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건축가 정태종 교수의 질병과 공간 분석(26) - 우리의 공간은 공정합니까?

2021.08.16 09:31:34 제931호

공간의 공공성과 사회와의 관계에 대한 분석

● 여가보행 관점에서 본 청계천길의 공간구성 특성

 

도시공간의 대표적인 공공공간은 보행을 위한 공간이다. 가로와 광장, 그리고 공원 등 보행공간은 이동이 목적인 필수적 활동의 목적보행뿐만 아니라, 도심공간에 머무름을 제공해 도시 생활의 질을 높이는데 기본적인 환경을 제공한다. 서울시 도심부는 역사적 변화에 따라 지속해서 변화하고 발전해서 다양한 시대 산물의 결과들이 적층돼 있는 다양성의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증가한 유동인구와 그들의 일상에 맞춰서 형성된 복잡한 공간구조로 인해 도시공간 활용의 일상성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역사적, 사회적, 환경적인 의미가 큰 청계천길의 다양한 공간적, 시간적 궤적의 도시경관들을 포함하는 보행환경을 분석해 청계천길의 지속가능성과 여가보행 활성화 조성의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도시공간의 공공성과 보행환경

도시공간의 공공성은 공공건축물과 사유건물의 공개공지에서 모두 함께 열린 공간의 개념이며, 공공성 영역으로는 공간의 개방과 사유공간의 공공화를 통한 공공성 확보, 난개발 지양을 통한 공공성 확보, 주민 참여와 전문가 역할을 통한 공공성 구현, 그리고 공공디자인 측면에서의 구현 등이 있다. 도시공간의 공공성은 진행되면서 공적영역과 사적영역이 모호해져 공공성을 평가하는 지표를 설정해 정량적으로 평가하려고 시도했다.1)

 

보행은 적당한 속도를 가진 걸음으로 인간의 가장 기초적인 생활 활동이며, 보행공간은 인간이 통과하고 활동하며 외부와 접촉하는 공공공간으로 생활과 활동의 장이다.2) 보행환경은 보도, 차도, 건물 등으로 이뤄진 가로 주변 환경만이 아니고, 지역 내의 근린시설의 종류, 주거 밀도 등의 도시형태 특성이나 가로의 네트워크 시스템 등의 통합적인 범위이다.3) 이는 보행과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물리적, 감각적, 정신적 측면과 이에 관련된 제도 등을 포함한 총체적 환경의 개념이며, 보행의 장애요소를 없앤 물리적 환경과 분위기와 정취까지 고려하는 환경을 의미한다.4) 보행의 구성요소에는 환경적 요소, 사회적 요소, 경제적 요소, 물리적 요소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보행공간과 활동유형

사람들은 보행공간을 통해 타인과 자연과 도시와 연결되고 그 공간 속에서 체류하며 머물게 되며 머무름은 도시공간의 활성화에 중요하다. 얀겔(Jan Gehl)은 보행공간에서 발생하는 사람들의 활동을 필수적 활동, 선택적 활동, 사회적 활동으로 구분하고, 사람들의 다양한 활동 간의 상관관계와 사회적 이익을 연구했다.5) 필수적인 활동보다는 선택적 활동, 사회적 활동이 많이 발생하는 보행공간일수록 공간을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사회적 이익이 많은 보행공간이며 필수적 활동은 물리적 환경에 따라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지만, 선택적 활동과 사회적 활동은 물리적 환경 영향을 크게 받는다.6)

 

선택적 활동과 사회적 활동은 여가보행과 관계있으며, 주중에 여가보행이 일어날 수 있는 시간대는 퇴근 시간 이후이고 주중보다는 주말에 나타난다. 보행공간의 물리적 환경과 활동유형과의 관계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보행환경은 접근성, 공간구성은 다양성, 그리고 가로시설물은 편의성과 관련 있으며 업무나 학습, 쇼핑 등 특정 목적을 위한 필수적 활동은 걷기를 중심으로 하며 이는 접근성과 관련이 깊으며 편의성과는 무관하다.

 

이에 비하면 주말이나 주중 야간에 한가로이 소요하거나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선택적, 사회적 활동은 이동보다는 서 있거나 앉아 있는 행위와 연관되며 이는 접근성과 편의성, 가로시설물, 그늘과 쉘터 시설의 종류와 수와도 관련된다.7) 서울대학교 건강증진 연구에 의하면 통근과 통학, 근린생활시설 이용과 같은 일상생활 보행보다 운동과 산책만을 포함하는 여가보행에 심미적이고 도시설계적 요소의 영향력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므로 보행은 물리적 환경의 접근성, 용도와 활동의 다양성, 그리고 도시 심미적 경관이 중요한 요소다.

 

서울시 도심부 보행공간 분석

서울시 도심부 가로의 공간체계는 경복궁을 중심으로 동쪽으로 동대문까지 연결되는 5.84㎞의 긴 직선도로인 종로와 을지로, 여러 개의 시각적 축선이 다양한 가로로 형성되어 있는 청계천길 등이 있다. 도심부 동서방향의 가로는 여러 직선 축으로 구성돼 있어 전반적으로 접근성이 좋고 높은 연결도와 통합도를 가지는 목적보행용 가로는 상대적으로 연결도가 높은 동서방향의 종로와 을지로, 남북방향의 세종대로와 창경궁로 등이다.

 

이와는 다르게 청계천길은 상, 하부의 입체적 공간이며 도심부 유일한 수공간을 다양한 다리들로 연결된 지상도로와는 별도의 하천 보행의 연속성을 형성한다. 또한, 청계천길은 긴 가로 특성상 거리 전체를 보행하기보다 일정 거리를 보행하고 주변의 대중교통을 이용해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는 체계로, 대중교통의 접근이 용이한 가로초입인 세종대로, 중간은 돈화문로/충무로, 끝부분은 장춘단로/율곡로에서 주로 연결과 이동이 되며 격자의 직선 가로체계를 형성한다.

 

 

종로와 을지로가 목적보행을 위한 가로인 데 비해 도심부 여가보행의 대표적인 거리인 청계천로를 공간구성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우선 청계천로는 상부도로와 하상도로로 나눠서 청계천 상부도로는 목적보행을 위한 가로로, 청계천 하상도로는 여가보행을 위한 공간구조다. 하상도로는 지상의 보행을 중심으로 단조로운 건물의 가로경관 위주인 보행공간과는 다르게 가장 낮은 레벨의 수공간인 천변 레벨인 보행거리의 조경요소와 조형물, 천변과 지상보행간의 수직벽을 이용한 벽화, 지상공간을 연결하는 다양한 다리들, 필로티와 테라스 공간, 그리고 건물 옥상의 전망대 등 다양한 공간과 수직적 연결, 다리 등을 통한 수평적 연결8) 등 보행자의 선택적 활동과 공간의 체험이 가능한 곳이다.

 

 

또한, 청계천로는 전구간이 수공간의 특징인 연속성으로 인해 보행이 필수적인 보행자 전용도로이다. 청계천로 보행환경 만족도 연구 결과를 보면 방문목적은 산책, 주요 이용 교통수단은 지하철이 가장 높고, 보행환경 평균 만족도는 3.32로 보통 이상이다.10) 청계천로의 가로체계에 의한 공간구성과 더불어 일상생활의 필수적 활동보다는 다양한 경험과 사회적 접촉의 기회가 되는 건물 용도와 선택적 활동의 제공이 필요하다. 다양한 건물용도, 이벤트 및 활동, 선호하는 체험의 종류, 그리고 머무름이 가능하게 하는 시설물 등의 보행환경 조성이 중요하며 이와 더불어 도시의 주간 및 야간 경관은 공동화되는 도심의 공간에 사람들을 모으고 도시의 심미적 정서를 통해 지역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1) 이정호 등. (2012). 현대적 공공성 측면에서 본 공공가로 사업 사례 분석, 대구광역시 동성로 공공디자인 개선사업을 중심으로,대한건축학회 논문집–계획계–28(11), p.218

2) http://urban114.com/news/detail.php?wr_id=2331

3) 서한림, 박소현. (2006). 주거지역 내 보행환경요소의 통합 분류에 관한 연구. 한국도시설계학회 춘계학술발표대회 논문집 2006. 04, p.120

4) 신현아. (2009). 도시관광요소로서 가로경관과 보행환경에 대한 연구 : 명동 관광특구 일본인관광객을 중심으로. 서울시립대학교 석사논문, pp.16-17

5) Gehl, J. A Changing Street Life in a Changing Society. Places Journal, 1989, p.15

6) 민현석 등. (2018) 서울시 보행공간의 공공성 평가. 서울연구원, p.7

7) ibid pp.18-24

8) http://www.sisul.or.kr/open_content/cheonggye/

9) http://www.arch.ttu.edu/people/faculty/kuhnpark/SEOUL/subpages/ss12_fm_cheonggyecheon.html

10) 백길태 (2013). 청계천로 보행환경 만족도 분석. 연세대학교 석사논문, pp.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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