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1876년 고종이 일본과 강화도조약을 맺기 직전이다. 위정척사론자, 최익현은 도끼를 들고 대궐문 앞에 엎드려 왜양일체론에 입각해 일본은 서양오랑캐와 다름없는 나라로 규정하고 “일본과 조약을 맺으면 조선을 멸망케 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맹렬히 반대했다. 도끼로 자신을 처단하든지 조약을 포기할 것인지 사생결단하는 우국충정이었다. 그는 구속되어 흑산도로 유배당했다. 그 뒤 풀려났으나 을사조약 후 의병운동을 일으키다 체포되어 대마도로 유배됐으며 그곳에서 단식투쟁 끝에 순절했다. 선생은 국민의 시대정신 각성에 충실한 선각자였다. 석고대죄 상소가 지당했고 역사에 남았다. 이 사건이 의사국시 재시험 가부론과 연상되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석고대죄의 절절함은 모든 한국인의 DNA에 각인돼 있다. 그렇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고위관료나 왕족들 정도나 할 수 있었다. 그 당시는 성리학 지배사회였고 절체절명의 위기상태에서 국가를 구한다는 확실한 명분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민주자유사회고 소통사회이며 집회·결사의 자유가 보장돼 있다. 지난번 의협 휴진대란 와중에 의대 4년생들이 국시를 거부했다. 의협은 재시험을 요구하지만 보건복지부는 국민적 합의
지난 1997년 8월, 스웨덴의 서쪽관문 인구 45 만의 작은 지방도시 예테보리를 갔었다. 임플란트를 처음 만든 닥터 브레네막을 만나기 위해서. 메카에서 마호메트를 만난 기분이 이런 걸까. 그를 만나고, 그의 이름을 붙인 연구소를 방문해 ‘임플란트’가 어떻게 탄생됐고 만들어지는지를 보았다. 지난해 국내 의료기기 생산실적 7조2,794억원 중 치과용 임플란트가 1조3,621억원으로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스웨덴의 작은 지방도시에서 시작한 하나의 발명품이 전 세계 인류의 삶을 이토록 바꿔놓을지 누가 상상했을까? 대한치과의사협회 이상훈 회장이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법안 국회 통과를 위해 애쓰는 모습이 인상 깊다. 특히 필자는 3번에 걸친 집행부 산하 미래비전기획위원회 위원과 위원장을 하면서 이상훈 회장의 열의가 남다르다고 느끼고 있다. 필자가 처음 연구원 설립을 위해 국회의원을 만나 연구원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할 때 심지어 천년은 걸리겠다는 비아냥거림 조차 받았었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서로 법안 발의를 해주려고 한다. 이 모든 것은 그간 전임 협회장 이하 임원들이 확고한 신념을 갖고 한 걸음씩 나
지난 2018년 9월부터 치의신보 시론에 ‘독서와 경영’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동안 독서를 하며 치과경영 및 삶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15권의 책을 선정했다. 나를 알고, 너를 알고, 그리고 자신에 맞는 경영 테크닉을 활용해 원하는 목표를 이루는 것이 경영이라고 생각한다. 그 첫 번째 책으로 ‘보물지도’를 선택했다. 그리고 2020년 7월 ‘어떤 사람이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가?’를 10번째로 소개한 후 치의신보 시론 집필진에서 교체됐다. 아직 5권의 책을 소개하지 못했다. 그동안 독서를 하며 접했던 책들 중에 5권을 추가해 경영에 필요한 20권의 책을 선정했다. 2020년 6월 치과신문 논설위원으로 위촉돼 미처 소개하지 못한 책들을 치과신문에 소개하게 돼 다행이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The Goal’(엘리 골드렛, 제프 콕스 지음/출판사 동양북스)이다. 저자 엘리 골드렛은 <포춘>으로부터 ‘비즈니스 업계의 대가’, <비즈니스 위크>로부터 ‘천재’라는 칭호를 받았다. 그는 이스라엘의 물리학자에서 전 세계 주요 기업 및 정부 기관의 컨설턴트 겸 고문으로 변신한 역사상 유례가 드문 사상가이자 교육자, 철학자, 과학자, 작가
예전에는 돌잔치에 초대받으면 으레 종로 귀금속 거리에 가서 돌반지를 샀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돌반지 대신 현금을 준비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늘어난 것 같다. 이유는 단 하나다. 금값이 너무 올라서다. 한 돈에 10여만원 했던 가격이 요즘은 20~30만원을 훌쩍 넘기니 돌반지를 사기가 부담스러워졌다. 그러고보니 치과의사만큼 일상생활에서 금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직업이 흔치 않은데 금에 대해 너무 무지한 스스로를 반성하며 왜 사람들은 금에 열광하고, 금의 가치와 본질은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화폐로서 가치는 어떻게 되는지, 작년부터 공부한 금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돈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는 보통 돈이라 하면 지폐 혹은 동전만을 상상하지만, 그것은 그저 수많은 돈의 일부일 뿐이다. 그럼 진정한 돈은 기축통화인 달러일까? 아니면 유로일까? 그것도 아니면 엔화일까? 1971년 8월 닉슨 대통령이 금태환제를 철폐한 이후 달러는 금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나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 양적완화 정책을 펼칠수록 달러의 가치는 점점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오늘날 국제통화시스템에는 기준을 잡아줄 진정한
지난달 29일 대한여자치과의사회(이하 대여치)에서 예비 회원들을 위한 멘토&멘티 만남의 행사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후배들이 궁금해하는 몇 가지 질문을 사회자가 받아 멘토들에게 질문하고 답하는 코너가 관심이 높았다. 특히 육아와 일의 양립에 관한 질문에서는 저마다 할 얘기가 많은 것 같다. 막상 출산을 하고 육아의 길에 들어서면 초보 엄마의 일상은 눈물 범벅에 갈팡질팡의 연속이다. 새내기 개원 의사라면 병원일과 육아, 가사노동에 번아웃이 될 정도다. 공부에 치이고 늘 잠이 부족했던 본과나 수련의 시절이 행복했다는 넋두리를 한다. 일과 육아를 어떻게 균형 있게 해야 하냐는 아우성에 선배들은 각자의 경험에 따라, 아이의 성장기에 따라 처방을 내려준다. 그러나 선배의 충고는 개인차가 있고, 처한 환경이 서로 달라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 주변에 육아를 보조할 막강한 서포터가 있다면 불행 중 다행이다. 대신 할머니, 이모, 보육도우미, 어린이집 등에 아이를 맡기고, 그들이 서운하지 않게 세심히 관리하는 부담과 마음 졸임은 감내해야 한다. 출근해서는 진료, 공부, 직원 관리 등 다재다능한 의사로 변신해야 한다. 의사로서 혹시 동료에 뒤처질까 틈틈이 공부하고, 동
그 분위기가 독특하여 필자가 심히 좋아하는 미국 PGA선수가 하나 있는데, 그는 2015년 4월, 미국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마스터스 우승자였던 당시 22세의 청년, 조던 스피스다. 그를 눈여겨보기 시작한 것은 2014년 같은 대회에서 공동 2위를 할 때부터였다. 그의 눈빛과 표정, 몸가짐에서 다른 스타급 선수들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분위기가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많은 경우 종종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은 플레이 결과나 갤러리들의 불편한 움직임에 거칠게 반응하고, 함께 페어플레이를 해야 할 동반선수들의 페이스와 심기는 아랑곳 않는 언행을 일삼는 일부 선수들과 많이 대조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늘 조용하고 겸손한 눈빛으로 조심스레 티박스에 올라 그 어떤 훌륭한 샷을 날리고도 우쭐해 하는 법이 없고 갤러리와 동반선수들에게 ‘골프는 이런 분위기로 쳐야 한다고 배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했다. 그는 2015년 US오픈챔피언십과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으나, 아깝게도 브리티시오픈에서는 우승하지 못했다. 어떤 이는 그가 좀 더 공격적 파이팅의 멘탈이 갖춰져야 타이거 우즈 같은 위업을 이룰 거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필자는
2019년 말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은, 2020년 2월 대구에서 확진자가 폭발적 증가를 보이며 우리나라에도 현실화됐고, 전 세계적으로 수천 만명의 확진자와 백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지만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는 실체 없이 유령처럼 떠다니다, 방심이라는 약한 고리를 여지없이 뚫고 들어와 정상적인 사회의 활동을 마비시킨다. ‘백신이나 치료약을 만들 수 없다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은 여전히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지난 8.15 광복절집회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하고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경우 또한 많아지면서 전국이 다시금 방역비상상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수도권은 2.5단계, 지방은 2단계로 격상됐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수도권에 확진자가 더 늘어나면 2월의 대구처럼 더 이상 환자를 감당할 수 없는 의료체계 위기가 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확진자는 계속 유입되는데 치료할 병상이 여전히 부족한 게 방역당국의 현실적 고민이다. 감염병 유행 시 필요한 공공병상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며 그 당위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2003년 사스,
새로 시작된 어느 골프 모임의 이름을 짓고자 했다. 마침 그때에 에머슨의 ‘조화와 균형의 삶’이란 책을 읽고 있던 참이라 그것으로 모임이름을 제안했다. 사실 조화와 균형은 골퍼들에게 꼭 필요하다. 샷을 할 때 무엇보다도 밸런스가 중요하다. 균형이 깨지면 거리, 방향, 자세 등이 좋지 않다. 조화란 어울림을 말한다. 고수, 초보자, 남녀노소가 함께 어울려서 골프를 즐길 수 있다. 그것이 조화다. 자연과 교감하면서 각자의 목표를 가지고 조화롭게 골프를 즐긴다. 골프는 힘과 정확성이 요구된다. 그리고 ‘골프멘탈’로 표현되는 배짱과 용기도 필요하다. 정도가 지나쳐서 ‘난 이제 완벽해’라는 교만으로 이어지면 즉시 위험에 빠지면서 겸손의 미덕을 배우게 된다. 또한 연습하면 실력이 향상되지만 지나치게 집중하면 몸이 망가져서 결국은 골프를 접는 과유불급의 사례들도 많다. 이런 상반되는 모순을 조절하고 절제하면서 균형된 삶을 유지하는 것이 골프의 묘미다. 워라밸은 ‘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한다. 조화와 균형이 삶 속으로 녹아 내려야 한다. 서로 비교하고 편가르기를 하지 않고,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며 이웃들과 조화롭게 어울리며 살아가는 것이 바로 균형된 삶이다. 이런 조화와
병자는 인류가 처음 존재했을 때부터 있었을 것이고,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활동도 인류 역사와 그 궤를 같이 했을 것이다. 의학이 발전하고 좀 더 환자들을 잘 치료해주고 싶은 마음이 모여 내과와 외과, 소아과와 산부인과 같은 전문과목들의 태동을 만들었고, 지금은 소화기 내과, 알레르기 내과 등 다양한 세부전문의가 활동하고 있는 사회가 됐다. 치과 분야 역시 처음에는 분화가 되어 있지 않았으나 지금은 11개 전문과목이 확립되고 전문의들이 배출되고 있다. 전문과목이 형성되고 전문의가 배출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치료가 까다로운 환자들을 좀 더 해당 분야의 전문지식과 경험이 많은 사람들에게 치료하도록 함으로써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과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다가 안과적 문제를 발견했다면 안과로 의뢰할 것이고, MRI를 찍어보는 게 좋겠다 생각했다면 상급병원으로 의뢰할 것이다. 구강악안면외과를 제외하면 입원시설이나 고가의 검사진단장비가 필요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 치과 진료의 특성상, 대형 병원에 취직해 근무하는 경우가 더 많은 의사들에 비해 치과는 의원급에서 많은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 진료하다가 근관을 찾기 어렵다든지 치주질환이
'현저히’라는 우리말이 있다. 주위 매물보다 현저하게 높은 전세가, 주가가 현저하게 저평가, 감염자 수가 현저하게 낮아졌다 등 실생활에서 많이 사용하는 단어이다. ‘현저히’는 ‘뚜렷이 드러날 정도로’의 의미를 갖는 부사인데, 이러한 정도를 나타내는 부사는 쓰는 사람에 따라 그 표현이 다를 수 있으며 그 기준 또한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 ‘뚜렷한’이란 뜻의 단어를 절대적 기준이 없이 사용할 수 있다니 언어의 아이러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현저히’라는 표현이 특히 많이 사용되는 곳이 법원의 판례인 것 같다. 이과생들의 정서에는 엄격하게 법을 집행하는 곳에서 이렇게 주관적인 단어를 흔히 사용한다는 것이 쉽게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미디어에 나오는 법원의 여러 판결문을 보면 ‘현저히’라는 표현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아마도 모든 사회 현상을 몇 권의 법전에 수록할 수 없는 한계 상황에서 판사가 개별 상황에 따라 판결을 하려다 보니 이런 ‘현저히’라는 표현을 자주 쓸 수밖에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법원에서 ‘현저히’라는 표현은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위반한 사실이 있다’는 의미다. 치협 31대 회장단 선거와 관련 직무집행정지 가처
지난해 7월 1일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9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지난해 치과의사 3만910명 중 27.3%가 여성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의사, 한의사의 여성비율인 26%, 21.9%보다 많다. 올해는 아직 발표되지 않아서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으나 전년도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치과의사 중 약 8,500명이 여성 치과의사라는 얘기는 여성 치과의사들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여성 치과의사들의 공직이나 협회 진출 비율은 여성 비율 증가에 비해 현저히 낮다. 출산으로 인한 공백기, 육아와 가사를 진료와 병행해야 하는 여성 치과의사들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치과계 내 시스템은 계속 고민하고 의견을 경청하여 발전시켜야 한다. 이런 시대적 상황의 요구에 발맞춰 지난 7월 16일 대한여자치과의사회(이하 대여치)가 여성인권센터를 발족시켰다. 여성인권센터는 여성 치과의사 권익 향상 및 양성 평등을 위한 기구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을 수 있는 현재의 불평등한 제도와 관례를 개선하고, 올바른 양성 평등 문화를 선도하여 여성 치과의사들이 각계 각처에서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디지털이 없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됐다. 주변에 디지털은 항상 휴대하고 다니는 스마트폰부터 시작해 컴퓨터를 이용하는 모든 것들이 디지털이 되면서 디지털 세상 안에 살 수밖에 없게 됐다. 필름카메라에 슬라이드 필름으로 환자 임상사진을 촬영했던 수련시절, 디지털카메라를 처음 보았을 때 충격이 지금도 생각난다. 필자에게는 실로 엄청난 사건이었다. 강연하는 교수님이나 촬영하는 임상사진이 진료하기 위해 환자를 상담하는 카메라가 되고, 그것은 임상의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만약 그 사건이 없었다면 필자가 국내 치과 최대 포털사이트 중 하나인 덴트포토를 만드는 일도 없었을 것 같다. 이렇게 디지털은 기존의 아날로그에서 오는 것들을 디지털로 바꾸었을 때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 단순한 전화기에서 뭐든 다 할 수 있는 스마트폰으로 바뀌는 것처럼 상상할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최근 이러한 바람은 치과계에서도 급속히 일어나서 관련 제품이 탄생하고, 이에 관해 토론하는 학술의 장도 많이 마련됐다. 그것은소위 CAD/CAM이라고 하는 장비와 소프트웨어인데 여러 가지 아이템들이 존재한다. 그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은 구강스캐너라고 할 수
2018년 2월 미투 운동 이후 성희롱, 성폭력 사건이 쉴 새 없이 언론과 여론을 장식하고 있다. 가해자는 원로 시인, 고위 검사, 영화감독, 연극 연출가, 유명 배우, 스포츠 감독, 코치, 선배 선수, 의료인, 지도교수, 도지사, 시장, 공공기관과 경찰의 간부 등 주로 높은 자리에서 권력을 행사하는 남자들이었다. 피해자는 지위 낮고 권력은 없어도 꿈과 희망으로 자신의 성장을 다독이던 약자인 여성들이었다. 25여 년 전 1993년 4월 ‘서울대 신 교수 성희롱 사건’은 약자인 여자 조교가 성희롱을 한 남자 교수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다. 1998년 2월 대법원은 ‘성폭력 범죄에 미치지 않는 행위라도 성적 언동이 불법 행위가 될 수 있다’ 고 판결했다. 이후 남녀고용평등법에 성희롱과 관련한 조항을 신설하고, 법률을 제정하고 성희롱을 규제하게 됐다. 당시 피해자에게 지급 명령된 손해배상금 500만원은 꿈과 희망이 짓밟힌 피해자의 미래를 보상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가해자는 명예퇴임을 했고, 2차 가해로 보호받지 못한 피해자는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꿈을 포기했다고 한다. 성희롱과 성폭력은 젠더 기반 폭력(gender-based violence)으로서 남성성과
최근 국내와 국제 정세를 살펴보다 보면 이 세상이 어디로 가는가 하는 가장 우려 섞인 질문을 하게 된다. 세계 경제는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 전쟁으로 하루하루 새로운 뉴스거리가 나오고 있고, 코 앞 북한 수뇌부의 고약한 언동에 이은 한국, 미국과의 기묘한 장기판 정세는 판이 끝나봐야 승산을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혼탁하다. 이 와중에 국내외 최악의 공통 관심사는 전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코로나19다. 지난해 12월경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불과 수개월의 짧은 시간 안에 전 세계를 강타했다. 사실 코로나19처럼 보이지 않는 적에 대한 두려움은 그 어느 적대국의 핵무기보다 무섭다. 빌게이츠도 2015년 TED에 출연해 앞으로 인류가 직면하게 될 최대의 적은 바이러스라고 경고했다고 하니 이것이 성경에서 말하는 아마겟돈 전쟁은 아닐지 걱정이 앞선다. 자연계도 엉망이다. 코로나19 이후 각종 전염병이 또 다시 중국을 중심으로 우후죽순 발생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코로나19 이후 북부 네이멍구자치구 바옌나오얼시에서 흑사병이 발병했으며 신종 돼지독감 바이러스 G4도 발병했는데, 이 G4는 종전과 달리 동물과 사람과의 전염도 가능하다고 한다.
영화 ‘남한산성’은 병자호란 당시의 전시 상황을 배경으로 만들어졌으나 전쟁씬보다는 주화파 최명길과 척화파 김상헌의 불꽃 튀는 논쟁을 긴장감 있게 풀어나가면서 몰입도를 극대화시킨 영화라는 평이다. 2018년 3월, 제40대 의협회장 선거에서는 ‘투쟁을 통한 개혁’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운 현 협회장이 당선되었다. 의사들은 강경한 투쟁을 원했고, 실제 공약으로는 의료제도 개혁 분야에서 건강보험 단체계약제 추진, 비급여 전면 급여화 및 예비급여 철폐, 수가 정상화, 의약분업 제도 개선 등을 내세워 선거에서 승리를 하였다. 지난 6월 건강보험 수가협상에서 최초 세 단체(치협, 의협, 병협) 결렬로 건정심에서 2021년 수가를 의결하게 됐다. ‘수가협상’이라고 쓰고, ‘수가통보’라고 읽는다는 이야기와 수가 결정과정의 문제점, 건정심의 구조적 한계 안에서 충분히 예견된 상황이었다. 더구나 수가인상률을 1.99%로 묶고도 보험료율을 결정하지 못할 정도로 내년 건강보험재정 상황은 코로나19를 비롯한 여러 가지 변수가 너무 큰 상황이다. 그런데 의협의 3년 연속 협상결렬이라는 최초의 결과에 대해서 내부적인 우려의 의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당선 직후부터 수가협상 불참과 건정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