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pping은 치아교정을 하는 선생들에게는 익숙한 단어다. 반면 Tipping point는 사회학에서 더 많이 사용되는 용어다. 1970년대 미국에서 많이 사용된 단어가 Tipping point(티핑 포인트)다. 당시 미국 북동부의 도시에 살던 백인들이 언제부터인가 갑자기 교외로 이주하는 현상들이 나타났다. 어떤 지역에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인구수가 약 20%에 이르면 백인들이 급격히 교외로 이주하였다. 거의 모든 백인들이 한순간에 떠나버리는 현상들이 나타났다. 사회학자들은 이때를 그 지역사회가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의미로 Tipping point란 단어를 사용했다. 티핑 포인트는 ‘게임이론’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토머스 셸링 교수가 ‘티핑 이론’이라는 말로 처음 소개했다. 그 후로 ‘갑자기 뒤집히는 점’이란 뜻으로 혹은 엄청난 변화가 작은 일들에서 시작될 수 있고 대단히 급속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됐다. 유사한 단어로 임계점(critical point)이 있지만 그 느낌이 조금 다르다. 임계점과 티핑 포인트의 차이는 어휘 느낌상 되돌릴 수 없는 경우에 티핑 포인트란 단어를 사용하는 듯하다. 마치 나무가 일단 쓰러지기 시작하면 되돌릴 수 없듯이 불
아침 창밖을 보니 회색 도시다. 최악의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되고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한다는 문자를 받았다. 10년 전이라면 생소한 단어들이다. 그때는 최악의 황사가 전부였고 그것도 며칠이면 해결되었다. 요즘 생소한 것이 어디 이것뿐일까. 지난 일요일 3~4개월 만에 영화관을 찾고는 당황하였다. 인터넷으로 예매하고 갔으나 벽에 있는 티켓 출력기가 사라졌다. 팝콘을 주문받는 점원도 없어졌다. 아무리 찾아도 벽에는 출력기가 없었다. 홀 중간중간에 작은 태블릿 PC를 조작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기웃거려 보니 종이 출력 대신에 개개인 스마트폰 카톡으로 티켓을 송출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더불어 팝콘 주문도 점원에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 태블릿으로 주문하고 주문한 번호도 카톡으로 받아서 전광판에 번호가 뜨면 받기만 하면 되는 시스템이었다. 티켓을 받는 것은 그런대로 할 만했지만 팝콘과 콜라 주문은 생소함을 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렸다. 얼마 전 패스트푸드점에서 주문받는 점원 없이 무인주문기 앞에서 당황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95년 일본 라멘집에서 처음 무인주문기를 접할 땐 신기하고 재미있는 추억이었는데, 이제는 우리 생활 구석구석에서 만나는 일상이 되었다. 마트나 병원
요즘 청소년 정관수술이 유행한다는 기사를 읽고 필자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인지 요즘 젊은 부모들이 철이 없는 것인지 한동안 이해되지 않았다. 심지어 초등학생을 시키는 경우도 있고 포경수술 한다고 속이고 정관수술을 시행하는 일조차 있다는 기사가 보였다. 청소년 정관수술이란 단어 속에는 많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우선 부모들이 성적으로 안심할 수 없는 청소년 환경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청소년 사회에서 성에 대한 개념이 바뀌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두 번째는 엄마가 아들을 관리할 수 있는 심리적 결합이 깨졌음을 의미한다. 심리학에서 엄마와 아들은 심리적으로 강한 결합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아들을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약한 결합 상태인 것이다. 다음은 정관수술이 지닌 영구 불임 가능성 10%를 감수하고도 시행하는 엄마들의 생각이다. 무엇인가를 감수하고도 시행하는 데에는 꼭 지키고 싶은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엄마들의 머릿속에는 무엇을 지키고 싶은 것일까? 우선 불장난에 의한 조기 2세 탄생이 가져올 불화이다. 두 번째는 재산이 많은 경우에 재산분할 문제이다. 세 번째는 가장 생각하고 싶지 않는 경우로 아이들 정관수술을 강아지 중성화수술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는
초진 환자를 상담하는데 차트에 주소가 적혀 있지 않다. 의료기록지에 주소를 적는 데에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우선 각종 서류에서 본인 확인을 위한 가장 중요한 기초자료다. 두 번째는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데 있어 내원 가능성과 내원 횟수와 시간 등을 고려하는 기본 요소가 된다. 특히 치아교정 환자처럼 기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에는 반드시 참고해야 하는 사항이다. 이것을 접수 직원이 너무도 잘 아는 사실이기 때문에 주소가 없다는 것은 아마도 환자가 주소 적기를 거부하였음을 의미한다. 최근 들어 주소를 적는 것을 거부하는 환자도 있고, 상담이 끝나고 돌아가면서 자신의 모든 자료를 삭제해주기를 요청하는 환자들도 가끔 있다. 환자 입장에서 자신의 개인정보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남기고 싶지 않은 심리가 있거나, 혹은 개인정보의 도용이나 보이스 피싱 등을 당한 뒤에 생긴 타인에 대한 심리적 트라우마나 공포감일 수도 있다. 상담을 마치고 환자가 돌아간 뒤에 실장에게 물어보니 환자가 주소 적는 것을 거부했다고 하였다. 더불어 상담이 끝난 뒤에 필자의 말과 어투 등이 매우 무뚝뚝했다는 말을 남겼다는 이야기를 했다. 상담 내용을 돌아보니 동일한 이야기를 여러 번 반복한 기억이
주걱턱 개선을 위해 양악수술을 받은 환자가 있었다. 술후 교정을 시작한 지 4개월 정도 지나 불만을 토로했다. 수술 후 진료가 처음 이야기한 것보다 길어진다는 불만이었다. 필자는 늘 모든 환자에게 진료를 시작하기 전부터 술후 교정은 최소한 6개월 이상이 걸리는 것을 누누이 고지하기 때문에 모르기보다는 다른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상태와 앞으로 진행 계획을 차분히 설명하고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이야기를 나눠보니 환자는 수술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 그는 수술이 잘못되어서 좌우 귀의 크기가 달라졌고 얼굴이 완전한 대칭이 아니라 하였다. 환자 얼굴을 아무리 보아도 필자가 인식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이에 필자는 “수술이 잘못된 것은 아닌 것 같고, 수술이 마음에 안 든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고 답변했다. “우선 필자 눈에 차이를 알 수가 없고 수술은 경조직인 뼈를 수술하고 연조직을 수술하는 것이 아니니 좌우가 완벽하게 대칭이 되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입니다. 수술이 잘못됐다는 것은 수술 후에 눈이 안 보인다거나, 말이 안 나오거나, 신경이 마비되거나, 고름이 나오거나, 숨을 못 쉬거나 누가 보아도 개선된 것이 없거나 한 경우입니다. 열 명이
요즘 우리나라 입시제도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풍자한 드라마 ‘SKY 캐슬’이 유행이다. 인성이 배제된 교육현장과 투쟁장이 된 입시제도 등 현재 교육현장의 다양한 문제점을 보면서 놀랐고, 100년 전에 ‘인격 없는 교육의 무서움’을 예견한 간디의 예지력에 한 번 더 놀랐다. 2000년 초, 심미치과학회 일로 인도를 방문했었다. 가장 큰 추억은 뉴델리에서 유명한 묘역을 두 군데 다녀온 것이며,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타지마할과 간디 묘역이다. 세계 7대 불가사의인 타지마할은 유명세만큼이나 아름다운 궁전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실은 슬픈 역사를 지닌 왕비의 무덤이다. 왕비를 사랑한 무굴제국 황제가 죽은 왕비를 위하여 묘지를 지었지만, 그로 인한 국력 낭비로 나라가 망했다. 반면 인도를 독립으로 이끈 간디의 묘역은 넓고 정갈하였다. 특별함이 없어 보였지만 그의 묘비명은 아직도 필자의 기억에 남아있다. 요즘 ‘SKY 캐슬’을 보면서 그 글이 다시 새롭게 가슴에 와 닿는다. 그는 나라를 멸망으로 이르게 하는 일곱 가지 사회악을 묘비명에 적었다. 1. 원칙 없는 정치(Politics without Principle) 2. 노동 없는 부(Wealth without
한 대학에서 급한 일로 강의를 휴강했던 교수가 어떤 학생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택시를 타고 어렵게 출강했는데도 불구하고 휴강하여 손해를 보았기 때문에 택시비를 요청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교수는 학생에게 택시비를 보내주었던 일을 푸념처럼 올린 글이 인터넷에 보인다. 요즘 젊은 20~30대에서 일어나는 일과 사고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이 일이 당연하게 느끼거나 이해가 되면 요즘 젊은 사람이거나 시대를 따라가는 사람이다. 이해가 잘되지 않지만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면 시대에 적응하려는 사람이다. 반면 비난하거나 분노가 올라오면 이미 낡은 구시대 사람이다. 그동안 자신들이 경험하고 살아왔던 행동이나 생각을 모두 뒤집어버리는 상황을 접했을 때 쉽게 인정하고 마음속 깊이에서 동조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필자의 심리적 사고가 완성되던 1970~80년 시기에 우리나라 국민소득은 1,000불이었으며 선생님은 학교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녔다. 지난 세월 동안 선생님의 권위가 끊임없이 추락하였고 이제는 학생의 의식구조에서 그저 지식을 전달하는 하나의 도구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위와 같은 거래가 가능하게 되었다. 필자의 세대는 비록 이렇게 선생님들에 대한 사
수요일 오전, 아파트 재활용품을 분리수거하던 중이었다. 갑자기 어디선가 큰소리가 들려서 돌아보았다. 재활용품을 정리하던 60대 아파트 경비원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내용인 즉, 잘 차려 입은 20대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여성이 아이스크림 스티로폼 박스를 종이박스 무더기에 놓으면서 시작되었다. 경비원은 스티로폼 박스를 5m 뒤쪽 위치한 장소에 놓을 것을 요청했지만 여성은 귀찮았던지 아니면 바빴던지는 모르지만 박스를 그쪽 방향으로 던졌다. 박스는 5m를 날아가지 못하고 중간에서 나뒹굴게 되었다. 그런데도 여성은 그냥 뒤돌아가려고 하였다. 이에 경비원은 민망할 정도로 욕을 사정없이 쏟아내었고 여성은 한두 번 머뭇거리더니 그냥 가버렸다. 경비원은 필자가 돌아올 때까지 욕을 하고 있었다. 평범한 일상의 아파트에서 오전에 발생한 이 해프닝은 필자에게 심한 충격을 주었다. 필자가 목격한 일은 모든 것이 상식을 벗어나 있었다. 한창 타인의 눈을 많이 의식하고 정의로울 20대 여성이 보인 행동은 놀라움 이상이었다. 옷은 정말 예쁘게 차려입고서 박스를 던지고 그냥 가던 모습에 필자는 당황스러웠다. 또한 다른 사람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민망한 욕을 퍼붓던 60대 경비원아저씨 역
새해가 덕담으로 시작하여야 하건만 그리 녹록지 않다. 서울 모대학병원 정신과의사의 사망사건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상담 진료하던 환자로부터 공격을 받고 사망한 사건이다. 우선 고인의 명복을 빈다. 사건의 내용을 보면 1년 전에 진료를 받았던 환자가 예약 없이 내원하였으며 진료 시간 이후에 온 마지막 환자였다고 한다. 보도에 의하면 환자는 이미 살해할 의도를 지니고 내원했다고 한다. 고의적으로 의도해 벌어진 일이었기 때문에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더불어 현장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모든 의료인들은 비슷한 조건에 놓여 있기 때문에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어제는 25세 남성 초진 환자로부터 많은 질문을 받았다. 종이에 질문을 깨알같이 적어왔다. 잇몸이 나쁜데 자신의 치아가 언제쯤 빠질까? 등등 환자의 질문에 1/3은 답변하지 못하고‘예측 불가합니다’, ‘신의 영역으로 현대의학으로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등으로 답변하는 필자에게 환자는 짜증을 내고 불만을 토로하였다. 이에 필자는 ‘미안합니다. 치아교정으로 치근이 짧아진다는 것은 알지만 개개인에서 얼마나 어떻게 짧아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현대 의학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라고 답했고 그 환자는 질문마다
기해년을 맞이하며 모두가 늘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한다. 동양학에서 기해(己亥)란 천간인 己와 지지의 亥가 만난 것으로 己는 오행으로 토에 해당하고 亥는 水이다. 지난 2018년 무술년의 戊가 양의 토로서 정신적으로 ‘지성’을 의미하였다면 己는 음의 토로서 현실적 체험을 의미하여 ‘지나온 세월 동안에 해온 일들이 결과로 나타나는 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己는 물기를 머금고 있는 옥토의 논을 의미한다. 씨앗을 받아들여 키우는 대지의 역할을 한다. 동양철학적 관점에서 한마디로 2019년을 정의하면 지나온 세월 동안 준비한 것이 있었다면 결과가 나타나고 빛을 보는 때이고, 반대로 준비된 것이 없다면 미련 없이 정리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해라고 할 수 있다. 달리 표현하면 그동안 준비한 것이나 기획한 것이 기해(己亥)년에도 결과를 나타내지 않는다면 잘못된 판단이었거나 허황된 길이었으니 계획 자체를 전부 수정하거나 폐지해야 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지지의 亥는 돼지를 의미하지만 방위로는 북방이고 계절로는 겨울의 시작이다. 12간지의 동물로 돼지는 부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시간적 의미에서는 계절인 겨울이 더 의미가 있다. 겨울이란 1년간 수고한 결과물을 가을에 수확
퇴근하고 아파트 입구 현관에서 비밀번호를 누르다가 멀리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시작하는 것을 보았다. 내부에 30대 중반의 남성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었고 얼핏 눈이 마주쳤다. 그러나 문은 그대로 닫히고 엘리베이터는 올라가고 말았다. 잡아줄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였는데도 무심하게 그냥 올라갔다. 문 앞에서 다시 내려오기를 기다리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문화일까? 개인 성향일까? 민족성일까? 아니면 현재 시대를 그대로 보여주는 생활상일까? 뭔지 모를 씁쓸한 마음이 여운으로 계속 남았다. 일본 유학시절에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다른 사람과 마주치면, 항상 상대가 올 때까지 기다리기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을 줄여주려고 열심히 뛰던 것과는 너무 대조가 되었기 때문이다. 잠깐 기다려주는 배려를 하지 못하는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우선 여성이라면 모르는 남성과 단둘이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이 심리적으로 부담되어 그럴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30대 남성이었기 때문에 조금은 달랐을 것이다. 개인적 성향으로 배려하는 것이 귀찮고 혼자 타는 것이 편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물론 매우 급한 일이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그렇게 보이지는 않았다. 민족성이라고 말하
얼마 전 스티브 호킹 박사는 유고집에서 유전자 조작에 의한 슈퍼인류의 탄생은 현인류 멸망의 한 원인이라고 예언하였다. 슈퍼인류와 기존인류와의 싸움이 시작되고 그 싸움에서 기존인류가 멸망한다는 생각이었다. 인간의 욕망이 드디어 신에 대한 도전의 9부 능선을 넘었다. 중국에서 유전자를 편집한 아기가 탄생하였다. 이유는 AIDS 양성자 부모로부터 질환에 감염되지 않는 아이를 탄생시킨다는 목적이었다. 얼핏 들으면 타당성이 있는 듯하지만 생각해야 할 많은 것이 간과되었다. 우선 인간은 몇 살까지 살기를 원하는가에 대한 궁극적인 명제를 먼저 생각해 보아야 인간의 욕심을 알 수 있다. 동물은 생식능력이 떨어지면 수명의 한 사이클을 마무리하지만 인간은 생식능력이 사라지고도 수명이 지속적으로 증가되고 있다. 아마도 얼마까지 살기를 원하는가에 대한 해답은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상태라면 영원히 살기를 원한다’이다. 즉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그래서 유전자 편집된 아기의 탄생이 매우 위험한 중대한 사건인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보았다시피 어디서 어떻게 유전자 편집을 하는지 발견되지 않는다. 법으로 아무리 강하게 처벌하여도 인간의 욕망은 어디에서든지 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득 벌써 이 글이 400회가 넘은 것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그저 수요일 오전에 글을 쓰는 것이 습관이었을 뿐인데 벌써 9년 세월이 지났음에 놀랐다.‘치과의사의 건강’이라는 설문에 답하면서 다시 한 번 시간의 흐름을 생각했다. 50대 초반엔 디스크로 고생했고, 중반을 넘으니 올해는 비강폴립과 성대결절이 생겨서 6개월 정도 고생을 했다. 최근 이비인후과 문제가 해결되니 안과 문제가 발생했다. 일주일 전부터 오른쪽 눈이 흐려졌다. 안과로부터 노화로 투명체가 수축되면서 망막과 틈이 생기며 모세혈관 출혈로 시야가 흐려진 현상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결국 시간 현상이다. 알아보니 이미 많은 선배들이 겪었던 일들이었다. 출혈된 것은 자연 흡수되면서 시야는 좋아질 것이니 기다리면 된다는 말을 들었다. 덧붙여서 투명체 수축 시에 망막을 물고 떨어지면 망막분리증으로 응급한 상황인데 그것이 아니니 다행이라는 위로도 들었다. 지인 중에 이석증이나 어지러움증으로 고생하시는 분들도 계시는 것을 보면 역시 비단 필자만의 일은 아니다. 결국 시간 경과에 따른 새로운 생활방식에 적응을 의미하는 자연현상이다. 생각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지 않지만 몸은 한 치 오차도 없이 시간을 따라
개원한 건물 1층에 순댓국집이 있다. 필자가 개원하고 2년 후에 생겼으니 벌써 16년 된 곳이다. 처음 먹었을 때 맛집으로 평가할 정도로 할머니의 정성이 느껴지는 곳이어서 과음하여 숙취가 있는 날에는 늘 찾는 단골 장소였다. 일전에 과음하고 들렀는데 국물 맛이 싱거워졌고 부추김치 맛이 달라졌다. 할머니는 보이지 않고, 젊은 사람 두 명만 보였다. 건강문제로 수술을 한 차례 하셨던 일이 생각나 주인 할머니 안부를 물으니 별일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하지만 변한 맛이 계속 마음에 걸려 있던 차에 관리소장으로부터 주인이 바뀌었단 이야기를 들었다. 이제는 필자가 과음하고 숙취를 해소할 가까운 장소 한 곳이 사라졌다. 분명 가게를 넘기면서 비법을 전수했겠지만 젊은 새 주인에게는 아마도 늙은 할머니의 고집이나 어리석음 정도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깊은 맛은 결코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며 고객은 첫 숟가락에서 변한 맛을 알 수 있다는 것을 인수한 새 주인은 모르는 듯하였다. 순댓국집은 아마도 6개월 정도 지나면 다른 업종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2년 전에는 건물에 있던 칼국수집이 주인이 바뀌며 밥집으로 변했다. 주인집 딸이 대학을 졸업한 후 건강상 이유로
의료계는 지금 매우 중요한 전환점에 서있다. 의료사고에 대한 처벌이 급격히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이대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시 의료진 구속 수사에 이어 이번 횡경막 탈장 아동사망사건에서 진료의사 3명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모두 법정 구속되었다. 이에 의사협회는 총궐기를 하며 고의나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행위에 의한 것을 제외한 의료행위에 대해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의료분쟁처리특례법을 제정해줄 것과 의사에게 진료거부권을 부여할 것을 요구하였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환자가 사망할 정도의 큰 실수를 했어도 고의만 아니면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고 반박하였다. 여론도 “의사가 고의로 의료사고를 낼 리는 없는 만큼 사안의 경중과 무관하게 사실상 모든 의료사고에 면죄부를 부여하라는 요구나 다름없다”며 반응이 싸늘하다. 사회적으로 의료계가 고립된 분위기이다. 여기서 생각할 몇 가지 중요한 사항이 있다. 예전에도 있었을 일들인데 왜 갑자기 구속과 형사처벌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이 유독 최근에 벌어지는가에 대하여 생각해보아야 한다. 우선 그 이면에 있는 법의 정서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법은 고정된 시야를 지니지 않고 시대에 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