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치과 대기실에 어울리지 않는 건장한 군인 한 명이 앉아 있다. 1년 전 군대에 간다며 마지막 검진을 받았던 그의 손에는 PX에서 샀다는 위스키 한 병이 들려있다.
그와의 인연은 12년 전 초등학교 1학년 학생치과주치의 사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치 발치조차 힘들던, 겁 많던 아이가 건장한 군인이 되어 진료실을 찾아와주는 것은 치과의사로서 분명 뿌듯한 일이다. 그와의 인연을 만들어준 ‘주치의’ 제도가 고마울 따름이다.
치과주치의제도는 단순 치료 중심에서 벗어나 지정된 치과의사가 아동 및 소외계층의 구강건강을 정기적·포괄적으로 관리하여 구강건강불평등을 없애는, 예방 중심의 보건의료 제도다.
2007년 건치 구강보건정책연구회를 중심으로 아동·청소년 대상 치과주치의제도가 처음 공식 제안된 이래 2012년 서울특별시가 전국 최초로 초등학교 4학년 및 저소득층 아동을 대상으로 ‘학생·아동 치과주치의’ 사업을 전격 시행하였다.
90% 이상의 높은 만족도를 기록하면서 제도는 부산, 인천, 울산, 경기 등 14개 이상의 광역·기초지자체로 빠르게 확산됐다. 이어 정부는 2021년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해 광주광역시와 세종특별시에서 3년간 1차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초등학교 4학년 아동 5,155명과 치과의원 256곳이 참여한 사업은 만족도가 높았지만, 참여율은 26.1%에 그쳤다. 또한 소득에 따른 구강건강 불평등을 해소한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소득이 높을수록 사업 참여율도 높아지는 역진성이 나타나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1차 시범사업은 지자체 중심으로 운영됐던 기존 사업보다 성과가 낮았다. 그 원인으로 10%의 본인부담금이 가장 크게 지적됐지만, 정부는 이를 개선하지 않은 채 2024년 7월 참여 대상과 지역만 확대해 2차 시범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서울특별시, 대전광역시 등 총 9개 지역으로 대폭 확대되어 2026년 현재는 초등학교 전 학년을 대상으로 사업이 진행 중이다. 2027년 2월 시범사업이 종료되면 아동치과주치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초창기 주치의사업을 시행해 성공적인 모델을 구축했던 서울시를 사업 대상에 포함함으로써 1차 시범사업의 낮은 참여율을 개선하고자 한 정부의 판단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궁금하다. 다만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최근 사업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협회에 강하게 독려했다는 이야기를 보면 아무래도 참여율은 크게 개선되지는 못한듯하다.
하지만, 시범사업은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평가가 아니라 본사업을 완성하기 위한 시행착오의 과정이다. 아동치과주치의제도는 미래의 의료비용을 줄이고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핵심 정책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문제의 원인을 찾되, 제도 본질의 가치를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 전국적인 본사업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건강보험 재정’ 확보 및 본인부담금 조정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치과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예방진료에 대한 지속가능한 수가체계가 유지되고, 행정 절차 또한 대폭 간소화돼야 한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로 이원화되어 있는 학생 구강관리 체계를 하나로 통합하여 제도적 강제성을 만들고, 취약계층 아동 발굴을 위해 지역 아동센터 및 보건소와 협력하는 연계 시스템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
지난 6월 27일, 치협은 치과의료 위기를 극복할 10대 정책과제로 아동치과주치의 사업을 선정했다. 사업의 운명을 결정지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치과계의 목소리가 적극적으로 반영되도록 온 힘을 다해 노력해주길 바랄 뿐이다.
위스키와 환자는 오래될수록 좋은 듯하다. 오래된 환자가 선물로 준 위스키는 더 좋을 것 같다. 오늘 나는 기분 좋은 주취의(酒醉醫)가 되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