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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신문 논단] 재선거 불가피한가…대의원총회 선거제-법리와 협회 운영의 관점에서 본 현실적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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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태 논설위원

치협 제34대 집행부는 출범과 동시에 중대한 법적 변수와 마주하게 됐다. 회장단에 대한 직무집행정지가처분이 인용되면서, 통상적인 회무 개시 자체가 제약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단순 분쟁이 아닌, 치협의 정상적 운영 기반이 법적 판단에 의해 직접 영향을 받는 국면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문제의 핵심은 ‘누가 옳은가’가 아니다. 보다 본질적인 쟁점은, 현재와 같은 법적 구조 아래에서 과연 안정적인 협회 운영이 가능한가에 있다.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은 본안 최종 판결로 당선 유효가 인정될 때까지 회무 수행 자체를 제한하는 강력한 효력을 가진다. 특히 이번과 같이 임기 개시 이전 또는 초기 단계에서 인용된 경우, 그 파급력은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가처분은 항소를 하더라도 일단 1심 가처분을 따라야 하기에 임원구성도 불가능하다. 항소심에서도 가처분이 인용된다면 본안 판결을 기다려야 하는데 여기서 당선 유효로 인정받아야 직무개시가 가능하다. 더욱이 본안 판결이 확정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기간 동안 치협은 사실상 정상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직전 집행부는 본안 소송이 선행되고 가처분이 이어진 구조였기에,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회무 수행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은 그 순서가 반대라는 점에서 법적·실무적 함의가 결코 가볍지 않다. 가처분 단계에서 이미 직무 수행이 정지된 상태라면, 본안 소송이 장기화될 경우 협회 운영은 장기간 ‘비정상 상태’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구조는 치협의 기능 자체를 위축시키는 문제로 직결된다. 정책 결정의 지연, 대외 대응력 약화, 내부 갈등의 장기화 등은 결국 치협 전체의 신뢰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그리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회원들에게 전가된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필요한 판단 기준은 명확하다. 법적 다툼을 지속하는 것이 치협의 이익에 부합하는가, 아니면 조속한 운영 정상화를 도모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인가 하는 점이다.

 

물론 현재 제기된 사안에 대한 실체적 진실은 본안 재판을 통해 가려져야 한다. 이는 법치주의의 기본 원칙이며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다만, 법적 판단의 시간과 치협 운영의 시간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법원은 긴 시간 동안 법적 진실을 규명하지만, 치협은 그 시간 동안에도 운영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재선거’는 더이상 정치적 선택이 아니라, 구조적 해법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

 

재선거는 결코 가벼운 결정이 아니다. 비용과 절차, 그리고 또 다른 갈등의 가능성까지 감수해야 하는 선택이다. 그럼에도 장기간의 직무정지 상태와 불완전한 의사결정 구조를 방치하는 것과 비교할 때 어느 쪽이 치협 전체에 부담이 덜한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재선거가 불가피하다면, 그 방식에 대해서도 보다 현실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직선제 원칙을 존중하되, 반복되는 법적 분쟁과 선거 비용, 그리고 치협 운영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적 장치가 필요하다. 한시적·예외적 형태로서 대의원총회를 통한 선출 방식 역시 충분히 검토 가능한 대안이다. 이는 제도의 후퇴가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의 기능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으로 이해돼야 한다.

 

지금 치협이 직면한 상황은 단순한 선거 분쟁이 아니라 법적 판단과 조직 운영이 충돌하는 구조적 문제다. 이럴 때일수록 판단의 기준은 더욱 분명해야 한다. 누가 유리한가가 아니라, 무엇이 치협을 살리는가이다.

 

모든 법적 권리는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그 권리의 행사가 치협 전체의 기능을 장기간 정지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 있는 결단 또한 요구된다. 따라서 재선거는 패배가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의 정리일 수 있다. 갈등의 연장이 아니라, 정상화의 출발점일 수 있다. 각자의 법리적 정당성에 머무는 판단이 아니라, 치협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결단이다. 이 점은 특히 신임 회장단에게 필요하다.

 

재선거를 받아들이더라도 가장 바람직한 대안은 대의원총회를 통한 선출 방식이다. 때로는 파격적인 대안을 찾는 것도 훌륭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물론 사전에 회원들의 양해와 후보들과 대의원들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누구의 책임을 따지는 것에 앞서, 치협의 미래와 회원들의 신뢰를 지켜낼 수 있는 방향을 찾는 일이다. 모든 구성원이 이러한 공통의 목표를 바탕으로 지혜를 모은다면, 이번 위기 역시 치협을 한 단계 더 성숙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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