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벌써 이 글이 400회가 넘은 것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그저 수요일 오전에 글을 쓰는 것이 습관이었을 뿐인데 벌써 9년 세월이 지났음에 놀랐다.‘치과의사의 건강’이라는 설문에 답하면서 다시 한 번 시간의 흐름을 생각했다. 50대 초반엔 디스크로 고생했고, 중반을 넘으니 올해는 비강폴립과 성대결절이 생겨서 6개월 정도 고생을 했다. 최근 이비인후과 문제가 해결되니 안과 문제가 발생했다. 일주일 전부터 오른쪽 눈이 흐려졌다. 안과로부터 노화로 투명체가 수축되면서 망막과 틈이 생기며 모세혈관 출혈로 시야가 흐려진 현상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결국 시간 현상이다. 알아보니 이미 많은 선배들이 겪었던 일들이었다. 출혈된 것은 자연 흡수되면서 시야는 좋아질 것이니 기다리면 된다는 말을 들었다. 덧붙여서 투명체 수축 시에 망막을 물고 떨어지면 망막분리증으로 응급한 상황인데 그것이 아니니 다행이라는 위로도 들었다. 지인 중에 이석증이나 어지러움증으로 고생하시는 분들도 계시는 것을 보면 역시 비단 필자만의 일은 아니다. 결국 시간 경과에 따른 새로운 생활방식에 적응을 의미하는 자연현상이다. 생각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지 않지만 몸은 한 치 오차도 없이 시간을 따라
개원한 건물 1층에 순댓국집이 있다. 필자가 개원하고 2년 후에 생겼으니 벌써 16년 된 곳이다. 처음 먹었을 때 맛집으로 평가할 정도로 할머니의 정성이 느껴지는 곳이어서 과음하여 숙취가 있는 날에는 늘 찾는 단골 장소였다. 일전에 과음하고 들렀는데 국물 맛이 싱거워졌고 부추김치 맛이 달라졌다. 할머니는 보이지 않고, 젊은 사람 두 명만 보였다. 건강문제로 수술을 한 차례 하셨던 일이 생각나 주인 할머니 안부를 물으니 별일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하지만 변한 맛이 계속 마음에 걸려 있던 차에 관리소장으로부터 주인이 바뀌었단 이야기를 들었다. 이제는 필자가 과음하고 숙취를 해소할 가까운 장소 한 곳이 사라졌다. 분명 가게를 넘기면서 비법을 전수했겠지만 젊은 새 주인에게는 아마도 늙은 할머니의 고집이나 어리석음 정도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깊은 맛은 결코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며 고객은 첫 숟가락에서 변한 맛을 알 수 있다는 것을 인수한 새 주인은 모르는 듯하였다. 순댓국집은 아마도 6개월 정도 지나면 다른 업종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2년 전에는 건물에 있던 칼국수집이 주인이 바뀌며 밥집으로 변했다. 주인집 딸이 대학을 졸업한 후 건강상 이유로
의료계는 지금 매우 중요한 전환점에 서있다. 의료사고에 대한 처벌이 급격히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이대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시 의료진 구속 수사에 이어 이번 횡경막 탈장 아동사망사건에서 진료의사 3명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모두 법정 구속되었다. 이에 의사협회는 총궐기를 하며 고의나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행위에 의한 것을 제외한 의료행위에 대해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의료분쟁처리특례법을 제정해줄 것과 의사에게 진료거부권을 부여할 것을 요구하였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환자가 사망할 정도의 큰 실수를 했어도 고의만 아니면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고 반박하였다. 여론도 “의사가 고의로 의료사고를 낼 리는 없는 만큼 사안의 경중과 무관하게 사실상 모든 의료사고에 면죄부를 부여하라는 요구나 다름없다”며 반응이 싸늘하다. 사회적으로 의료계가 고립된 분위기이다. 여기서 생각할 몇 가지 중요한 사항이 있다. 예전에도 있었을 일들인데 왜 갑자기 구속과 형사처벌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이 유독 최근에 벌어지는가에 대하여 생각해보아야 한다. 우선 그 이면에 있는 법의 정서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법은 고정된 시야를 지니지 않고 시대에 따라
일요일 강연을 위해 KTX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부터 황당한 일이 발생하였다. 예약한 호텔이 똑같은 이름으로 두 개가 있으며 서로 다른 지역에 있음을 알게 됐다. 두근거리는 마음에 확인해보니 불행히도 강연장에서 먼 다른 곳에 예약돼 있었다. 택시기사는 자주 있는 일이며 결혼식이 있는 날이면 잘못 찾아오는 하객으로 난리도 아니라고 말했다. 필자도 그들 중 한 명이 되었다. 동일한 이름의 호텔은 서울에도 많지만, 호텔 이름 뒤에 소재 지역을 사용하여 혼란을 막는다. 그런데 이 호텔은 마지막에 도시의 이름을 사용하였고, 더 결정적인 것은 호텔 예약 사이트에 단독이름으로 나오기 때문에 사전에 알 수 없었다. 호텔에 들어가면서 문제점을 이야기하였지만, 직원들은 너무나 당연한 듯이 잘못 예약한 것이 필자이므로 자신들의 잘못은 아니라는 뉘앙스였다. 두 번째 황당한 일은 아침에 발생하였다. 면도하려는데 비치된 면도기가 없었다. 프런트에 문의하니 면도기를 1층 편의점에서 판매하니 직접 구입해 사용하라는 말을 들었다. 그 도시 최고급 5성급 호텔에서 면도기를 1층 편의점에서 구입해 사용하라는 말에 당황하였다. 젖은 몸을 말리고 옷을 갈아입고 1층에 가보니 1,000원에 면도기를
치과계의 현실이 불법 저인망 조업(고대구리:소형기선 저인망)과 유사하여 ‘자멸하는 가격경쟁을 멈추어야 한다’는 사설에 공감하였다. 저인망 조업의 가장 큰 문제는 치어를 없애는 것이다. 가난의 상징이던 보릿고개를 겪던 옛날에도 ‘굶어서 죽을지언정 볍씨 종자는 먹으면 안 된다’는 철칙을 지켰다. 어부들에게 치어는 다음 농사에 사용할 종자인 볍씨와 같다. 치어를 포획하면 그 피해가 적어도 10년 이상 계속된다. 그럼 저인망 치과가 난립한 치과계에서는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저수가 경쟁은 근 15년에서 20년으로 넘어가고 있다. 이제 치과계에서도 잠재 환자군(목돈 만들어 치과에 오던:요즘은 카드 할부를 하거나 치과보험을 들지만)이 소멸된 문제가 발생할 때가 되었다. 절대 환자 수의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사실 좀 더 일찍 나타날 현상이었지만 2000년대에 진입하며 평균 수명이 급격히 증가했고, 이에 따른 노인환자의 급증이 10년 이상 치과계의 공멸을 막아주었다. 이 같은 급격한 수명 증가가 완화된 지 10여 년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잠재 환자 감소와 평균수명 안정화로 이제 치과계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물론 치과의사
20년 만에 다시 읽은 러셀의 ‘행복의 정복’은 예전에 읽을 때와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예전에 읽을 때는 그냥 지나쳤던 글귀가 이제 필자가 경험을 해보니 글자마다, 단어마다 주옥같이 가슴에 스며들었다. ‘한 쌍의 부부가 평균 두 명 이상의 자녀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들은 자녀를 낳고 싶다고 원할 만큼 충분히 삶을 즐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구절을 읽으면서 매우 놀랐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을 이미 80년 전인 1940년에 기술한 것이 놀라웠고, 그 당시에 이미 선진국에서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던 사실에 두 번 놀랐다. ‘성공하기 위해서 다른 요소들을 모두 희생한다면, 그 성공은 너무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된다.’ 지금 우리나라 교육이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지적하고 있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하여 인성교육은 사라졌고, 오로지 점수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점수에 매진한 결과가 현실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의 근원적인 원인인 것을 지적하고 있다. PC방 살인사건, 부산 결별 여자친구 일가족 살인사건, 보험금 노린 부모 살인사건, 인천 초등학생 유괴 살인사건 등 지금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초강력 범죄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모임에서 필자와 비슷한 연배의 어떤 분이 암 투병을 극복한 일을 이야기하면서 본인은 아직도 뭐든 할 수 있는 자신이 있는데 병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듣던 필자는 한 가지 질문을 했다. “지금도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정말 생각하시는지요?” 자랑스러운 듯한 답변을 들었다. 이에 필자는 “그러시면 아마도 요즘 가까운 사람들이 매우 힘들어할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아내 되시는 분이 “요즘 자녀들과 사이가 나빠져서 아들을 자력으로 고생해보라고 내보낸 일이 있었는데 용하시다”는 말을 들었다. 필자가 예언가도 아니고 그런 것을 알 수 없지만 유추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순 나이에 아직도 자신감이 충만하다는 것은 살면서 큰 위기를 겪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물론 본인 입장에서는 다양한 위기가 있었고 그것을 잘 대처하는 능력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필자 연배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노력하면 가능한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다. 개발도상국 시절에 모든 분야에서 일손이 부족했고 어떤 일이든지 국내에서는 처음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자도 없었다. 결국 과도한 욕심에 사기를 당하거나 무리한 투자를 하지 않는 이상 망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그것을 오롯이 자
지난주에 일본 센다이에 다녀왔다. 일본 유학을 마치고 정확히 20년이 지났다. 센다이 모습은 예전과 같은 듯 달랐다. 20년이 지났지만 유학 시절 다니던 길이나 건물들도 별로 많이 변하지 않았다. 다만 도로를 달리는 차들이 다르게 느껴졌다. 1998년 당시는 자동차 절반 정도가 외국차였다. 벤츠나 BMW 등 외국 고급차가 흔했다면 지금은 대부분 차들이 일산으로 바뀌었고 외국 승용차는 간간히 보였다. 특히 절반 이상 뒤에 짐을 많이 실을 수 있는 개량형 SUV가 많았다. 20년 사이에 눈에 띄는 변화였다. 늘 앉았던 길가 벤치에서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그 많았던 외국 고급승용차들이 왜 사라진 것일까? 그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우선 외제 고급승용차를 타는 이유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1998년 당시에도 토요타는 좋은 차였다. 캐나다에서 절반 정도가 일제차였다. 좋은 차를 타기 위해서라는 이유가 성립되지 않는다. 간단하게 명품을 선호하던 것과 맥락이 같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는 조금 다르다. 이미 일제차는 내구성이나 성능에서 월등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50%가 외제차였던 것은 아마도 마음 속 내면에 남에게 좀 있어 보이고자 하는 마음이라
“지금 행복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명확하게 “네”라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그럼 “지금 치과의사로서 행복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과연 치과의사들은 몇 명이나 “네”라고 답변할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답변을 주저할 것이다. 그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대부분 행복에 대해 자기 스스로 정리해보지 않았다. 자기에 맞는 맞춤형 행복을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거나 아니면 사회 통념에 맞춰 돈을 많이 벌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을 가능성도 크다. 그래서 보통 행복의 조건인 돈을 벌기위해 모든 시간과 노력을 올인하고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불행을 느낀다. 하지만 행복은 자신을 돌아보고 거기에 맞는 맞춤형 행복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에 대한 깊은 통찰이 필요하다. 그 후에 자신이 원하는 행복과 실현가능성의 차이를 고려해 행복의 높이와 종류를 결정해야 한다. 행복은 1930년에 러셀이 쓴 <행복의 정복 Conquest of Happiness>에 잘 정리되어 있다. 그는 행복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약속된 미래가 아니고 노력해서 정복해야할 대상이라고 하였다. 책에서 ‘
유명 포털사이트 뉴스를 검색하다가 사회면에 치과원장이 스스로 세상을 여읜 기사를 접하고 놀라고 안타까운 마음에 한동안 생각이 멈추었다. 지면이나마 고인의 명복과 유족들에게 애도의 뜻을 전한다. 기사에 의하면 52세 원장님이었다. 비보에 마음이 아팠지만 작고하신 원장님보다는 선납한 환자들의 피해 구제에 포커싱되어 있는 듯한 기사가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하였다. 물론 환자를 생각하는 기자의 입장은 이해가 되지만 필자는 52세에 스스로 생을 정리해야만 했던 상황에 더욱 가슴이 아프다. 게다가 유족들이 가장을 잃은 슬픔보다 치료비를 선납한 환자들에게 시달릴 것이 더욱 안타깝다.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다른 선택도 많았을 것을… 전부 내려놓으면 되는 것을… 그냥 산에서 자연인으로 살 수도 있는 것을… 한 생각 바꾸면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을…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병원운영에 힘든 원장님이 어디 한 둘이겠는가. 동네치과는 동네치과대로, 대형치과는 대형치과대로 경영이 힘든 것이 요즘 사정이다. 동네치과는 한자리에서 아무리 오랫 동안 병원을 운영하고 있어도 주민들이 잘 모른다. 주민들이 자주 바뀌기 때문이다. 2010년 이후부터는 환자들이 대부분 SNS를
‘비혼식’이라는 단어는 사전에 없는 말이다. 그런데 이 용어를 젊은 세대는 다 알고 나이든 세대는 거의 모른다. 필자가 나이를 직접 묻지 않고 간접적으로 확인하는 방법으로 어떤 특정 단어를 알고 있는지 여부를 물어본다. 예를 들어 캔디를 아는 세대, 황금박쥐를 아는 세대, 세일러문을 아는 세대가 다르다. 또 패션 스타일을 보아도 세대구분이 된다. 선글라스를 머리띠로 사용하면 정윤희, 유지인 세대이다. 남자가 굵은 목도리를 하면 겨울연가 세대이고, 여자가 하면 도깨비 세대이다. 영화를 보아도 구분이 된다. 남녀가 앉아서 대화를 하면 2010년 이전 영화이고 스마트폰을 보고 있으면 그 이후 영화다. 사람들은 자신이 과거에 경험한 일들이 지금도 반복될 것이라 생각하며 자신이 옳다는 기준에서 외부를 바라본다. 새롭게 리뉴얼하지 않으면 고정된 생각과 관념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혼식’이란 단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용어를 사용하는 세대를 이해해야만 한다. 그럼 비혼식이란 단어를 모르는 기성세대를 위하여(적어도 40대는 50% 정도 모를 것이고, 50대 이상은 90% 모를 것이고, 60대 이상은 들어도 이해를 못할 것이고, 70대 이상은 알면 말세라 할 것이다) 잠
요즘 의료계는 두 개의 초유 사건으로 충격을 받았다. 치과계에는 투명치과 원장 구속영장 청구와 그 전 직원 6명 입건이라는 사태가 발생하였고, 의과계에는 의료기기 영업사원 대리수술 뇌사사건이 발생했다. 이 두 사건은 의료인으로서 최소한의 양심과 윤리가 없었다는 면에서 일치한다. 돈벌이라면 무엇이든 다한다는 나쁜 사회풍조를 의료인들이 행했다는 사실에 분노를 넘어 슬프다. 더욱 슬픈 것은 그 의사의 답변이었다. 왜 대리수술을 시켰냐는 질문에 자신은 외래 진료가 바빠서 어쩔 수 없이 시켰다고 변명했다. 이미 그에게는 외래환자가 많아지면 의사를 더 고용하거나 환자 수를 조정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생각이 없었다. 다른 의사를 고용하지 않은 것은 다른 의사가 진료를 잘하지 못할까 두려웠던 것이 아니라는 점은 확실하다. 영업사원에게 대리수술을 시켰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돈을 위해 양심에 영혼까지 팔아버렸다. 두 번째 공통점은 원장과 그 외의 사람들이 범죄에 가담한 사실이다. 투명치과사건에서는 전 직원 6명이 입건되었다. 무면허 대리수술 사건에서는 영업사원이 가담되었다. 물론 두 사건에서 연관자들이 가담한 사유는 다를 것이다. 치과 전 직원들은 아마도 인센티브라는 유
9월16일 대한심신치의학회의 창립총회 소식에 축하를 전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치과계 환경에서 의료 종사자로 사는 것이 쉽지 않다. 치과계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에 걸쳐 상식을 넘어선 일반적이지 않은 메시지들이 들려오고 있다. 한의원에서 봉침을 맞고 쇼크에 빠진 환자를 같은 층에 있는 가정의학과 원장이 응급처치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환자가 사망한 일이 있었다. 이에 유가족들은 도움을 주러왔던 가정의학과 원장까지 처치가 늦었다는 이유로 소송을 하였다. 이 사건은 필자에게 두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응급처치를 해준 의사를 소송하는 유가족이 상식을 벗어난 것인가? 아니면 지금 우리 사회가 일단 소송하는 것이 상식의 선으로 변해 있는 것인가? 사회전반에 걸쳐 과거와 비교해 상식을 재는 잣대가 바뀐 것만은 확실하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생각이 다른 것은 당연하지만 사회에 통념상 적용되는 상식을 넘어서는 사건이 요즘 많이 보인다. 이런 사회 환경에서 환자를 대하는 의료종사자들은 두 가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첫째, 상식의 잣대가 변해있는 환자는 의료행위나 질환을 판단함에 있어서 의료인을 믿기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거나 혹은 스스로 새로운 형태의 질환을 만들어내는 경우
울산 대왕암을 다녀왔다. 울산여자치과의사회 강연을 마치고 다음날 아침 호우주의보에도 불구하고 도착한 대왕암의 첫 모습은 평범하였다. 너무도 평범한 모습은 기도드리는 사람들의 징소리조차 무색하게 하였다. 돌아오는 기차에서 대왕암을 검색하면서 대왕암의 평범함은 새롭게 다가왔다. 대왕암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있다. 유골을 뿌린 곳이라는 이야기와 수중릉이라는 이야기다. 삼국사기에는 산골처(유골이 뿌려진 곳)로 되어 있다. 3국을 통합한 문무대왕은 자신의 화려한 능묘를 만드는 일에 얼마나 많은 백성이 수고를 할지를 알고 그는 용이 되어 왜구의 침입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화장할 것을 원하여 산골한 곳이 대왕암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통일을 완성한 위대한 왕의 업적보다는 죽어서도 자신의 무덤을 만들고 관리하는 데 고생하는 백성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을 보인 진정으로 위대한 왕이었다. 두 번째 이야기인 수중릉에 대한 것은 도굴을 막기 위하여 삼국사기에 화장하여 산골한 것처럼 기록한 것이지 실제로는 무덤이 존재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에는 산골처에 더 믿음이 간다. 대왕암에서 평범함과 고즈넉함이 수 천 년 넘어 조금도 변함없이 그대로 전해지고 있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
주말에 한 영화를 보았다. 영화 속 장남은 아버지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했고 형제 중에서 차별을 받았다는 생각으로 가출하였다. 아버지 장례식에 와서 유품으로 남은 편지를 보고서야 비로소 아버지가 자신을 미워하지 않았고 사랑하였다는 것을 아는 내용이었다. 아버지는 은연중에 본인이 겪은 장남의 무게가 무거워서 큰아들을 좀 더 강하게 키우고 싶었던 것을 아들은 차별로 인식하였다. 우리 속담에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속담이 있는 것을 보면 자식들이 부모로부터 차별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영화에서처럼 장남이나 장녀가 차별을 받았다고 생각하기 쉽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자녀 입장과 부모 입장으로 나눌 수 있다. 부모가 동등하게 아이들을 대했다고 하더라도 아이들은 과거에 자신들이 겪은 것은 모두 잊어버리고 몇 가지 이벤트성 왜곡된 기억을 지니게 된다. 그래서 동생에게 보이는 부모 모습은 늘 생소하고 자신은 겪지 못한 사건으로 인식하여 부모가 자신을 미워하고 차별했다고 생각한다.부모 입장을 보면 우선 첫아이에서 경험을 해봐서 두 번째부터는 시행착오가 적어진다. 더불어 첫아이에서 보이는 기대감이나 관심도가 상대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