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신문_신종학 기자 sjh@sda.or.kr] 보건복지부가 환자 개인정보 보호 강화를 목적으로 전자의무기록(EMR)의 이력관리 대상을 대폭 확대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의료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기존 의료법 시행규칙에는 전자의무기록과 관련해 ‘추가기재·수정’ 시에만 접속기록 보관 의무를 적용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최초 기재’와 ‘단순 열람’까지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개원가 현실 외면한 ‘탁상행정’ 비판
이에 따라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직무대행 이정우·이하 치협)는 각 시도지부에 공문을 발송하고 개정안이 일선 개원가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며 현장 의견 수렴에 나섰다.
보건복지부가 공고한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에 따르면, 앞으로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는 전자의무기록을 기재·수정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단순히 ‘열람’한 경우에도 접속기록을 이력관리장비에 별도로 보관해야 한다. 개정안은 오는 12월 10일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의료계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장의 현실을 외면한 ‘탁상행정’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복지부는 개정이유에 대해 “의료법이 개정(법률 제21776호, 2026. 6. 9. 공포, 2026. 12. 10. 시행)됨에 따라,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전자의무기록에 추가기재·수정을 한 경우뿐만 아니라, 이를 기재하거나 열람한 경우에도 접속기록을 보관하도록 범위를 확대해 전자의무기록을 안전하게 관리·보존하고 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자의무기록의 관리·보존에 필요한 시설·장비 기준은 이미 의료기관이 갖추도록 돼 있다. 또한 현재 고시에서도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의 로그정보 및 관리체계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 열람’까지 모두 별도 접속기록으로 관리할 경우 EMR 업체가 별도의 시스템 변경을 요할 수 있는데, 이럴 경우 추가 비용은 의료기관 또는 EMR 이용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대형병원과 달리 치과의원은 대부분 소규모 의료기관이므로 동일한 규제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심리적 부담 가중, 진료 위축 가져올 수도
심리적 위축에 따른 진료 효율성 저하도 우려된다. 의료진이나 진료보조인력이 환자 관리를 위해 수시로 차트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모든 행위가 ‘감시’하듯 기록에 남게 되면, 적극적인 협진이나 환자 관리가 위축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접속기록 ‘보관기간’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단순 열람까지 포함하면 기록량이 폭증하기 때문에 보관기간이 길어질수록 저장비용과 개인정보 유출 위험도 동시에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최소한 하위 고시에서라도 접속기록 △항목 △보관 기간 및 방법 △접근권한 △로그 위·변조 방지방법 등을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열람’의 구체적인 범위가 불명확하다는 지적도 있다. 개정안에는 “전자의무기록을 열람한 경우”라고만 규정하고 있다. △환자의 전체 차트를 클릭한 경우 △환자의 과거 진료기록 중 일부만 확인한 경우 △방사선 영상만 확인한 경우 △처방전만 확인한 경우 △시스템 오류 또는 자동 갱신에 의해 정보가 호출된 경우 등 사항이 명확하지 않으면 의료기관 또는 EMR 업체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로그가 기록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열람’이라고 규정하기보다는 접속기록의 대상 행위와 기록항목을 명확하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
의료기관의 귀책 사유가 아닌 시스템 장애까지 의료기관에 책임이 전가될 우려도 낳고 있다. EMR 시스템의 접속기록은 상당 부분 시스템이 자동으로 생성하기 때문에 서버 장애나 네트워크 장애, 프로그램 오류나 로그 저장장치 오류, 자동 업데이트 등 EMR 업체의 시스템 오류 등으로 접속기록이 누락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문제점을 고려하지 않고 의료기관이 접속기록을 보관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면 고의·과실이 없는 시스템 오류까지 의료기관의 법적 책임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서울시치과의사회(회장 신동열·이하 서울지부)는 단순 열람 행위까지 별도 장비에 기록하도록 의무화하는 이번 개정령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서울지부 정우혁 법제이사는 “현재도 일선 개원가에서는 환자 개인정보를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단순 열람까지 별도의 장비에 의무적으로 저장하도록 하는 것은 소규모 의료기관의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과잉규제가 될 수 있다”며 “제도의 실효성과 현장 적용 가능성 측면에서 이번 개정안이 의료기관에 무리 없이 정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서울지부는 향후 관련 부서를 중심으로 이번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령안의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개원가의 현실을 반영한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치협은 이번 개정안이 회월들에게 미칠 파장을 고려해 각 지부의 의견을 입법예고 의견제출 마감기한보다 앞선 오는 10월 9일까지 취합해 정부에 강력한 보완책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