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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칼럼

[치과신문 편집인 칼럼] 역사의 반복성; 대한의사협회 사례에서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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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헌 편집인

“역사는 반복되고, 사람은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한다.” 이 문장은 인류 역사상 가장 뼈아픈 격언 중 하나다. 이는 단순한 수사를 넘어 인간의 본성과 사회 구조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본 칼럼에서는 이 격언의 유래를 살피고, 우리와 궤를 같이하는 대한의사협회의 사례를 통해 회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야 할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의 현주소를 진단하며, 악순환을 끊어낼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역사학의 시조로 불리는 고대 그리스의 투키디데스(Thucydides)는 저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으므로, 과거에 일어났던 일은 미래에도 비슷한 형태로 되풀이된다”고 설파했다. 이것이 이른바 ‘역사의 순환성’에 대한 최초의 체계적 기록이다. 훗날 카를 마르크스(Karl Marx)는 이에 위트 있는 냉소를 덧붙였다. “역사는 반복된다. 한 번은 비극으로, 다음은 소극(笑劇, 웃음거리)으로.” 이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집단의 모습이 뒤로 갈수록 얼마나 비논리적이고 우스꽝스러워지는지를 신랄하게 풍자한 것이다.

 

치협보다 앞서 직선제를 도입했던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의 잔혹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이후 회원들의 직접적인 열망을 담기 위해 2001년 도입된 직선제는 민주주의의 꽃이 아닌 갈등의 씨앗이 되었다. 특히 의협 제34대 집행부(2006~2007년) 시절, 불법 선거운동 의혹으로 시작된 반대파의 퇴진 압박과 당선무효소송은 조직을 마비시켰다. 결국 회장은 정치적·법적 공방 끝에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중도 사퇴했고, 협회는 장기간 대행 체제와 보궐선거라는 소모적인 비용을 치러야 했다.

 

이후 제37대 집행부(2009~2012년) 시기에도 회무의 절반이 ‘재판 대응’에 투입되는 등, 직선제의 성장통은 소위 ‘정치의 사법화’로 변질돼 미성숙한 민주주의의 전형을 보여줬다. 필연적으로 정책 추진 동력은 상실됐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회비를 납부하는 회원들에게 전가됐다. 이는 마치 우리 개원의들이 진료 현장에서 예기치 못한 의료분쟁에 휘말려 진료에 전념하지 못하고 경영 리스크가 극대화되는 고통스러운 상황과 하등 다를 바 없다.

 

최근 치협 제34대 회장단 선거 이후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의협의 과거와 소름 끼칠 정도로 닮아있다. 근소한 득표 차이, 선거관리위원회의 전문성 부족으로 인한 행정 처분의 지연, 이어지는 소송의 개시 그리고 임기 시작 하루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전해진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인용이라는 숨 가쁜 전개를 보며 우리는 역사의 반복성 앞에 실소를 금치 못하게 된다. 이제 약 15년 전 의협의 혼란과 갈등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직선제라는 민주적 형식은 갖췄으되, 그 내용물이 채워지지 않아 공전하고 있는 협회의 방향타를 이제는 바로잡아야 할 때다.

 

선거관리규정의 미시적 세밀화, 선거관리위원회의 독립적 권한 강화 및 실효성 있는 징벌권 부여 등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깨어 있는 회원들의 엄중한 시선’만이 소송으로 점철된 역사의 굴레를 끊어낼 수 있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도전에 응전(Challenge and Response)하지 못하는 문명은 몰락한다”고 경고했다. 직선제라는 시대적 도전 앞에 우리 치과계가 내놓아야 할 응전은 무엇인가. 문명은 외부의 침략보다 내부의 신뢰 붕괴로 인해 무너진다. 리더가 대표성을 잃고 회무가 사법부의 판단에만 의존하게 될 때, 우리의 울타리는 스스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 위험천만한 역사의 반복성을 경계하고, 회원들로부터의 존경과 신뢰를 회복해 치협이라는 튼튼한 울타리를 다시 세워야 한다. 폭풍우가 지나가면 무지개가 뜨듯, 희망의 끈을 놓지 말자.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두운 법이며, 아무리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야 마는 것이 역사의 또 다른 진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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