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의 글] 사랑하는 이재윤 이사를 떠나보내며…

2021.12.24 10:35:57 제948호

글 / 최치원 前 대한치과의사협회 부회장, 총무이사

“내가 중학교 때 즈음으로 기억합니다.

급하게 버스를 탔는데, 하필 반대 방향으로 가는 순환버스였습니다.

뒤로 멀어지기만 하는 목적지를 생각하면서 도착하는 순간까지 내 마음은 불편하고 짜증스럽기

그지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결국 버스는 종점에서 회차해 나를 목적지에 내려주었지만, 왔던 길을 또 다시 돌아가야 하는

버스 밖 풍경은 모두 조급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회차하여 목적지를 향하는 버스 밖 풍경들은 평소에 미처 보지 못했던 소중한 일상을 깨우쳐 주었고,

덤으로 얻어낸 시간들은 또 다른 여백이 있었음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재윤이는 다행히 특유의 긍정적인 사고와 강인한 힘을 지녔고, 하나님을 의지하며 그 말씀을 붙잡고 살아가는 동생입니다.

내일이 재윤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어 모레부터는 열심히 달려와 우리와 함께 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리도 가던 길 잠시 멈추고 뒤를 돌아보며 이재윤 이사가 달려오기를 기다리겠습니다.

재윤이와 함께 가야하니까요. ^^

재윤아! 파이팅.”

 

이 글은 2020년 2월 20일 이재윤 이사가 큰아들 성현이로부터 간이식 수술을 받기 전날 기적적인 소생을 기원하며 휴대폰으로 보냈던 응원 문자입니다. 하지만 회차하여 돌아와 줄 것으로 굳게 믿었던 재윤이는 2021년 12월 14일 오전 1시 20분 결국 무거웠던 세상의 짐을 모두 내려놓고 본향을 향해 떠나갔습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11호실 빈소에 진동하는 하얀 국화꽃 향기가 재윤이의 소박하고 인간적인 사람냄새를 더이상 맡을 수 없게 합니다. 재윤이의 독특한 그 향기가 너무 그립습니다. 활짝 웃는 재윤이의 영정사진을 가르마질한 까만 리본은 해맑은 소년처럼 천진한 재윤이의 웃음소리를 더이상 들려주질 않습니다. 그 웃음소리와 표정 역시 많이 그립습니다.

 

서울시치과의사회 공보이사, 대한치과의사협회 홍보이사를 역임하면서 특유의 친화력과 헌신하는 회무를 보여주었던 치과의사 이재윤.

 

대담한 필력과 날카로운 촉을 지닌 치과신문 편집인으로서 새로운 도전과 건전한 비판을 마다하지 않았던 서울시치과의사회 공보이사 이재윤.

 

자신의 이야기는 묻어 두고 오로지 3만 치과의사의 미담과 애로사항들을 외부에 알리며 의료 정의를 세우고자 소신있게 회무를 구현했던 대한치과의사협회 홍보이사 이재윤.

 

 

12월 13일 갑작스럽게 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실로 향했다는 제수씨의 연락을 받고 한숨에 달려갔지만, 사랑하는 이재윤 이사는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지며 희미해져만 가는 의식을 어떻게든 되찾으려 여려진 숨만을 가쁘게 내쉬고 있었습니다.

 

이재윤 이사를 품에 꼭 안아주었습니다.

 

이재윤 이사 혼자 떠나는 외로운 여행이 아님을 말해주고 싶었고, 이제 남겨진 이들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이재윤 이사가 기다려야 하는 답사 여행을 먼저 떠나는 것이라고 속삭여 주었습니다. 이재윤 이사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위해 한 번 더 품에 안으니, 전혀 미동도 없었던 재윤이가 갑자기 내가 잡고 있던 깍지 손을 꼭 쥐면서 두 눈을 크게 떴습니다.

 

이재윤 이사가 나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이미 넓어진 재윤이의 동공 속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분명히 이재윤 이사의 눈은 나에게 이렇게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형! 나 진짜 떠나는 거야?”, ”그래 형! 나 이제 떠나야 할 것 같아!”

“그런데 형! 우리 성현이하고 진혁이는 어떡하지? 애들 엄마는 어떡하지?”

“형! 정리하지 못하고 떠나는 것들이 너무 많아! 형이 좀 도와주세요!”

 

그래! 재윤아. 2년여 투병의 고통은 나눌 수 없었지만, 재윤이가 떠난 빈자리만은 커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게.

 

눈물도 많고 정도 많았던 우리 후배 이재윤 원장.

 

능력 있는 치과계 동량으로 손색이 없었던 서울시치과의사회 이재윤 공보이사, 대한치과의사협회 이재윤 홍보이사를 떠나보내는 슬픔을 어찌 천상병 시인의 ‘소풍’으로 위로를 다 할 수 있으리오.

 

회차하지 않는 버스에 올라타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 이재윤 원장! 이재윤 이사!

 

재윤아! 부디 평화와 안식이 있는 곳에서 편히 영면하소서.

 

사랑하는 1970년 개띠 재윤아! 안녕히 잘 가시게.

 

2021년 12월 15일

최치원 前 대한치과의사협회 부회장, 총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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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 前치협 집행부, 유가족에 위로금 전해

 

[치과신문_최학주 기자 news@sda.or.kr] 조선치대를 졸업하고 서울시치과의사회 공보이사와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 홍보이사를 역임한 이재윤 원장(프라임치과의원)의 갑작스러운 부고 소식에 동료 선후배 및 지인들이 슬픔에 잠긴 가운데 이재윤 前이사와 임원으로 같이 활동했던 치협 제30대 김철수 집행부 임원 일동이 유가족에게 위로금 1,000만원을 전달했다.

 

치협 제30대 김철수 집행부는 지난해 초에도 간이식 수술을 앞둔 이재윤 이사에게 수술비에 보태라며 1,000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제나 밝고 활달한 얼굴로 집행부에 활력을 불어넣던 인물”로 고인을 기억한 김철수 집행부 모 임원은 “건강이 안 좋아졌다는 소식에 모두가 노심초사하던 사이에 비보를 전해듣게 됐다”며 “치협 30대 집행부 임원이 십시일반으로 위로금을 마련해 유가족에 전달했다.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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