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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예견된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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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772)

최근 1년 새 2명이 사망한 강남의 한 치과가 뉴스에 자주 오르고 있다. 국과수는 국소마취제인 ‘아티카인’ 독성 반응으로 사망했다고 보고하였다. 의무기록지에 75세, 체중 54㎏인 고령 환자에게 아티카인 16앰플을 투여하였다고 기록되었다. 치과의사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한 가지 간과하기 쉬운 중요한 사실이 있다. 얼핏 국과수 보고만 보면 단순히 치과의사 개인의 단순 과실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사건이 한 개인의 실수로 생각되는 순간 본질이 왜곡된다. 개인적 실수라면 1회성으로 끝나지만, 구조적 문제라면 반복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년 새 2명의 환자가 사망한 것은 우연이기 어렵다. 이 사건의 본질은 저수가 무한 경쟁이 낳은 공장형 치과 시스템의 구조적 위험성으로 보여 심각하다.

 

임상 현장에서 치과의사는 알 수 없는 알레르기 반응이나 독성 반응에 대한 원천적인 두려움이 있어 본능적으로 마취제를 조금씩 남겨가며 투여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환자 생명을 다루는 의료인으로서 두려움과 최소한의 윤리적 경계심조차 작동하지 않았다. 무언가가 이 경계심을 마비시켰다. 결코 한 개인 의사의 무능이나 과감함 때문이 아니다. 저항할 수 없는 상업화된 공장형 시스템이 현장을 지배하고 있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초저수가 불법 광고로 환자를 대량 유치해야 하고 최대한 많은 환자를 돌려야 한다.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임플란트를 식립해야 수익이 남는 공장형 치과에서는 환자가 치과 문을 들어서는 순간 이미 치유 대상이 아닌 수익 창출 단위로 전락한다. 박리다매식 구조 속에서 무리한 수술 일정과 회전율 극대화에 임상의는 심한 압박을 받을 것이다. 이런 시스템 속에서 환자 안전이나 생명 윤리의 무해 원칙은 무시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심리적으로 주목할 것은 잘못된 경험이 일상화되는 착시 현상이다. 치과의사라면 한 가지 의문이 들 것이다. “왜 그 치과의사는 멈추지 않았는가” 가능성을 추정해 보면,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다 한두 앰플을 더 써도 별문제 없었던 경험을 하였을 것이다. 문제없이 넘어가는 경험이 반복되면서 잘못된 자신감이 붙고, 점점 무감각해졌을 것이다. 이렇게 다량의 앰플을 사용하고 대량 임플란트 수술을 진행해도 운 좋게 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이를 자신의 실력이나 대단한 경험으로 착각했을 것이다. 이렇게 위험에 무감각해진 상태에서 저수가 대량 진료 시스템의 강압과 왜곡된 자신감이 결합하며 반복적으로 시행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다 결국 이번과 같은 환자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고 추정된다.

 

결국 이 사건은 이미 언젠가 반드시 발생할 예견된 사건이었다. 가장 비극적인 것은 이번 사건이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이다. 저수가 경쟁을 기반으로 유사하게 운영되는 많은 공장형 치과 시스템 전반에 모두 똑같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불행히도 54㎏ 고령 환자에게 16앰플을 투여하는 것보다 더 심한 비극은 언제든 반복될 것이다.

 

이제 치과계는 단순히 치과의사 윤리성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저수가 공장형 치과 시스템이 초래하는 폐해를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막아야 한다. 불법적인 치과에 대한 엄격한 윤리적·제도적 처벌을 요구하고, 과도한 덤핑 저수가 광고와 이에 따른 무리한 진료 행위에 대해 보이스 피싱처럼 조심할 것을 대국민 홍보를 해야 한다. 더불어 의료인 개인의 양심이나 재량에 진료를 맡길 것이 아니라 일일 임플란트 식립 최대 개수나 국소마취제 투여 한계량 등 무리한 진료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감시 장치를 마련하는 등으로 안전 관리 시스템을 제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비양심적이고 왜곡된 저수가 공장형 시스템을 막지 못하면, 머지않아 축구협회처럼 치과계 전체가 국민적 신뢰를 잃고 공멸할 수도 있다. 이 사건을 개인적 과실로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또다시 발생할 비극을 막을 기회를 놓치게 된다. 치과의사 면허는 수익성을 위해 마취제 16앰플을 사용할 수 있는 자격증이 아니다. 환자의 생명에 이익을 줄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이 면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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