리더는 말단 구성원들과도 직접 의견을 교환해 조직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리더의 의사소통은 주제에 대한 관심을 회사에 확산시키고, 회사에 대한 구성원들의 열정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잭 웰치 전 GE 회장은 1980년대 당시 GE라는 거대 기업이 안고 있던 관료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다양한 부서의 구성원과 경영진이 직접 만나 회사 경영 이슈를 토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워크아웃(workout)’을 추진했다.

 

리더의 말과 행동은 구성원들이 회사의 경영 방침을 마음으로 이해하고, 더 나은 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긍정적인 마인드와 행동을 하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CEO가 보여 주는 회의 석상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은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열쇠라고 할 수 있다. 앞에서도 지적했지만, CEO가 성공적인 회의 커뮤니케이션을 이끄는 첫 단추는 무엇보다 일방적으로 지시하기보다 아랫사람의 말을 귀담아듣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미국 에너지 회사 코노코 CEO 아치 던햄은 “직원 이야기를 잘 듣는 경청자가 되지 않는다면 CEO 생활을 오래 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직원들이 CEO 및 회사에 대한 질문을 이메일로 하면, 직접 펜으로 답장을 썼다.

 

당신은 오늘부터 어떤 스타일로 회의를 주재할 것인가. 말하기보다는 들어주고,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소신 있게 자신의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상호토론과 논쟁이 있는 회의를 통해 비전을 공유하고, 자신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회의는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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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맞는 말인데 옳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것들이 있다. ‘맞다·틀리다’는 참과 거짓을 나누는 명제로 객관적인 관점이고, ‘옳다·그르다’는 주관적 관점이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는 맞는 것이지만 주관적으로는 옳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 것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인식은 선거에서 보였듯이 개인에 따라 차이가 크다. 반대로 옳다고 하는 말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시어머니 잔소리나 혹은 직장 상사나 선생님, 선배 혹은 부모가 될 수도 있다. 얼마 전 전공의대표가 대학 수련 병원 시스템을 이야기하면서 “의대 교수는 착취사슬 관리자, 병원은 문제 당사자”라고 표현하였다.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대학병원 현 상태를 명쾌하게 한마디로 정의한 깔끔한 표현이었다. 다만 모두가 알고 있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던 사실로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표현을 보면서 뭔가 마음이 불편함을 느꼈다. 수련의가 지도교수들을 착취의 관리자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서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도제식 교육이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직업 중 하나가 의료계인데 이런 도제식 교육적 개념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술자는 교과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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