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잘 먹고 잘 자는 것을 오복(五福)의 으뜸으로 꼽으며, 그 중심에는 늘 치아 건강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임상 현장에서 매일 마주하는 치아의 가치가 단순한 삶의 질을 넘어 ‘생사(生死)’의 갈림길을 결정짓는 엄중한 척도라는 사실이 최근 대규모 국가 데이터 분석을 통해 명백히 증명되었다.
대한치과보철학회가 ‘제11회 틀니의 날(7월 1일)’을 맞아 국민건강영양조사와 통계청 사망원인통계를 연계해 발표한 연구 결과는 우리 치과의사들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60세 이상 한국인 중에서 자연치아가 단 1개 감소할 때마다 사망위험은 약 1.2%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실된 치아가 4개에 이르면 사망위험은 4.9%, 8개가 빠지면 약 10%까지 치솟는 것으로 분석됐다. 치아의 결손이 단순히 음식을 씹기 불편한 국소적인 문제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직접적인 요인임을 가리키는 것이다. 특히 치아 상실은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 전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더욱 가혹한 지표로 작용한다. 치아가 20개 미만으로 떨어질 때 사망위험은 급격히 증가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적절한 보철치료를 통해 저작기능을 회복한 환자군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사망위험이 15.1%나 낮아졌다. 이는 보철치료가 단순히 씹는 기능을 회복하는 것을 넘어, 환자의 생존율을 끌어올리는 필수적인 생명 유지 치료임을 시사한다.
치아 상실이 심장질환이나 만성질환의 사망위험을 높인다는 신체적 경고 외에도, 저작 운동이 우리 정신 건강의 중추인 ‘뇌 기능’과 직결되어 있다는 사실 역시 주목해야 한다. 최근 언론 보도에서 집중 조명되었듯이, 씹는 행위는 뇌 혈류를 증가시키고 인지 기능을 자극하는 가장 자연스러우면서도 강력한 방법이다. 음식물을 활발히 씹을 때 발생하는 자극은 삼차신경을 거쳐 대뇌피질과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로 전달되어 뇌세포의 활성화를 돕는다. 반대로 치아를 잃고 저작 기능이 저하되면 뇌로 가는 인지적 자극이 급격히 감소하게 된다. 실제로 임상 현장과 학계의 보고를 살펴보면, 치매가 중증 이상으로 진행된 환자일수록 저작 기능이 무너져 있으며, 이로 인해 구강 관리가 소홀해지고, 다시 전신 쇠약과 인지 기능 저하가 가속화되는 참담한 ‘악순환의 고리’를 목격하게 된다. 잘 씹지 못하는 고령층일수록 치매에 걸릴 확률이 유의미하게 높아진다는 수많은 연구 결과는, 구강 건강이 곧 뇌 건강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과거 우리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인생의 즐거움을 논할 때 흔히 “씹어야 맛이다”라는 관용구를 쓰곤 했다. 즐거운 식도락과 미각의 기쁨을 대변하던 이 전통적인 문장은, 이제 초고령 사회의 초입에서 “씹어야 산다”라는 생존의 문장으로 치환되어야 마땅하다. 씹는 행위는 더 이상 삶의 질을 풍요롭게 만드는 선택의 영역이 아니다. 전신 혈관을 보호하고, 당뇨와 고혈압의 치명적인 합병증을 막으며, 무시무시한 치매로부터 온전한 우리 자신을 지켜내기 위한 ‘제1의 생존 전략’이자 방어선인 것이다.
이 지점에서 치과 임상가들의 사회적 책무와 소명은 한층 더 무거워지고 숭고해진다. 우리의 역할은 단순히 충치를 치료하고, 상실된 치아에 임플란트나 의치를 장착하는 기술적 재건에 머무르지 않는다. 우리는 환자가 침상에 누워 가늘고 고통스럽게 연명하는 삶이 아닌, 자신의 치아로 음식을 씹으며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고 존엄성을 지키는 ‘건강 수명(healthy life expectancy)’ 연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일선에서 묵묵히 땀 흘리는 치과 임상가들의 헌신이 모여 대한민국 고령층의 생존율을 높이고, 치매의 위협으로부터 가정을 지켜내는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국민의 구강 건강을 지키는 일이 곧 그들의 삶과 생명을 온전히 지켜내는 일임을 가슴에 새기며, 보다 성실하고 따뜻한 치료와 예방으로 환자들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 주기를 소망합니다. 씹을 수 있다는 것은 곧 살아있다는 것이며, 그 경이로운 생명의 능력을 지켜내는 자리에 바로 우리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