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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더불어 살아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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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 (758)

한자에 遊(놀 유)와 悠(멀 유)가 있다. 유람(遊覽)과 유희(遊戱)에서는 ‘유(遊)’를 사용하고, 유유자적(悠悠自適)과 유구하다(悠久)에서는 ‘유(悠)’를 사용한다. 이 두 글자의 공통점은 즐거움에 있다. 유(遊)는 몸을 움직이면서 얻는 즐거움이고, 유(悠)는 마음의 작용이다. 쉽게 요약하자면 遊는 ‘공간적인 움직임과 즐거움’이고, 悠는 ‘시간·공간적인 아득함과 마음의 여유’를 뜻한다.

 

고전 장자는 소요유(逍遙遊) 편으로 시작된다. 소요(逍遙)란 노닐며 걷는다는 의미로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을 의미한다. 장자는 소요(逍遙)하면 진정한 유(遊)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몸이 자유로워야 완벽한 자유가 된다. 몸이 완전한 자유의 유(遊)를 얻기 위해서는 선행적으로 마음이 걸리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 해외여행을 갔는데 부모님이나 가족 중에 누군가 아프다면 결코 몸이 자유로운 여행이 아닌 것이다. 유(遊)는 어디에도 걸리지 않는 한마디로 유유자적(悠悠自適)한 자유다. 마음이 편해야 몸도 자유로울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유(遊)와 유(悠)는 상호 필요조건이다. 마음이 편해야 몸이 편하고, 몸도 자유로워야 마음도 편해진다.

 

장자가 말한 유(遊)는 마음의 유(悠)를 포함하여 불교에서 말하는 해탈과 같은 맥락의 자유다. 해탈(解脫)도 거미줄에도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완전히 벗어난 자유다. 마음이 자유를 누려야 비로소 몸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래서 장자는 몸이 자유로워지면 되었다. 이를 천자문에서는 산려소요(散慮逍遙)로 표현하였다. 산려(散慮)란 쓸데없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다. 헛생각을 버리는 것이 소요(逍遙)의 시작이라 하였다. 결국 소요유는 세속적인 욕망으로 인하여 속박된 현실에서 벗어나 무한한 마음과 내면에서 정신적 해방을 통한 대자유의 삶을 의미한다.

 

장자는 기원전 300년 전 사람으로 당시는 중국이 극도의 혼란기였던 전국시대 후기였다. 수많은 국가가 오로지 자국의 이익만을 위하여 끝없이 전쟁을 하며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던 시대다. 이때 장자는 해결책으로 몸과 마음의 자유를 제시하였다. 요즘 지구촌은 장자가 살았던 춘추전국시대와 별반 차이가 없다. 오로지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 인류애라는 보편적 가치를 상실하였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조제 사라마구는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Blindness, 1995)」에서 인간을 인간답게 유지해 주던 사회적 시스템과 도덕이 마비되었을 때, 인간성이 얼마나 처참하게 무너져 내릴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예측하였다. 이 소설에는 등장인물에 어떤 이름도 나오지 않는다. 인물을 의사나 그 부인, 선글라스 여자 등으로 표현한다. 챕터도 없고, 문단 띄기도 없다. 인물이 말할 때 따옴표도 없다. 글쓰기의 규칙(도덕성)이 무너진 글(사회)이 얼마나 불편한지를 직접 보여주는 의미에서다.

 

소설은 어느 날 갑자기 전염병으로 사람들이 눈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시작된다. 코비드19처럼 접촉하는 사람들은 모두 급격히 실명한다. 정부는 그들을 정신 병원에 격리시키고 완전방치를 하면서 내부 수용자들이 점점 도덕성과 인간성을 상실해 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작자는 눈으로 보면서도 정의, 도덕, 윤리, 보편적 가치, 상식 등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눈먼 자로 보았다. 생물학적인 눈은 있으나 진실을 보지 못하는 것은 눈먼 자와 같다.

 

소설 속에서 의사의 아내만이 유일하게 실명하지 않는다. 다만 그녀는 보이는 것을 남들에게 알리지 않는다. 그녀만이 유일하게 세상의 온갖 더러움을 볼 수 있었다. 작가는 오로지 혼자 실상을 볼 수 있는 그녀가 축복인지 불행인지를 독자에게 질문한다. 아내는 마지막에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볼 수는 있지만 보지 못하는 눈먼 자들이라는 거죠”라는 명대사를 남긴다. 작가는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는 이성(理性)과 도덕성의 상실’을 눈먼 자라 정의하였다.

 

최근 심화되는 자국이익 우선주의나 개인의 안위만 챙기며 보편적 정의를 외면하는 ‘눈먼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공자는 인을 말하고, 장자는 자유를 이야기하고, 사라마구는 이성에 눈뜰 것을 요구하였다. 우리 선조들은 홍익인간라고 했다. 모두 같은 말이다. 더불어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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