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치과계는 불법의료광고를 통해 초저수가 덤핑 진료비를 내세워 환자를 대량 모집해 공장형으로 운영하는 불법덤핑치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러한 경영 방식은 결국은 치과의 수용 능력을 초과하는 진료량을 무리하게 소화하는 상황이 돼 진료의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고, 법적으로 반드시 치과의사가 행해야 하는 마취, 치아삭제, 영구충전, 구내 교합조정 등을 불법적으로 위임하는 비윤리적인 진료 행태까지 나타나며 이러한 부실진료에 따른 피해는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또한 이러한 일부 불법의료기관의 덤핑광고가 온라인과 SNS광고를 통해 무분별하게 확산되면서, 성실하게 진료하는 대다수 치과의사들이 역으로 오해받는 현실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의료인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만큼, 의료인에게 요구되는 윤리성과 전문성은 그 어느 직역보다 엄격할 수밖에 없다. 치과계 내부의 위법 행위를 스스로 바로잡지 못한다면 결국 외부의 강한 규제와 사회적 통제를 초래하게 된다. 필자는 제33대 대한치과의사협회 법제이사로 재임하는 동안 ‘의료법 위반 치과 신고센터’ 설립에 참여해 불법 의료광고, 사무장치과, 불법 위임진료 등에 대한 신고를 회원과 국민으로부터 직접 접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의 서막이 코앞으로 다가오며 다시금 뜨거운 축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우리 대표팀의 전력을 두고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는 지금, 축구 팬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캡틴’ 손흥민 선수의 발끝으로 향한다. 돌이켜보면 손흥민 선수가 지난 2020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골을 터뜨린 주인공에게 주어지는 ‘푸스카스상’을 거머쥐었을 때, 우리는 그 이름의 주인인 페렌츠 푸스카스(Ferenc Puskas)와 대한민국 사이에 흐르는 깊고도 끈끈한 역사적 연결고리를 확인하며 묘한 감동을 느낀 바 있다. 1950년대 세계 축구계를 호령했던 ‘매직 마자르(Magical Magyars)’ 헝가리의 중심에는 늘 푸스카스가 있었다. 1952년 헬싱키 올림픽에서 유고슬라비아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던 순간은 전설적인 전성기의 서막에 불과했다. 군 소속 팀인 혼베드에서 활약하며 ‘질주하는 소령(the galloping major)’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그는, 비교적 단신임에도 전설적인 왼발 킥력을 자랑했다. 당시 헝가리 대표팀은 “어떤 팀을 만나도 경기 시작 10분 내에 2골을 넣는다”는 말이 나올 만큼 무시무시한 속전속결의 대명사였다. 실제로 그들
치과계에 직선제가 도입된 지도 어느덧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전체 회원의 뜻을 모으겠다는 취지는 좋으나 대한치과의사협회 제30대 첫 직선제부터 최근 치러진 제34대 선거에 이르기까지, 안타깝게도 매 선거마다 선거 결과에 대한 불복과 가처분, 당선 무효 소송 등 법적 분쟁이 반복되고 있다. 매번 다른 인물이 후보로 나와도 비슷한 패턴의 갈등이 이어진다는 것은, 이것이 개인의 문제를 넘어선 무언가 시스템적인 문제 내지는 구조적 한계임을 시사한다. 최근 타결된 삼성전자 노사 협상 사례를 참고해보자. 기술적인 관점에서 접근을 해본다면, 이런 협상에서 대표는 일종의 주어진 역할을 해야하는 ‘연극성’의 요소가 있다. 현대차나 삼성전자 정도 되는 사이즈의 노사 교섭은 파업 직전의 극단적 대치 상황까지 가다가 마지막 날 새벽에야 극적 타결되는 경향을 보인다. 초기에 아무리 합리적인 조건이 제시되더라도 노측 대표든, 사측 대표든 이를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는 구조적인 모순이 있다. 사측은 주주를 이해시켜야 하고, 노측은 조합원을 납득시켜야 한다. ‘너무 다 퍼준거 아닌가?’ ‘싸워보지도 않고 너무 쉽게 수긍한거 아닌가?’ 라는 질문은 협상 대표들을 위태롭게 만든다.
치과대학을 졸업한 치과의사라면 누구나 ‘69제(六九制)’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6월 9일이 ‘치아의 날’이자 ‘구강보건의 날’임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됐다. 2026년 제81회 구강보건의 날을 준비하는 서울시치과의사회 집행부의 일원으로서, 세계적인 구강보건의 날 운영 현황과 ‘6세 구치’ 개념의 보편성, 그리고 우리 역사 속에 뿌리내린 구강보건의 날의 변천사를 되짚어보고자 한다. 현재 대한민국은 6월 9일을 법정기념일인 ‘구강보건의 날’로 지키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날짜는 우리와 조금 다르다. 세계치과의사연맹(FDI)이 정한 공식 ‘세계 구강보건의 날(World Oral Health Day)’은 3월 20일이다. 여기에는 흥미로운 수치적 의미가 담겨 있어서, 어린이들이 20개의 유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성인은 32개의 치아와 0개의 충치를 가져야 한다는 점(32 + 0 → 3/20)을 함의한다. 나아가 노년기에도 20개의 자연 치아를 유지해야 한다는 건강한 노후의 소망까지 투영돼 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미국은 2월을 ‘어린이 치아 건강의 달(National Children's Dental Health
최근 배달 플랫폼과 온라인 주문이 일상화되면서 소비자의 맞춤형 요구는 점점 세밀해지고 있다. “튀김옷을 1cm로 맞춰 주세요, 아니면 안 먹겠습니다”라는 식의 주문은 단순한 취향을 넘어, 특정 치수나 품질을 조건으로 삼고, 이를 충족하지 않으면 거부하거나 별점 테러를 하겠다는 식의 요구는 요청이 아니라 조건부 수락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유사한 사례는 다양하다. “김밥의 단무지는 정확히 3개만 넣어 달라”, “짜장면의 면은 80g으로 맞추고 소스는 따로 담아달라”, “커피는 62도에서 제공하라”, “피자는 정확히 8등분이 아닌 7등분으로 잘라달라”와 같은 주문이 대표적이다. 일부는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상당한 추가 노동이나 품질 저하를 수반하고, 일부는 아예 현실적으로 구현이 어렵다. 특히 음식은 공정과 표준화가 중요한데, 이러한 요구는 시스템 자체를 흔들 수 있다. 이러한 요구가 정당한지에 대해서는 구분이 필요하다. 알레르기, 종교적 이유, 건강상의 제한 등은 합리적 배려를 요청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재료를 빼달라는 요청은 충분히 수용 가능하다. 그러나 조리 공정 자체를 변경하거나, 측정 단위를 강제하는 요구는 과도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단순한 소
2026년 국제종합학술대회 및 제23회 서울국제치과기자재전시회(이하 SIDEX 2026)가 ‘The future of dentistry, Starts with AI’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오는 5월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간 코엑스에서 개최된다. SIDEX를 주최하고 총괄하는 서울시치과의사회(이하 서울지부) 집행부 일원으로서, SIDEX가 걸어온 발자취를 돌아보고 명실상부 세계 8위권의 국제종합학술대회 및 치과기자재전시회로 우뚝 설 수 있었던 배경과 강점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매년 서울에서 열리는 SIDEX(Seoul International Dental Exhibition)는 이제 단순한 행사를 넘어 대한민국 치과계의 자부심이자 세계적인 브랜드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2001년 첫발을 내디뎠을 때만 해도 지금과 같은 위상을 갖게 될 것이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SIDEX는 매년 혁신과 발전을 거듭하며 꾸준히 업그레이드해왔다. 2000년대 초반에는 ‘국제종합학술대회’로서의 기틀을 마련해 국내 치과산업의 현대화를 이끌었고, 2010년대를 지나며 코엑스(COEX) 전관을 아우르는 압도적인 규모로 성장했다. 특히 올해 제23회 대회는 인공지능이
치협 제34대 집행부는 출범과 동시에 중대한 법적 변수와 마주하게 됐다. 회장단에 대한 직무집행정지가처분이 인용되면서, 통상적인 회무 개시 자체가 제약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단순 분쟁이 아닌, 치협의 정상적 운영 기반이 법적 판단에 의해 직접 영향을 받는 국면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문제의 핵심은 ‘누가 옳은가’가 아니다. 보다 본질적인 쟁점은, 현재와 같은 법적 구조 아래에서 과연 안정적인 협회 운영이 가능한가에 있다.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은 본안 최종 판결로 당선 유효가 인정될 때까지 회무 수행 자체를 제한하는 강력한 효력을 가진다. 특히 이번과 같이 임기 개시 이전 또는 초기 단계에서 인용된 경우, 그 파급력은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가처분은 항소를 하더라도 일단 1심 가처분을 따라야 하기에 임원구성도 불가능하다. 항소심에서도 가처분이 인용된다면 본안 판결을 기다려야 하는데 여기서 당선 유효로 인정받아야 직무개시가 가능하다. 더욱이 본안 판결이 확정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기간 동안 치협은 사실상 정상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직전 집행부는 본안 소송이 선행되고 가처
서울시치과의사회(이하 서울지부) 제40대 집행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공자는 ‘논어’에서 마흔을 세상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불혹(不惑)’이라 하였으나, 2026년 오늘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40대 개원의들에게 이 단어는 다소 사치스럽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치솟는 임대료와 구인난, 그리고 무한 경쟁의 파고 속에서 가정과 병원을 동시에 짊어진 이 시대의 40대 치과의사는 사실 ‘불혹’보다는 ‘고군분투’의 정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동고, 동락, 동행’을 기치로 내건 제40대 집행부의 시작점에서, 서울지부 회원 중 가장 두터운 층을 형성하고 있는 40대 회원들과 함께 이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가기 위한 ‘현실적인 불혹’의 생존 전략을 나눠보고자 한다. 첫째, 경영의 불혹이다. 40대 치과의사는 임상 실력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인 동시에 무리한 확장의 유혹에 가장 취약한 시기이기도 하다. 최첨단 디지털 장비가 곧 경쟁력이 되는 시대라지만, 감가상각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대출 기반의 투자는 종종 독이 되곤 한다. 장비의 화려함에 매몰되기보다 환자가 병원에 머무는 ‘경험’과 ‘진료 시스템’의 효율에 집중해야 한다. 가용 인력으로 최대의 가치를 창출하는 스
“15분 후 이 책상에 점심으로 스테이크를 준비하고, 우리 쌍둥이 딸들이 볼 ‘해리포터’ manuscript (출판 전 원고)를 오늘 저녁까지 구해오지 못하면 사무실로 돌아올 필요 없어!”라며 초짜 비서 안드레아(앤 해서웨이扮)를 닦달하던 유력 패션잡지 ‘런웨이’의 편집장 미란다 프리슬리(메릴 스트립扮)가 딱 20년이 지나, 속편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로 돌아왔다. 필자는 지나친 명품 선호나 패션몰입 취향이 아니라 이런 류의 영화를 잘 안 보는데, 케이블TV에서 우연히 본 전편의 여러 부분에 따뜻한 인간미가 담긴 장면과 대사들이 좋은 기억을 남겨준 영화였던지라 속편을 보았다. 전편의 주연급 배우들이 거의 그대로 출연했다 하여 그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20년 세월 속에서 변했을 모습과 달라졌을 연기에 대한 기대, 전편에 이어 속편에서도 메가폰을 잡은 데이비드 프랭클 감독이 지난 20여 년간의 변화된 시대의 감각과 정서를 어떻게 해석하고 같은 배우들을 통해 담아냈는 지도 궁금했다. 쓸데없이 미란다의 M.Benz 전용차량이 S-class 8세대였던 것이 속편에선 Maybach 2세대로 바뀌었다든가, 동양인 배우의 인종차별적 설정 부분에 대한 비판과 논쟁이
“역사는 반복되고, 사람은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한다.” 이 문장은 인류 역사상 가장 뼈아픈 격언 중 하나다. 이는 단순한 수사를 넘어 인간의 본성과 사회 구조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본 칼럼에서는 이 격언의 유래를 살피고, 우리와 궤를 같이하는 대한의사협회의 사례를 통해 회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야 할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의 현주소를 진단하며, 악순환을 끊어낼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역사학의 시조로 불리는 고대 그리스의 투키디데스(Thucydides)는 저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으므로, 과거에 일어났던 일은 미래에도 비슷한 형태로 되풀이된다”고 설파했다. 이것이 이른바 ‘역사의 순환성’에 대한 최초의 체계적 기록이다. 훗날 카를 마르크스(Karl Marx)는 이에 위트 있는 냉소를 덧붙였다. “역사는 반복된다. 한 번은 비극으로, 다음은 소극(笑劇, 웃음거리)으로.” 이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집단의 모습이 뒤로 갈수록 얼마나 비논리적이고 우스꽝스러워지는지를 신랄하게 풍자한 것이다. 치협보다 앞서 직선제를 도입했던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의 잔혹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0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드는 것이다”는 경구를 누구나 한 번쯤 보거나 들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출판 역사와 독서 운동에 상징적인 이 문장이 필자에게는 8년 전 소천하신 아버지에 대한 기억으로 연결된다. 1993년 책의 해를 맞아 ‘국민독서생활화운동본부’에서 발표한 선언문은 책을 단순한 지식의 전달 도구가 아닌, 민족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지혜의 축적물로 정의했다. 부친께서는 전국서적조합연합회를 이끄시면서 1970년대 후반부터 추진되었던 ‘범국민 독서생활화 운동’을 통해 당시 열악했던 문화 환경 속에서 “책 읽는 국민이 강한 나라를 만든다”는 신념을 전달하고자 한반도 모양의 슬로건을 만드셨다. 오늘날에도 이어지는 독서 캠페인의 모태를 마련하신 것이다. 33년 전의 이 문장은 지금도 치과 진료실에서 환자를 마주하고, 신문의 행간을 살피는 필자의 50년여 년 인생을 지탱하는 뿌리가 됐다. 안중근 의사가 여순 감옥에서 남긴 ‘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이라는 경구는 치과의사인 우리에게 더욱 각별하게 다가온다. 그가 말한 형극(荊棘) ‘입안의 가시’는 단순히 물리적인 통증과 고통이 아니라
무언가에 집중하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고 사는 때가 종종 있다. 이는 마치 사진상의 ‘블러링’과 같은 것이다. 외부 배경은 흐릿하거나 희미해지고 가운데 피사체만이 또렷하게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몰입의 경지에 다다른 것이다. 그런 몰입이 필요한 것이 ‘종합예술’이라고 일컬어지는 선거다. 필요하다기 보다는 선거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집중하고 빠져든다고 봐야 하겠다. 필자도 협회장선거를 여러 번 경험해봤지만, 특히나 이번 선거에 협회장후보로 출마하면서 더욱 그렇게 느끼게 되었다. 당사자가 되어보니 사뭇 다르다. 몰입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선거에 대한 격언 중 이런 말이 있다. “선거는 100미터 달리기와 같아서 결승선에 집중하지 않고 옆을 돌아보는 순간 뒤처진다.” 추운 겨울 신사동 한복판에서 출마선언을 하고, 사람들을 모아 캠프를 꾸리는 일이 억지로 시켜서 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출마결심부터 기획단계까지도 고려해야 할 사안이 넘치는데, 하물며 후보자 등록을 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접어들면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 같게 된다. 찾아갈 사람, 만날 사람, 전화할 사람, 카톡을 보낼 사람 등을 체크해 가면서도 빠진 것이 수두룩하다. 정책토론회를 준비
2026년 현재, 미국과 이란의 갈등과 정전(停戰) 국면 속에서 국내외 언론은 이구동성으로 ‘리더십의 위기’를 진단하고 있다. 혼란의 시대일수록 리더의 발자취는 더욱 무거워지는 법이다. 이에 동서양의 명문(名文) 속에 담긴 리더십의 본질을 되짚어보며, 우리 시대 리더들에게 깊은 시사점을 전하고자 한다.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답설야중거 불수호란행)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 (금일아행적 수작후인정)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어지러이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이 뒤따르는 이들에게 이정표가 되리니. 이 시의 제목은 ‘야설(野雪, 들판에 내린 눈)’이다. 흔히 도산 안창호나 백범 김구 선생의 글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조선 후기 문신 이양연 선생의 작품이다. 백범 선생은 생전에 이 시를 좌우명으로 삼아 1948년 남북협상을 위해 38선을 넘는 순간에도 이를 읊조렸다고 전해진다. 도산 선생 역시 평생을 독립운동 방향을 제시하고 교육에 헌신하며 ‘선구자’의 삶을 살았기에, 대중들은 그분의 삶과 시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하나로 연결해 기억하고 있다.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행보는 개인의 선택을 넘어 동료와 후배들의 이정표가 된다. 이는 리더란 화려한 수사나
치과의 일상이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전쟁터다. 아무리 윤리적이고 evidence-based로 충실하게 일한다고 해서 눈먼 총알이 나에게 날라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른 치과에서 빼자고 한 치아를 고생해서 살려 놓으면, 데스크에서 비용으로 거친 실랑이를 하는 일은 이야깃거리도 되지 못한다. 의료급여 1종 환자라도 본인 구강 상태를 알아야지 싶어 파노라마를 보여주며 보험가능한 진료들을 한참 자세히 설명했더니, 다음날 술냄새를 풍기며 동사무소에서 긴급의료비 지원 150만원을 받게 해달라고 데스크와 필자의 속을 뒤집어놓는다. 정성에 대한 감사는 드물고, 노력이 허탈한 자기만족으로 끝나는 일이 비상식적으로 흔하다. 이런 상황에 각자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결국 같은 직업을 가진 우리 치과의사들뿐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번 치과계의 크고 작은 선거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느낀 피로감이 컸다. 나이와 학교를 불문하고 다 같은 동료이고 머리를 맞대도 부족한데. 왜. 뭐 부모 재산으로 싸우는 건 남이 아니라 형제들이니 이해를 해보려고 해도, 우리 치과계는 나눠 가질 무엇도 없는데 뭐 땜에 싸우는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들처럼, 많은 것
서울시치과의사회 제75차 정기대의원총회가 막을 내렸다. 지난 15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참석하며 느낀 점이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시간 안배’에 대한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개원의로서 대다수 대의원은 고된 진료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곧장 총회장으로 달려온 이들이다. 그러나 오후 3시에 시작된 총회가 격려사와 시상 등 외부 인사들과 같이 하는 1부를 지나, 각종 보고와 의장단, 감사단 등 주요 임원진 선거가 끝난 2부의 막바지에 다다르면 시계는 어느덧 저녁 시간이 된다. 사명감으로 무장한 대의원이라 할지라도, 3시간여 브레이크 없이 이어지는 회순에 집중력은 바닥을 드러내고 허기와 피로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정작 회원들의 권익과 생존이 걸린 가장 중요할 수 있는 의안 심의가 이때 이뤄지다 보니 깊이 있는 토론보다 ‘속전속결’ 처리가 미덕이 되는 서글픈 풍경이 반복된다. 품격 있는 논의와 치밀한 의사 결정을 위해 우리는 이제 ‘잠시 멈춤’의 미학을 총회 문화에 도입해야 한다. 브레이크 타임의 가장 대중적인 형태인 ‘커피 브레이크’는 1880년대 미국 위스콘신주 스토턴(Stoughton)의 노르웨이 이민자들로부터 유래됐다. 당시 공장 노동자들은 아침과 점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