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바둑 기사 이세돌 9단이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와 세기의 매치에서 5판 중 기념비적인 1판을 이긴 지 벌써 10년이 흘렀다. 이번에는 ‘신공지능’이라 불리는 세계랭킹 1위 신진서 9단과 현존 최강으로 평가받는 바둑 AI ‘카타고(Katago)’의 인간-AI 리매치는 2점 접바둑, 제한시간 차등(인간: 기본 5시간, 30초 초읽기 1회 vs AI: 매 수 20초)으로 인간에게 어드밴티지를 준 상태에서 벌어졌는데, 지난 10년 동안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바둑에서도 인공지능의 엄청난 진보가 있었다. 이세돌과 대결한 알파고보다 카타고가 2~3점 이상 강해진 것이다.
그런 카타고를 상대로 신진서 9단이 2점 접바둑이지만 최종 역전승(2-1)을 거둔 것은 AI 시대에도 인간이 유일무이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치의학과 의학에서는 진화 중인 AI를 경쟁 상대 혹은 상생할 수 있는 동료로 잘 받아들이고 있는 것일까?
이전까지 의료 분야에서 왓슨과 같은 의료 AI나 초창기 딥러닝 모델은 주로 ‘이미지 인식’에 치중돼 있어서 X-ray나 MRI 영상을 보고 암세포를 찾아내거나, 피부과 사진을 보고 피부암 여부를 판별하는 일종의 ‘패턴 찾기’식 감별이 주를 이뤘다. 발전을 거듭하여 2024년 하반기 하버드의대 산하 BIDMC(Beth Israel Deaconess Medical Center) 연구팀이 기획한 인간 전문의와 최신 인공지능 추론형 o1 제품군(기존 챗GPT와 달리 단계별로 깊이 생각하는 ‘생각의 사슬(chain of thought)’ 기능이 탑재된 모델)간 ‘응급실 진단 대결’은 인공지능이 인간 의사의 고유 영역인 임상적 추론마저 추월하기 시작했음을 알렸다.
연구팀은 AI에게 정제된 문제가 아닌 실제 인간 의사들이 매일 맞닥뜨리는 거칠고 복잡한 현실 케이스를 그대로 던져주고, 실제 응급실에서 수많은 환자를 진료해 온 베테랑 전문의(Attending physicians) 및 전공의 집단과 최종 진단명, 향후 필요한 추가 검사와 처방 등 의학적 수행 능력에서 Double-blind로 채점해서 비교했다. 의사들에게는 전통적인 의학 검색 도구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음에도, 진단 정확도에서 AI(67.1%)와 인간 의사(55.3%, 50.0%)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물론 인간 의사의 정보 수집 단계에서의 어려움, 피로도, 주의력 분산 등이 반론으로 등장할 수 있지만 통계적으로는 유의미한 차이로 볼 수 있었다.
치의학 분야는 진단도 중요하지만 손으로 정밀하게 삭제하고 만들어내는 치료 기술 혹은 외과적 술기가 핵심으로서 손기술만큼은 인간이 절대 우위일 것이라 믿었던 치과 영역에서도 기억할 만한 시연이 있었다. 미국 치과 AI 스타트업 ‘퍼셉티브(Perceptive)’가 세계 최초 완전 자동화 로봇 시술에 성공한 것이다(2024년 8월). 퍼셉티브는 미국 보스턴에 본사를 둔 기업으로, 전 세계적으로 약 3,000만 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한 유망 스타트업으로, 흥미롭게도 주요 투자자 중 한 명이 메타(Meta)의 CEO 마크 저커버그의 아버지이자 치과의사인 에드워드 저커버그(Dr. Edward Zuckerberg)다. AI 기반의 치과 수술 로봇이 환자의 구강을 3D로 정밀 스캔한 뒤, 인간 치과의사의 개입 없이 스스로 레이저 기구를 움직여 치아를 삭제하는 ‘크라운(Crown) 치료’를 시연한 것인데 인간의 실수를 제로(0)화하고, 진료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치과 의료서비스의 접근성을 대중화하겠다는 목표로 이 로봇을 개발했다.
남미 콜롬비아 바랑키야(Barranquilla)에서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의 승인을 받아 실제 사람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된 시연에서, AI 수술 로봇은 광학 단층 촬영(OCT) 기술이 탑재된 구강 스캐너로 마이크로미터 단위 3D 입체 데이터를 시각화했다. 이를 바탕으로 자체 AI 알고리즘이 삭제 범위와 깊이를 계산해 크라운 프레퍼레이션 계획을 단 몇 분 만에 수립하고, 인간 치과의사의 승인을 거쳐 초정밀 로봇 암(Arm)이 레이저와 드릴로 치아를 삭제했다. 이때 환자 치아에 장착한 3D 프린팅 맞춤형 클램프와 연동해 미세한 움직임까지 추적함으로써 오차 범위를 50㎛ 이하로 정밀하게 유지했다.
신진서 9단의 승리 소감에 나오듯 인공지능을 통해 인간의 여러 분야가 발전했고, 또한 AI를 이해하고 거기에 대비해 세운 인간의 전략이 인공지능에게 판정승을 거둘 수 있음은 인공지능과 상생할 수 있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는 이제 AI를 경쟁 상대가 아니라 성실한 동료로 받아들이고 협력해 나가면서, 치과에서는 물론 모든 분야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가치를 뚜렷이 각인시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