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삼일절이었다. 지인들과 장사익 선생이 기획한 흑우 김대환 추모공연을 보았다. 흑우 김대환은 한 시대를 풍미한 예술인이었다. 음악에서는 타악기에서 전위음악까지, 서예와 조각으로는 쌀 한 톨에 반야심경을 새겨 기네스북에 오른 기인이었다. 그리고 그의 음악세계가 일본에까지 영향을 주어 일본의 예술인들과 같이 공연한지 12년이 되었다. 그의 예술에 대한 정열은 지금도 한국 음악의 흐름 속에 같이 살아 숨 쉬고 있다. 그는 살아서는 기인이었고 죽어서는 선각자였다. 지금도 남과 다르게 사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많은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지금 우리 교육 현실은 획일화를 요구하고 개성을 말살하고 있다. 심지어는 학교교육이 죽었다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한다. 하지만 이런 교육 현실을 알면서도 벗어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에 모두 공감한다. 그 내면의 이유에는 남보다 뛰어나야 한다는 경쟁심과 1등을 해야 한다는 이기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것들이 모여서 지금의 한국사회를 만들었다.
얼마 전 조사에서 한국이 OECD국가에서 1등하는 것이 50가지가 있다고 발표되었다.
1)자살률 : 8년간 연속 1위 2)산업재해 사망률 : 2012년 기준 2위 국가의 세 배 3)가계부채 1위 : 불룸버그 통신 발표 4)남녀 임금 격차 : 13년째 1위 5)노인 빈곤율 6)청소년 흡연률 7)성인 흡연률 8)가장 낮은 최저임금 9)저임금 노동자 비율 10)자동차 접촉 사고율 11)인도에서 교통사고율 12)보행자 교통사망률 13)어린이 교통사고 사망률 14)노인 교통사고 비율 15)교통사고 사망률 높은 국가 16)학업시간 가장 높은 순위 17)환경평가 뒤에서 1위 18)어린이 행복지수 낮은 순위 19)청소년 행복지수 낮은 순위 20)이혼 증가율 21)결핵환자 발생률 22)결핵환자 사망률 23)당뇨 사망률 24)남성 간질환 사망률 25)대장암 사망 증가율 26)심근경색 사망률 27)온실가스 배출 증가율 28)노령화 지수 29)국가채무 증가율 30)자살 증가율 31)공공 사회복지 지출 비율 32)실업률 증가폭 33)대학교육 가계부담 34)낙태율 35)과학 흥미도 낮은 순위 36)중년여성 사망률 37)사교육비 지출 38)15세 이상 술 소비량 39)독주 소비량 40)출산률 낮은 순위 41)세부담 증가속도 가장 빠른 순위 42)근무시간 많은 순위 43)국가부채 증가 속도 44)식품물가 증가율 45)양주 소비율 46)저출산 47)공교육비 민간 부담 48)사회 안전망 가장 안 좋은 순위 49)정치적 비전이 안 좋은 순위 50)고등교육 국가 지원 비율 낮은 순위이다.
이상과 같은 내용을 살펴보고 한마디로 정리하면 ‘행복하지 않은 사회.’이다. 우리사회가 정신없이 달려온 고도성장의 뒷모습이며 후유증이다.
어제 공연에서 아쟁과 일렉트릭 베이스 기타의 협주가 있었다. 전혀 어울리지도 않고 완벽한 불협화음이었다. 아쟁의 최고 고음과 일렉트릭 기타의 극저음에서 시작하여 아쟁의 최저음과 베이스기타의 최고음으로 만나려하지만 결국 맞추지 못하고 겨우 겨우 마무리되는 연주였다. 비록 아름다운 연주는 아니었으나 그냥 우리가 살고 있는 인간세상의 본모습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다. 그냥 들으면 불협화음의 음악이고 아름다운 선율과 시끄러운 소리의 결합이었지만 한번 접어서 생각하면 그것이 미추의 양극단이 아닌 그냥 일상의 생활을 연주하고 표현한 것이다. 처음 접한 사람들은 난해하다고 생각하고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의 머리와 가슴의 불협화음보다 더 난해한 것이 있겠는가를 생각해보면 이해하지 못할 예술이 없다. 어쩌면 남과 다르게 살았던 흑우 김대환이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살았고 우리들이 양극단의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너무 모차르트의 감미로움에 익숙해져 있다. 모차르트의 음악이 마약 같은 극치라면 김대환의 음악은 그냥 삶의 음악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의 음악세계가 평소 잊고 살았던 아주 쉬운 진리를 일깨워준다. 김태희의 얼굴이 표준이 아니듯이 모차르트의 음악이 표준이 아니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