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18 (화)

  • 구름많음동두천 24.7℃
  • 맑음강릉 28.0℃
  • 맑음서울 26.1℃
  • 구름많음대전 26.3℃
  • 구름많음대구 27.8℃
  • 흐림울산 25.9℃
  • 구름많음광주 27.8℃
  • 흐림부산 26.7℃
  • 구름많음고창 24.9℃
  • 구름많음제주 27.2℃
  • 구름많음강화 24.9℃
  • 맑음보은 23.5℃
  • 맑음금산 25.5℃
  • 구름많음강진군 26.3℃
  • 맑음경주시 25.7℃
  • 맑음거제 26.3℃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치과신문 논단] 치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URL복사

한욱 논설위원

전자책과 오디오북이 범람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도 한 달에 한 번은 서점에 들러 마음에 드는 책을 한 권씩 사들고 나오곤 한다.

 

얼마 전, 언제 맡아도 기분 좋은 종이 냄새 가득한 서점 한켠에서 필자의 눈을 사로잡은 책이 있었다. 법의학의 대가인 서울대 의대 유성호 교수의 저서 <시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였다. 책장을 넘기며 치과의사로서 마주하는 나의 일상 역시 법의학자의 삶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깊은 동질감을 느꼈다.

 

저자는 법의학자를 ‘죽은 자가 남긴 마지막 흔적을 읽어내어 삶의 진실을 추적하는 사람’이라 정의하며, 각 장기의 상태를 통해 고인의 삶을 유추하고, 남은 이들이 건강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법의학자가 훼손되어 형체를 알 수 없는 시신 앞에서 그가 누구였으며 어떻게 살다 갔는지를 치열하게 추적한다면, 치과의사는 매일 진료실에서 치아와 임상 기록을 보며 한 사람이 걸어온 삶의 흔적을 고민하고 그 상처를 보듬고자 노력한다.

 

비록 살아있는 인간을 대한다는 점은 다르지만, 치과의사 역시 환자의 구강이라는 수많은 내용을 담은 ‘텍스트’를 읽어내는 관찰자이자 기록자인 것이다. 유니트체어의 라이트를 켜고 환자의 입안을 들여다보는 순간, 스크린에 띄워진 파노라마 사진 위로 그(녀)가 걸어온 세월의 흔적들이 한 편의 영화처럼 펼쳐진다.

 

치아는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 사람이 견뎌온 세월의 무게와 생활 습관, 심지어 삶을 대하는 마음가짐까지도 고스란히 입안에 새겨두기 때문이다. 대구치 교합면의 극심한 교모와 깊이 파인 치경부 마모, 치근을 따라 미세하게 간 금(crack)들은 환자가 숨 가쁜 일상과 스트레스 속에서 얼마나 힘겹게 이를 악물며 버텨왔는지를 묵묵히 대변한다. 특정 부위에 만성적으로 진행된 치주염은 스스로 돌볼 겨를도 없이 치열하게 경쟁하며 가정을 지켜온 고단한 세월의 흔적일 것이다.

 

어떤 이의 구강은 빈곤과 소외로 방치되어 있고, 또 어떤 이의 구강은 철저한 관리와 경제적 여유로 반짝인다. 이처럼 우리가 임상에서 마주하는 것은 단순한 경조직의 파괴나 염증이 아니라, 환자가 온몸으로 통과해 온 삶 그 자체다.

 

그렇기에 치과의사의 소명은 단순히 핸드피스를 들고 치아를 깎아내거나 인공 재료로 빈 공간을 채우는 기계적 수리에 머무를 수 없다. 우리는 환자가 남긴 삶의 흔적을 존중하고, 일그러진 여정을 바로잡아 앞으로 살아갈 삶의 질을 높여주는 건강한 인생 여정의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더불어 우리가 매일 무심코 차트에 써 내려가는 치식과 방사선 사진 한 장이, 훗날 한 사람의 존엄성과 신원을 증명할 마지막 기록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오늘도 필자 앞에 앉은 환자의 입안을 들여다보며 스스로 묻는다. ‘나는 오늘 이 구강 속에서 어떤 삶의 이야기를 읽을 것이며, 그의 앞날을 응원하는 어떤 용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가.’

 

시신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치아 역시 살아온 삶을 속이지 않는다.

 

유성호 교수가 책의 말미에 남긴 문장을, 필자의 진심을 담아 동료 선후배 치과의사들과 나누며 글을 맺고자 한다.

 

“이 아름다운 지구에서, 가능한 한 오래, 그리고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 이 작은 기록이 당신에게 전해지길 바랍니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재테크

더보기

S&P500 신고가 경신, 상승장 더 이어질까?

지난 6월부터 조정을 이어오던 S&P500이 최근 다시 신고가를 경신했다. 한동안 주춤했던 미국 증시가 다시 상승세를 보이면서 시장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추가 상승 여부에 쏠리고 있다. 이번 신고가 경신은 상승장이 한 단계 더 이어지는 신호일까, 아니면 고점을 만들어가는 분배 과정일까? 필자는 자산배분 전략을 수립할 때 기준금리 사이클을 나침반으로 삼는다. 현재는 첫 번째 기준금리 인하(B)를 지나 긴급 금리 인하(C) 국면으로 이동하는 과정에 있다. 이 시기에는 금리 인하와 유동성 확대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이 강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위험자산의 가격이 충분히 상승한 만큼, 추가 상승 가능성과 함께 과열에 대한 경계도 필요한 시기다. 주식시장의 투자심리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가 CNN 공포·탐욕지수(Fear & Greed Index)다. 최근 조정 과정에서 공포 영역까지 내려갔던 지수는 다시 중립을 넘어 탐욕 영역으로 올라섰다. 이전보다 높은 저점에서 반등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위축됐던 투자심리가 다시 위험자산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의미다. 공포·탐욕지수가 중립 수준인 50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


법률칼럼

더보기

[법률칼럼] 대한치과의사협회와 자율규제

요즘 뉴스에서는 ‘의료계 자율규제’, ‘자율징계권’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전문가 집단이 국가의 직접적인 개입에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회원의 윤리를 관리하고 징계하는 제도를 뜻한다. 대한치과의사협회(치협)에도이러한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만, 실제 운영 방식은 이름이 주는인상과는 다소 다르다. 이번 호에서는 자율징계 제도가 어떤 법적 근거를 갖고 있으며, 협회가 이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치협의 법적 성격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지난 칼럼에서 살펴본 것처럼 치협은 단순한 직능단체가 아니라 공법상 단체로서 중요한 공적 역할을 수행한다. 의료법 제28조는 치과의사 면허를 받은 사람은 별도의 가입 절차 없이 당연히 협회의 회원이 되며, 협회의 정관을 준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협회는 뜻이 맞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임의단체가 아니라 법률에 의해 설립되고 일정한 공적 기능을 부여받은법정단체라는 것이다. 또한 의료법은 협회에 윤리위원회를 두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며(제28조 제7항), 윤리위원회는 회원의 자격과 직업윤리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러한 법적 기반 아래 치협은 최근 자율징계 제도의 실효성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