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무통분만 사태는 우리나라 건강보험 역사에서 단순한 수가 갈등이 아니었다. 건강보험이 어디까지 의료를 통제할 수 있는지, 그리고 사회보험의 원칙이 무엇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 사건이었다. 100분의 100 제도는 환자는 진료비 전액을 부담했지만, 보험자는 비용을 한 푼도 부담하지 않으면서 가격만 통제하는 구조였다. 당시 정부는 결국 ‘100분의 100 전액본인부담제도’를 폐지했다. 이유는 보험자가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서 의료만 통제하는 제도는 지속가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모순은 무통분만에서 폭발했다. 당시 책정된 수가는 마취과 전문의를 초빙하는 비용조차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의료기관은 실제 비용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심사평가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의료기관은 적자를 감수하거나 진료를 중단해야 했고, 전국적인 무통분만 거부 사태가 발생했다. 이는 의료계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을 외면한 가격통제가 의료공급을 무너뜨린 정책 실패였고, 우리에게 보험은 부담과 통제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중요한 교훈을 남기게 되었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과연 다른 길을 가고 있는가? 선별급여를 거쳐 2026년 시행된 관리급여는 환자가 진료비의 95%를 부담하고 건강보험은 5%만 부담하는 제도다. 그러나 의료기관은 여전히 건강보험 수가와 급여기준을 따라야 하고 심사와 삭감, 각종 행정규제를 그대로 받는다. 보험자의 부담은 최소화되었지만 통제는 그대로 유지된다. 이름은 달라졌지만 100분의 100이 가졌던 구조적 모순은 크게 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
관리급여는 의료이용 관리와 재정 안정화를 목적으로 설명되지만, 의료계에서는 실손보험 청구가 많은 항목들이 우선 대상이 되면서 민간 실손보험의 손해율 관리까지 고려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물론 이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건강보험이 민간보험 문제 해결을 위해 비급여 영역까지 통제하는 방향으로 확대되는 것은 사회보험의 역할을 넘어서는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정책의 방향이다. 건강보험은 원래 급여와 비급여를 명확히 구분하는 제도였다. 급여는 보험자가 비용을 분담하는 대신 가격을 관리하고, 비급여는 환자가 부담하는 대신 의료기관과 환자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정책은 비급여를 그대로 인정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충분한 급여도 하지 않는 제3의 영역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선별급여가 그랬고, 이제는 관리급여가 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방향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재정이 부족한 모든 비급여는 관리급여라는 이름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있다. 보험자는 최소한의 재정만 부담하면서도 가격과 진료를 통제하고, 환자는 높은 본인부담을 감수하며, 의료기관은 비급여의 자율성마저 잃게 된다. 결국 건강보험은 보장성을 확대하는 제도가 아니라 비급여까지 관리하는 통제수단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 2004년 무통분만 사태는 의료현장이 아니라 정책이 실패한 사건이었다.
그 교훈은 명확하다. 보험은 부담과 통제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 보험자가 충분한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규제만 확대하는 제도는 결국 의료현장의 갈등을 반복할 뿐이다. 관리급여가 과거 100분의 100 제도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재정 절감보다 먼저 건강보험의 본질과 사회보험의 원칙을 다시 돌아봐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