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폐지성(犬吠之聲)

2025.08.04 08:45:26 제1123호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720)

7월 중순을 넘어서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린다. 37~38도를 넘나들고 28도 정도는 선선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런 탓일까? 요 며칠 사이에 상식을 벗어난 소식들이 들려온다. 날씨 탓으로 돌리고 싶지만, 요즘 발생한 사건들이 아니니 조금 더 더워졌다.

 

전북의 한 고등학교 남학생이 20대 여교사에게 자신의 성기 사진과 성적인 발언을 담은 메시지를 보냈다. 교사는 학교에 알렸고 학교는 관할 교육지원청에 교권보호위원회를 요청했다. 그러나 교권보호위원회는 가해 학생의 행동을 ‘교권침해’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가 SNS는 사적인 채널이고 메시지를 보낸 시점이 교육시간 외였다는 이유다.

 

뭔가 답답함을 넘어 참담하다. 학교 교문을 나서면 그때부터는 학생도 아니고 선생님도 아니라는 논리다. 근무시간이 아니면 대통령도 아니고 군인도 전쟁 중에 총을 쏘다가도 근무시간이 지나면 전투를 멈춰도 된다는 논리다. 그냥 한마디로 ‘견폐지성(犬吠之聲)’이다.

 

이번 결과는 다른 학생들에게 그런 비슷한 행동에 대한 면죄부를 준다는 것을 모르는 극단적인 무지의 소치다. 아니면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처럼 그 학생 부모가 재벌이든가 아니면 권력자라고 의심해야 하는가? 이번 조치로 한국 교육은 사망했다. 여교사를 성적 대상으로 보고 그것을 스토커 식으로 표현한 것에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면죄부를 부여한 전북 교권위원회는 자성하고 모두가 사라져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하룻밤 새벽에 후보를 바꿔버리는 국민의힘의 비상식적인 행동을 보며 받은 충격과 비슷한 느낌이다. 대선 후보를 교체한 집단의 생각의 맥락과 근무시간이 아니니 교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맥락은 동일 선상에 있다. 그들은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력 집단이라는 면에서 동일하다.

 

또 비상식적인 결과를 내놓으며 이해 불가한 논리를 동원한 것에서도 동일하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자행되던 관행들이 모여 최악의 교육환경을 만들었다. 결국 교육은 스스로 무너졌고, 이젠 파멸을 넘어 사망에 이르렀다. 이번 결과에 대해 모든 천박한 단어를 담아서 최고의 매언(罵言)을 한다. 어떻게 유치원생도 아닌 고등학생이 한 이런 쓰레기 같은 행동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단 말인가. 얼마나 상식과 관용의 폭이 넓기에 그런 판단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교육위원들은 모두 성현의 레벨을 넘어 부처의 경지에 이른 자들인가. 아니면 영화에서처럼 뒷거래를 했다고 상상해야하는가. 그들은 자신들이 결정한 비합리적인 판단이 상식을 지키며, 또한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지 모를 것이다. 아니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가.

 

아무리 관용의 마음을 확장해 이해하려 노력해도 이해가 불가능하다. 고등학생이 여교사에게 그런 추악한 사진을 보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교권이 추락한 것도 경악스러운데 그런 사실이 교권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교권보호위원회는 더욱 충격적이다.

 

과연 그들은 누구를 위한 위원회이고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교권은 필자가 생각하는 교권과 다른 교권인가? 정치인들이 야밤에 대권 후보를 바꾸면서까지 지키고자 했던 국가는 필자가 알고 있는 국가와 다른 국가인지 궁금했었다. 그들이 생각하는 상식은 필자가 알고 있는 상식과 다른 것인지 궁금하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있다. 근무시간이 지나도 교사는 분명 교사고 학생 역시 학생이다. 학생이 여교사를 성희롱한 것은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분명히 잘못이라는 사실이다. 무슨 이유와 사연으로 그 사실이 교권침해가 아닌 것으로 된 순간 교육은 이미 살아도 죽었다.

 

세상에서 아무리 달을 해라고 우겨도 바뀌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다만 어느 집단에서 상식이 거부될 때 그 사회는 도덕이 무너지고 양심과 양식이 도태된다. 안타깝게도 교권보호위원회는 그렇게 결정했고 다시 위원회가 번복할 수 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바꿀 수 있다면 바꿔야 하고, 바꿀 수 없다면 그 기관은 교육을 위하여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그들도 사라져야 교육이 산다. 한 마디로 구성(狗聲)이었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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