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날 시기인 8월 중순이 지났는데도 지속적으로 비가 내린다. 며칠째 내리던 비가 오늘 아침까지도 내리고 있다. 필자는 비가 오는 날을 좋아한다. 비가 내리면 번잡함이 사라지고 고즈넉해져서 좋다. 오늘 아침도 비가 내리면서 그렇게 시끄럽던 매미 울음소리가 사라지고 고즈넉한 한가함이 있어 좋다. 더불어 창밖에서 들리는 빗소리도 좋다. 특히 비오는 날에 자동차 안에서 빗줄기가 천장에 부딪치는 소리는 더욱 좋다. 이럴 때면 지금은 이룰 수 없지만 아랫목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고구마를 까먹으면서 만화책을 보는 것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필자에게 비오는 날은 좋은 추억과 기억이 있다. 반면 비오는 날이면 우울해지는 사람들도 있다. 비가 오면 우울해지는 사람들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는 과거의 불행한 경험에 의한 정서적 원인이다. 즉 비와 연관된 안 좋은 경험을 지닌 것이다. 예를 들어 비오는 날에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다던가 아니면 빗길에서 심한 사고를 당했다던가하는 등등으로 비가 심리적인 트라우마의 원인으로 자리 잡은 경우이다. 두 번째는 빛에 반응하는 멜라토닌과 연관된 생리적 원인이다. 비가 오면 일조량이 줄어들면서 멜라토닌 분비가 적어지면서 우울증
“4시 40분 알람소리에 눈을 뜨고, 아버지 집에 오니 아직 5시도 안되었다. 안방에 TV도 켜져 있고 화장실에 불이 켜진 것이 아버지께서 화장실에 계신 모양이다. 오늘은 깨우는 실랑이가 없어서 좋았다. 아버지를 모시고 아침 운동을 나오니, 내가 좋아하는 비가 내렸다. 평소 나의 로망이 비오는 날에 우산을 쓰고 걷는 것인데, 오늘 새벽에 소원이 이뤄져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비가 와서인지 운동을 나온 사람들이 거의 없어서 아버지와 둘이서 황제산책을 할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사람이 없는 덕에 ‘천년을 빌려준다면’과 ‘안동역에서’를 크게 틀어놓고 따라 부르며 올 수 있어서 좋았다. 평소라면 팔각정을 한 바퀴 돌고는 대나무 밭 안에 있는 평상에서 15분간 쉬면서 간식을 드셔야 하는데, 비도 오고 평상이 젖어서 바로 돌아오게 되니 아버지가 힘들다고 투덜거리셨다. 사우나에 도착하니 아버지 몸은 온통 땀이셨다. 아버지가 온탕에 계시는 동안에 시간을 내어 팔굽혀펴기 80개와 맨손 스쿼트를 200개 하는데 오늘 따라 온탕에서 나올 생각도 없으신 모양이다. 평소에는 일찍 나오셨는데 비온 탓인지 나오시지 않는 덕분에 3년 만에 처음으로 스쿼트 400개를 했다. 허벅지가 터
한일 월드컵이 있던 2002년, 로또가 처음 시행될 때의 풍경이 생각난다. 상점마다 길게 줄을 늘어서서 어떤 번호를 선택할까를 고민하였다. 아마도 전 국민이 한번 씩은 경험했을 것이다. 로또가 새로운 경험이 된 것은 기존의 복권방식과 다른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선택된 번호의 복권을 사는 방법에서 자신 스스로 번호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을 구매자에게 준 것이 로또이다. 로또는 사람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판매를 늘렸다. 로또를 사러 가면 점원이 스스로 번호를 선택하는 방법과 기계가 번호를 선택하는 방법 중에 어느 것인가를 묻는다. 구매자의 성격에 따라서 선택이 달라진다. 객관적으로 기계가 선택한 방법과 자신이 선택한 방법이나 수학적인 당첨확률은 동일하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람 마음에는 자신이 선택한 번호가 당첨될 확률이 더 높을 것이란 생각이 은연중에 생긴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컨트롤 환상’이라고 한다. 즉 자신은 운조차도 컨트롤할 수 있다는 자기편의적인 사고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자기편의적 사고’를 교묘하게 복권판매에 이용한 것이 로또이다. 스스로 번호를 기록하는 사람과 기계에 맡기는 사람의 심리를 보면 스스로 기록하는 사람이 자기편의적인…
동네 AS센터에서 자동차 엔진 오일과 시거잭 홀더를 교환하고 돌아오는데 전과 다르게 자동차 핸들이 무겁게 느껴졌다. 센터에 연락해보니 자신들이 행한 행위와 핸들이 무거워진 것은 전혀 무관한 일이며 때가 되어서 발생한 일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같은 날 발생한 것은 우연이지 연관성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필자의 마음 한구석에는 그들의 말에 대한 불신이 가시지 않았다. 결국 그들의 말이 의심되어 중앙 AS센터로 가보았는데 20대 초반의 기사가 핸들 기어를 갈아보고 안되면 펌프를 갈아 보자는 말을 했다. 그런데 그의 태도와 나이에서 연륜과 내공이 느껴지지 않아서 지인을 통해 알아보니 핸들 펌프 오일만 갈아보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대로 주문하였다. 젊은 기사는 전혀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말을 흘리면서 뭔가 불만인 눈치였다. 오일 교환은 7만원이고 기어교환은 120만원이고 펌프교환은 50만원이라고 들었다. 그때부터 필자의 마음에는 또 다른 의심이 싹트기 시작했다. 왜 순서가 싼 것부터가 아니고 비싼 것부터일까. 젊은 기사는 자신의 경험상 기어를 교환해야 할 것이란 말을 강조하는 상황이었다. 필자가 책임지기로 하고 오일교환만을 진행했다. 그 후 마지못해 오일만 교환
긍정의 힘은 마음에너지를 증가시킨다는 말이 있다. 반면 부정적인 생각은 마음에너지를 고갈시키고 결국 심신을 피폐하게 만든다. 심리학, 정신학, 종교학, 인류학 등에서 공통으로 하는 말이다. 마음에너지가 몸과 연관되어있다는 것이 심신의학이다. 결국 시작은 마음이다. 동양철학인 유학도 마음에서 출발한다. 불교의 교리도 마음에서 출발한다. 기독교의 교리도 사랑이란 마음에서 출발한다. 즉 긍정의 마음이다. 긍정의 마음이 마음에너지를 증가시키고 그것이 몸을 보호한다. 긍정의 마음에는 사랑, 봉사, 자비, 헌신, 긍휼, 기쁨, 은혜, 희망, 소망, 여유 등이 있고 이는 마음에너지를 증가시킨다. 반면 부정적 마음에는 미움, 복수, 화냄, 신경질, 짜증, 분노, 조급함, 폭력, 스트레스 등이 있고 이는 마음에너지를 고갈시킨다. 긍정의 마음에너지에는 두 가지 단계가 있다. 긍정의 마음에너지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긍정적 행동과 생각을 하여야 한다. 마음에너지가 충만해지고 넘치면서 타인을 위한 긍정적 행동을 한다. 그렇게 행해지는 긍정적 행동에 의해 다시 마음에너지가 더욱 충만해지는 선순환구조를 지니게 된다. 반면 부정적 마음은 부정적 행동을 유발시키고 이것이 마음에너지를 점차…
심신의학(정신 신체의학)이란 말이 아직 우리사회에서는 조금은 생소한 느낌이 있다. 영어로는 ‘psychosomatic medicine’이며, 신체의 병 치료에 심리학의 원리와 방법을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에서 Psychosomatic dentistry는 오래되었다. The Journal of the American Society of Psychosomatic Dentistry and Medicine이 1983년에 International journal of psychosomatics로 바뀌었다. 아마도 처음에 치과의사와 의사가 모여 학회를 시작하였지만 규모가 커지면서 통합의 필요성으로 이름을 바꾼 듯하다. 그 즈음 1986년 일본에서는 치과심신의학회가 설립되었다. 일본이 경제적으로 버블을 경험하면서 나타난 장기 불황인 ‘잃어버린 20년(1991~2011년)’에 진입하기 바로 직전이다. 물론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1990년의 동서독 통일, 1991년 소련 해체, 1993년 EU통합이라는 큰 사건들이 같이 맞물리며 나타난 현상이었다. 일본 장기 불황과 버블이 시작된 시점인 1985년 플라자합의에 의한 엔고현상이 학회 출발 시기와 유사한 것은 결코 우연
요즘 필자는 과감하게 스마트폰에서 페이스북을 지웠다. 1년 전에 밴드를 지웠고 이번에 페이스북을 지웠다. 인스타그램은 2년 전에 시작하자마자 바로 지웠다. 이제 카카오톡만 남았다. 카톡은 외국에 거주하는 아이들과의 유일한 창구이니 남겨두기로 했다. 필자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이유는 세 가지이다. 전화하고 문자를 주고받는 전통적인 기능이 첫 번째이다. 두 번째는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같은 SNS이다. 셋째는 실시간 뉴스였다. 그나마 요즘은 전통적인 전화는 문자나 카톡으로 대치되었다. 필자는 이제 스마트폰을 멀리하고자 한다. 아는 지인 중에 스마트폰이 없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 그들은 나름의 철학과 가치관이 있다. 물론 현대를 사는 사람이 스마트폰이 없다면 여러 가지로 불편함을 감수해야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이동 중에도 스마트폰에서 뉴스를 보고 있는 필자 자신의 모습을 깨닫고 사용시간을 줄이기로 했다. 일단 이동 중에는 가방에 넣고 특별한 연락상황이 아니면 식사중이나 일상에서 보지 않기로 하는 ‘스마트폰 길들이기’를 시작했다. 요즘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두 가지를 얻었다. 내가 스스로 생각하는 나만의 시간을 얻었다. 두 번째는 세상의 정보와 뉴스
어제 천둥과 번개가 치더니 단비가 내렸다. 오늘 아침은 소강상태이지만 내일부터 장마전선이 북상한다는 소식이 반갑다. 올해는 극심한 가뭄으로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한다. 과거 농업시대라면 심각한 문제가 나타날 정도의 가뭄이다. 그나마 지금 우리나라가 농업의존도가 적은 산업 국가이고 식탁에 오르는 농산물 대부분이 수입물이거나 대체 가능해 심각한 기근을 맞이하지 않는 것이다. 옛날이었다면 대기근으로 민란이 발생할 정도인 상황이다. 과거 기록을 보면 삼국시대부터 조선 말기까지 2,000년 동안 304회의 가뭄 피해가 있었다. 그중에 서로 사람을 잡아먹을 정도의 극심한 경우가 23회, 대기근이 82회였다. 이 정도면 대기근 이상이 100회 이상이었고 20년에 한번은 심각한 대기근이 발생한 것이다. 가뭄은 대략 6년에 한번 발생하는 편이다. 조선시대에는 강수량측경기의 측우기와 하천의 수량을 측정하는 수표가 발명되고 소류지, 보, 제언 등의 수리시설이 발달되었다. 이렇듯 가뭄은 한반도에 항상 같이하는 단어였다. 가뭄에 대해 조사를 해보면 슬픈 기록들을 볼 수 있다. 삼국시대에는 “우기인 7월에 강우가 없어 풀과 나무는 말라죽었다. 백성들은 기근에 시달려 서로 잡
요즘 참 이해하기 힘든 사건이 두 건이나 발생하였다. 양산 외벽 밧줄 절단 추락사건과 충주 인터넷기사 살인사건이다. 양산 밧줄사건은 한 아파트 외벽 작업을 하던 인부가 밧줄이 끊겨 추락하여 숨진 사건이다. 그런데 문제는 누군가 고의로 밧줄을 끊은 것이다. 범인은 41세 남자로 잠자는데 밧줄기사의 스마트폰 소리가 잠을 방해해 소리를 줄여달라고 하였지만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 소리가 나서 홧김에 밧줄을 끊었다고 한다. 두 번째는 인터넷을 수리하러 온 기사를 살인한 사건이다. 범인은 55세 남자로 평소 인터넷 속도가 느리고 자주 끊기는 것이 인터넷회사가 고의로 자신의 컴퓨터를 느리게 한다는 이유로 AS기사를 살해했다. 심리학적으로 양산 외줄 절단사건은 범인이 분노조절장애에 의한 행동이었고, 충주 인터넷 AS기사 사건은 범인이 피해망상으로 저지른 것이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범인이 중년이 넘은 남자라는 것이다. 필자는 이 어이없는 두 사건의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적어도 30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형태의 사건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30년간 가장 많이 변한 것이 무엇인가. 그동안 가장 큰 변화는 수명 연장이었다. 수명이 급격히 늘어난 반면 사회는 경험해보지…
작년 봄 즈음에 40대 재미교포 치과의사가 부산서 생모를 만난 다음날 숨진 채 발견되었다. 그는 어려서 이혼한 아버지와 미국에 이민을 갔고 미국서 치과의사를 할 정도의 성공한 삶이었다고 한다. 경찰 발표에 의하면 최근 미국에서 치과의사 면허를 정지당하고 힘들어 했으며 마지막으로 생모를 만나려고 한국에 간 모양이라고 유족이 전했다고 했다. 1990년대에 미국에서 조사된 가장 자살을 많이 하는 13개 직업에서 치과의사가 1위를 하였다. 평균에 비해 1)치과의사는 5.4배 2)음악가 3.6배 3)예술가 2.8배 4)무용수 2.7배 5)작가 2.6배 6)사진작가 2.5배 7)예술가 2.1배 8)목수 2배 9)의사 2배 10)코미디언 1.9배였다. 그것이 2011년 조사에서는 1)비숙련가 2)내과의사 3)치과의사 4)수의사 5)금융종사자 6)안마사 7)중노동자 8)도시 기획자 9)가내수공업자 10)부동산중개사 11)변호사 순이었다. 2014년 조사에서는 1)의사 2)치과의사 3)금융종사자 4)변호사 5)경찰 6)부동산중개사 7)전기기술자 8)농부 9)약사 10)과학자였다. 반면 2017년 영국에서 조사된 것을 보면 1)건설노동자, 2)초등학교 교장과 서비스종사자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