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와 같이 아주 사소한 의료행위라 할지라도 의료기사법에 명시되지 않은 의료행위를 지시해서는 결코 안된다. 치과위생사에게 발사를 지시했다가 행정소송에 휘말린 사례가 보고되고 있어 개원가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 한 치과에서 치과위생사에게 발사를 지시한 일이 벌어졌다. 사랑니를 발치한 후 염증이 심해 실로 꿰맸고, 발사를 치과위생사에게 지시한 것. 환자는 관할 보건소에 민원을 넣었고, 해당 치과는 기소유예의 형사처분과 한 달 반의 자격정지와 업무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았다.
이번 사건에 정통한 한 원장은 “다른 건으로 보건소에 민원을 넣는 과정에서 스탭에 의한 위임진료가 적발된 케이스”라며 “불법위임진료의 경우 3개월의 자격정지와 업무정지에 해당하지만, 해당 치과가 환자와 합의를 봤다는 점에서 한 달 반으로 경감됐다”고 말했다.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조에 따르면 치과위생사의 업무범위는 치석 등 침착물 제거, 불소 도포, 임시 충전, 임시 부착물 장착, 부착물 제거, 치아 본뜨기, 교정용 호선의 장착·제거 등으로 명시돼 있다. 현재 해당 치과는 발사가 의료기사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임시부착물 제거보다 시술 위험이 적고, 실밥 또한 임시부착물 제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물론 정확한 판결을 기다려봐야 하겠지만, 승소는 불투명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서울시치과의사회 이재석 법제이사는 “발사의 경우 임시부착물 제거보다 위험이 덜한 시술이라는 점에서 무심코 스탭에게 지시하는 경우가 있는데, 실밥이 임시부착물에 해당하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알게 모르게 스탭에 의한 위임진료가 행해졌으나, 최근에는 인식이 많이 바뀌어 사라지고 있는 추세”라며 “발사와 같이 사소한 부분도 위임진료에 해당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위임진료의 범주에 대한 인식을 더욱 확대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몇 달 전에는 치과위생사들에게 업무범위 외의 진료행위를 지시한 치과의사 2명이 각각 500만원의 벌금에 처해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당시 해당 치과의사들은 치과위생사가 업무범위 외의 진료를 하는 것을 몰랐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지시하는 행위뿐 아니라 방임하거나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하는 것도 위법에 해당한다며 벌금형을 최종 확정했다.
의료인 스스로가 불법위임진료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발생할 수 있는 의료분쟁의 소지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전영선 기자 ys@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