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연말을 앞두고 미국 주식시장을 둘러싼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연말 특유의 계절적 강세, 이른바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존재하는 한편, 경기 둔화 가능성과 주식시장의 고평가 논란을 근거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힘을 얻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산배분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단기적인 랠리의 성사 여부를 예측하는 데 있지 않다. 현재 시장이 기준금리 사이클상 어느 국면에 위치해 있는지를 정확히 인식하고, 이에 부합하는 포트폴리오 구조를 점검하는 일이 보다 본질적인 과제가 된다.
자산배분 투자는 특정 자산의 단기성과를 맞히는 데 목적을 둔 전략이 아니다. 금리와 유동성, 경기 국면의 변화에 따라 상대적으로 유리해지는 자산과 불리해지는 자산을 구분하고, 이를 주기적으로 조정함으로써 장기적인 위험 대비 수익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기준금리는 자산가격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동일한 경제 지표와 기업 실적이 발표되더라도, 금리 사이클상 어느 국면에 위치해 있는지에 따라 시장의 해석과 반응은 크게 달라진다.
코스톨라니의 달걀 모형에서 금리 인하 국면에 해당하는 오른편 구간을 A-B-C-D로 나누어 살펴보면 금리 사이클의 흐름은 보다 분명해진다. 첫 금리 인하(B) 이후의 초기 단계에서는 위험자산이 반등할 여지가 존재하지만, 사이클이 중후반으로 진행될수록 시장은 점차 표면적인 지표보다 유동성의 질과 그 지속 가능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연준의 통화정책 역시 사전에 제시된 경로대로만 움직이지는 않는다. 점도표와 같은 정책 가이던스가 존재하더라도, 경제 여건이 급변할 경우 정책의 속도와 방향은 언제든 조정될 수 있다. 실제로 과거 사이클에서도 금리 인하가 비교적 질서 있게 진행되다가 2020년 3월 경제위기 국면(C)에 접어들며 급격한 정책 전환이 나타난 사례는 이러한 특성을 잘 보여준다.
현재의 금리 환경은 이러한 금리 인하 사이클의 후반부에 근접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시점에서 자산배분 전략의 우선순위는 추가적인 수익을 추구하기보다, 이미 확보된 성과를 관리하고 향후 변동성 확대에 대비하는 데 있다. 위험자산 비중을 점진적으로 조정하는 이익실현은 시장에 대한 비관적 전망에 직접적으로 베팅하는 행위라기보다, 상승 과정에서 과도하게 확대된 자산 비중을 축소해 포트폴리오의 위험 수준을 본래의 목표 범위로 되돌리는 과정에 가깝다. 자산 가격이 상승할수록 동일한 비중이라 하더라도 실제 위험 노출은 자연스럽게 확대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안전자산의 역할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금과 달러와 같은 자산은 경기 확장 국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지만,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에서는 포트폴리오의 완충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개별 자산의 단기적인 등락이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도 전체 자산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이 유지되는지 여부다. 자산배분의 핵심은 ‘무엇이 더 오를 것인가’에 있기보다, 자산 가격이 하락하는 국면에서 전체 포트폴리오의 손실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가에 있다.
시장 심리를 반영하는 보조 지표 역시 이러한 점검 과정에서 참고할 만하다. CNN 공포·탐욕 지수와 같은 심리 지표는 절대적인 수준보다 흐름과 추세가 더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상승장이 건전한 구간에서는 가격 상승과 함께 투자 심리도 개선되지만, 사이클의 후반부로 접어들수록 공포·탐욕 지수는 정체되거나 하락하는 반면 가격은 고점을 높이는 이른바 ‘하락 다이버전스’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괴리는 시장 내부에서 위험 선호가 점차 약화되고 있음을 시사할 수 있다. 실제로 과거 주요 고점 국면에서도 공포·탐욕 지수의 하락 다이버전스는 반복적으로 관찰돼 왔다.
S&P500 지수의 가격 흐름 역시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고점 돌파 이후 형성되는 상승 채널과 채널 상단 도달 실패, 변동성 확대 속에서 나타나는 제한적인 고점 갱신은 상승장이 점차 막바지 국면에 접어들며 시장의 성격이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이 곧바로 하락 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승 국면이 이전과 같은 안정적인 추세에서 점차 불균형이 확대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국면에서는 공격적인 비중 확대보다는 단계적인 비중 조정과 관망이 보다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자산배분 투자자에게 2025년 연말의 미국 증시를 바라보는 핵심 질문은 ‘산타랠리가 나타날 것인가’보다는, ‘주식시장의 과열이 포트폴리오 리스크를 과도하게 키우고 있지는 않은가’에 있다. 자산배분 전략은 정확한 고점을 맞히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 시장 국면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위험을 관리하고, 다음 기회를 준비하는 데 그 본질이 있다. 연말을 앞둔 지금은 추가적인 낙관에 베팅하기보다 자산 구성의 균형을 점검하고,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환경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욱 중요하다.
※ 본 칼럼에서 다룬 S&P 500 지수 분석은 패시브 자산배분 투자자의 전략적 참고용으로 작성됐으며, 실제 투자 시에는 시장을 충분히 분석하고 신중히 대응해야 합니다. 특히 이 분석을 레버리지 투자나 단기적인 트레이딩 매매의 기준으로 삼지 마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