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에서는 ‘의료계 자율규제’, ‘자율징계권’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전문가 집단이 국가의 직접적인 개입에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회원의 윤리를 관리하고 징계하는 제도를 뜻한다. 대한치과의사협회(치협)에도이러한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만, 실제 운영 방식은 이름이 주는인상과는 다소 다르다. 이번 호에서는 자율징계 제도가 어떤 법적 근거를 갖고 있으며, 협회가 이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치협의 법적 성격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지난 칼럼에서 살펴본 것처럼 치협은 단순한 직능단체가 아니라 공법상 단체로서 중요한 공적 역할을 수행한다. 의료법 제28조는 치과의사 면허를 받은 사람은 별도의 가입 절차 없이 당연히 협회의 회원이 되며, 협회의 정관을 준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협회는 뜻이 맞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임의단체가 아니라 법률에 의해 설립되고 일정한 공적 기능을 부여받은법정단체라는 것이다. 또한 의료법은 협회에 윤리위원회를 두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며(제28조 제7항), 윤리위원회는 회원의 자격과 직업윤리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러한 법적 기반 아래 치협은 최근 자율징계 제도의 실효성을높이기 위한 제도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2026년 3월에는 「조사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을, 같은 해 4월에는 「윤리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을 각각 제정하여 조사와 심의 절차를 체계화하고, 자율징계 제도의 본격적인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서울시치과의사회를 비롯한 각 시·도지부에서도 관련 규정을 정비하는 등 자율징계 체계의 구축을 위한 후속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행위가 징계 대상이 될까. 핵심은 의료법상 ‘품위손상행위’다. 의료법 제66조와 동법 시행령은 학문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진료행위, 비도덕적 진료, 거짓·과대광고, 불필요한 검사·투약·수술 등 과잉진료, 환자를 영리 목적으로 유인하는 행위, 약국과의 담합 등을 대표적인 품위손상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결국 치과의사에게 요구되는 최소한의 직업윤리와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가 징계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다만 여기에는 흔히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치협이 직접 치과의사의 면허를 정지시키는 것은 아니다. 의료법 제66조의2에 따르면, 협회장은 윤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회원의 품위손상행위에 대해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자격정지 처분을 요구할 수 있을 뿐이다. 실제 면허나 자격에 대한 행정처분을 내리는 권한은 국가에 있다. 한편 협회는 정관에 따라 제명이나 권리정지와같은 자체 징계를 할 수 있는데, 이는 국가의 행정처분과는 구별되는 단체 내부의 자치적 제재다.
최근 협회는 자율징계 절차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윤리위원회에는 법률·언론·소비자 분야의 외부위원을 포함해 공정성을 강화했으며, 조사위원회와 심사기구를 분리하고 제척·기피 제도를 마련해 이해충돌을 방지하고 있다. 또한 징계 대상 회원은 특별변호인을 선임해 충분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필요하면 형사재판 결과가 확정될 때까지 심사를 중지할 수 있다.
이처럼 자율징계 제도는 동료를 처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전문가 집단이 스스로 윤리와 책임을 관리해 국민의 신뢰를 지키기 위한 제도다. 따라서 자율규제가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공정하고 투명한 운영이 이뤄져야 하며, 시민의 관심과 감시 또한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전문가의 자율성과 국민의 신뢰는 서로를 기반으로 할 때 비로소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