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 비타(생명의 물), 위스키의 세계 속으로

2022.11.17 15:02:57 2022SS

글/사진_윤상인(아트클럽 대표/미술해설가)

 

이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음식과 술이 존재한다. 모든 문명이 시작하면서 그들의 경험과 지식의 축적은 고스란히 그들의 식음료 문화로 자리잡는다. 나는 개인적으로 여행을 할 때 가장 우선시 하는 게 바로 음식과 술이다. 이는 각 지역의 자연환경에 따라 다르게 발전했기 때문에 여행지마다 대표적인 음식과 술을 즐기다 보면 지역 특성을 쉽고 즐겁게 알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본 글에서는 지역 특성에 지대하게 영향을 받아 다채로운 맛을 지니고 있으며 인생에서 이것이 빠지면 즐거움이 반으로 줄어들지도 모르는 필자가 모시는 주酒님 중 위스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세상에는 크게 두종류의 술이 존재한다. 발효주와 증류주이다. 일반적으로 보리를 발효해 맥주를 만들고, 포도를 발효해 와인을 만든다. 발효야말로 자연이 인간에게 준 축복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과일이나 곡식을 발효해서 만든 술의 한계는 높은 알코올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인간은 ‘증류’라고 하는 또 하나의 신비스런 방법을 노력을 통해 배웠다. 모든 액체는 각각의 비등점을 가지고있다. 물은 섭씨 100도에서 끓는다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렇다면 알코올은 몇 도에서 끓을까? 인간들이 고민하고 연구한 끝에 알코올의 비등점이 78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 다른 비등점을 이용해 발효주에서 순수 알코올을 뽑아 낼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증류기술은 중동에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졌고, 이 증류기술을 페트릭 성인이 아일랜드에 전파하면서 위스키의 역사가 시작 되었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이다.

 

위스키는 두가지의 표기법이 있다 하나는 ‘Whisky’이고 다른 하나는 ‘Whiskey’이다. 둘 중 무엇이 맞는가?라는 논쟁이 있기도 한데 이는 영어권 나라들의 스펠링 차이일 뿐이라고 얘기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스코틀랜드, 캐나다, 일본에서는 ‘Whisky’, 미국과 아일랜드에서는 ‘Whiskey’라고 표기하는데 미국 위스키 브랜드이지만 ‘Whisky’로 표기하는 경우도 있다.

 

위스키는 우리에겐 양주로 통하는 술이자 비싼 술의 대명사이다. 이런 이미지를 만들기까지 큰 공을 세운 두 브랜드가 한국인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발렌타인’과 ‘시바스 리갈’이 아닌가 한다. 필자는 몇 해 전 한국을 방문하기 위해 런던 히드로공항 면세점 위스키 코너에 갔었다. 직원이 나를 보고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묻기에 한국사람이라고 했더니 ‘발렌타인 30년’을 들고 오는 것이다. 한국사람의 발렌타인 사랑은 세계적으로 유명 하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위스키를 원료로 분류하자면 크게 ‘몰트 위스키’, ‘그레인 위스키’, ‘블랜디드 위스키’ 3종류로 나눌 수 있다. ‘몰트 위스키’는 보리만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이 중 한 증류소에서 나온 몰트 위스키를 ‘싱글 몰트 위스키’라고 한다. ‘그레인 위스키’는 보리 외의 곡물로 만들어지고 하나 이상의 ‘몰트 위스키’와 하나 이상의 ‘그레인 위스키’ 원액을 섞어 만들어진 것이 ‘블랜디드 위스키’이다. 한국인들의 오랜 사랑을 받아온 발렌타인과 시바스 리갈은 ‘블랜디드 위스키’에 속한다.

 

위스키의 고급스러운 풍미의 매력에 한번 빠지면 한동안은 헤어나오기 쉽지 않다. 코에 전달되는 과일, 바닐라, 오크 등의 향과 혀에 묵직하게 느껴지는 풍미는 한가지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위스키가 만들어지는 환경, 그 환경에서 자라난 재료, 재료를 이용해 만들어지는 여러 단계의 과정, 이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 사람 등 많은 것들에 의해 위스키의 향과 풍미는 완성된다.

 

여기에서 우리는 향과 풍미를 조절하는 제조과정을 알아보자.

 

[위스키 제조과정]

 

위스키의 제조과정은 크게 몰팅, 킬닝, 분쇄, 당화, 증류, 숙성, 병입의 단계를 거쳐 만들어져 우리에게 도달한다.

 

1. 몰팅(Malting)

보리를 물에 2~3일 담궈 싹을 자라게 하는 작업이다. 일반적으로 몰트는 보리의 싹을 얘기한다. 즉, 싱글 몰트 위스키는 보리의 싹으로만 만든 위스키를 말한다.

 

2. 킬닝(Kilning)

보리에서 싹이 자라는걸 멈추게 하는 작업이다. 바닥에 싹이 자란 보리를 깔고 불을 때 1~2일 보리를 건조시키는 작업이다. 이때 이탄(Peat)을 사용하면 위스키에서 피트향이 나게 된다.

 

3. 분쇄(Milling)

건조된 보리를 빻아주는 작업이다.

 

4. 당화(Mashing)

분쇄한 맥아를 뜨거운 물에 넣어 당분화 시키는 작업이다. 이때 효모를 같이 삽입하는데 이 효모가 죽지 않게 온도(10~37도 사이)를 잘 조절한다. 이 효모들이 당분을 알코올로 바꾸는 작업을 해준다. 여기까지를 보리맥주, 보리덧이라 부른다.

 

5. 증류(Distillation)

당화작업을 끝낸 보리맥주는 5~10도 정도의 알코올이 포함되어있다. 이 보리 맥주를 증류기에 넣고 2~3번 정도 증류해 순수한 알코올이 50~70도가 될 때까지 증류를 한다. 이때 증류기의 재질, 증류기의 종류, 증류기의 길이와 각도에 따라 위스키의 풍미와 맛이 결정된다.

 

6. 숙성(Aging)

이렇게 증류한 보리 알코올은 무색의 마시기 힘든 거친 알코올이다. 이 거친 알코올을 부드럽게 하기위해선 숙성과정을 거처야 한다. 숙성 과정이란 오크통에 위스키를 닮아 서늘하고 공기가 잘 통하는 장소에서 보관하는 것을 말한다. 이 과정 이야말로 위스키의 마법이 일어나는 과정이다. 보통 버번 오크를 주로 사용한다. 미국에서 버번(Bourbon)을 담았던 오크를 수입해서 그 통에 원액을 담아 숙성을 시킨다. 쉐리, 포트, 꼬냑을 보관했던 오크를 쓰기도 하는데 어떤 오크통을 사용했는지는 위스키라벨에 잘 표기 되어있다. 일반적으로 쉐리 오크는 버번 오크보다 10배이상 비싼 가격을 자랑한다. 쉐리 오크에서 숙성한 위스키는 훨씬 더 부드럽고, 붉은빛갈의 색을 띈다. 오크통의 크기도 참 다양하다. 하지만 작은 오크통에서 숙성한 위스키는 큰 오크통에서 같은 기간 숙성했을 때 보다 훨씬 더 깊은 숙성이 이루어진다. 이유는 위스키가 오크통 표면에 닿는 면적이 많기 때문이다.

위스키의 숙성기간이 길수록 가격이 상승하는 건 매우 상식적인 일이다. 위스키 숙성 과정에 있어 인간이 막을 수 없는 부분이 자연적으로 증발하는 증발량이다. 보통 일년에 2~3%의 손실이 발생한다. 이 손실 양을 ‘천사의 몫(Angel’s sharing)’이라 부른다. 스코틀랜드는 기후적으로 손실이 가장 적게 발생하는 지역중 하나이다. 예를 들어 일년에 2%의 증발량이 발생했다고 가정했을 때 30년이 지난 후 남는 위스키액은 주입 했을 때 대비 반도 남지 않게 된다. 이것만이 아니다. 직원들은 일을 하면서 위스키를 조금씩이라도 맛보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천사의 몫 말고도 ‘악마의 몫(Devil’s Sharing)’이 존재한다.

이렇게 숙성기간을 끝낸 위스키는 필터링 작업을 거쳐(물론 이걸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필터링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라벨에 표기 되어있음) 도수를 적당하게(40~45도) 맞추고 색을 내기 위해 위해 카라멜을 섞은 후 병입된다. 가끔 위스키 중에 CS라고 표기 되어있는 것이 있다. 이는 Cask Strength의 줄임말로 오크통에서 빼낸 위스키에 물을 섞지않은 알코올 도수 그대로를 병입한 위스키이다.

 

이번엔 위스키를 생산하는 지역을 알아보자. 위스키를 생산하는 지역은 그리 많지않다. 세계 5대 생산지는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미국, 캐나다, 일본이다. 최근에는 인도, 대만,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에서 신생 제조업체들이 늘어가고 있다. 이중에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접하는 위스키는 스코틀랜드 위스키일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스코틀랜드의 위스키를 알아보기로 하겠다.

‘스카치 위스키’는 제조부터 생산까지 전과정이 스코틀랜드에서 이루어지고 최소 3년의 숙성기간을 거친 위스키를 말한다. 스코틀랜드에서는 3년이 지나야만 ‘위스키’라고 부를 수 있는 규정이 있다. 그리고 스카치 위스키인데 라벨에 년도가 표기 되어있지 않다면 3년 이상 10년 이하의 숙성을 거친 위스키라고 볼 수 있다.

 

스코틀랜드에는 180여개의 도가들이 지금도 존재하고 위스키를 생산하고 있다. 이 위스키 도가들은 각자 자기들이 위치한 지역의 보리, 환경, 물, 자연을 최대한 활용하고 그들의 장점을 극대화하여 위스키를 생산 해내고있다. 스코틀랜드 위스키 생산 지역의 특성과 그 곳에서 만들어지는 위스키들을 이해하면 나의 입맛에 맞는 위스키를 선택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스코틀랜드 위스키는 스페이사이드, 하일랜드, 로우랜드, 아일러, 아일랜드, 캠블타운 이렇게 6개의 지역에서 생산된다.

 

 

스페이사이드(Speyside)

이 지역은 크지 않지만 스페이강(Spey River)이 흐르는 지역에 위치한 60여개의 도가들은 최상급의 위스키를 생산한다. 천혜의 자연을 바탕으로 풍미가 매력적이고 마시기 쉬운 부드러운 위스키를 생산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고급위스키의 대부분은 바로 이 스페이사이드 지역에서 생산된다.  

위스키의 향 - 사과, 바닐라, 오크, 견과류, 말린 과일.

대표 위스키 - 맥칼란, 글렌피딕, 발베니, 글렌리벳, 아버라우.

같이하면 좋은 음식 - 스테이크, 양고기, 치즈, 다크 초콜릿(카카오 함유량 70% 이상)

 

하일랜드(highland)

하일랜드는 스코틀랜드 위스키 생산 지역중 가장 큰 지역에 해당한다. 그러다 보니 하일랜드의 최남단 위스키들은 로우랜드 위스키와 비슷한 풍미와 맛을 지니게 된다. 하일랜드 지역의 가장 큰 특징중 하나는 사용하는 증류기의 목이 좁고 길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가장 순수한 알코올과 정제된 풍미를 갖는게 특징이다.

위스키의 향 - 과일케이크, 몰트, 오크, 마른 과일, 스모크, 헤더꽃(스코틀랜드에서 볼 수 있는 보라색 꽃)

대표 위스키 - 글렌모렌지, 달모어, 오반, 달위니

같이하면 좋은 음식 - 과일, 치즈, 생선요리.

 

아일러(Islay)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위스키를 만드는 지역이며, 존재하는 도가의 개수는 10개 이하로 크지 않은 지역이다. 스코틀랜드의 서쪽 끝에 위치한 섬으로, 아마도 아일랜드에서 위스키를 만드는 법이 처음으로 이곳을 통해 스코틀랜드에 정착했을 것이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사람들이 많이 살지 않고, 지금도 방문이 힘든 지역이다. 그로 인해 오염되지 않은 천혜의 자연을 갖고 있다. 다른 지역들보다 질 좋은 이탄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지역이라 도가들의 90%는 이탄향이 강한 위스키를 생산한다. 이 이탄향은 호불호가 분명히 갈린다. 하지만 한번 마시게 되면 자꾸 생각나는 묘한 매력을 지닌 위스키이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라프로익(Laphroig)은 대부분의 블렌디드 위스키를 만들 때 중요한 베이스가 된다.

위스키의 향 - 스모크, 해초, 바닷물, 사과

대표 위스키 - 라가불린, 라프로익, 아드벡, 부나하벤(유일하게 이탄향이 없음), 보우모어

같이하면 좋은 음식 - 생굴, 회, 훈제연어

 

로우랜드(Lowland)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한 지역으로 5개정도의 도가가 운영되는 크지않은 지역이다. 이 지역 위스키의 가장 큰 특징은 부드럽고 꿀 향이 나는 향기로운 위스키를 생산하는 지역으로 위스키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추천 할 만한 위스키를 생산하는 지역이다.

위스키의 향 - 계피, 크림, 카라멜

대표 위스키 - 오켄토션, 아일사 베이, 블래드노흐

같이 하면 좋은 음식 - 수육, 제육볶음, 대부분의 음식과 잘 어울린다.

 

아일랜드(Island)

스코틀랜드의 북서쪽 끝에 모여있는 섬들에서 생산되는 위스키이다. 지역의 특성상 거칠고 강한 위스키를 만들어낸다. 해초양과 바닷물의 짠맛이 위스키에도 베어있는 듯하다. 무엇보다도 바닷바람을 맞으며 오크통에서 거친 날씨를 이겨낸 위스키라서 그런지 아주 애착이 가는 위스키이다.

위스키의 향 - 바닷물, 오일, 후추, 스모크

대표 위스키 - 탈리스커, 하일랜드 파크, 주라

같이하면 좋은 음식 - 생굴, 회, 훈제연어

 

캠블타운(Campbeltown)

5개 이하의 적은 수의 도가가 남았고, 일반적으로 접하기 쉽지않은 위스키이다. 로우랜드 위스키처럼 마시기 쉬운 위스키를 생산하는 지역이다. 아일러섬과 스코틀랜드 본섬 사이에 위치한 조그마한 켐블타운에서 생산된 위스키를 발견하면 꼭 접해보기를 권한다.

위스키의 향 - 바닐라, 토피, 스모크

대표 위스키 - 스프링뱅크, 글렌가일

같이하면 좋은 음식 – 돼지 족발, 보쌈

 

 

지금까지 알아본 스카치 위스키들은 싱글 몰트 위스키이다. 싱글 몰트 위스키의 이름은 생산지역 이름을 사용하고 블렌디드 위스키–조니워커, 발렌타인, 윈저 등-는 상표이름을 지어 사용한다. 위스키 강의를 할 때 ‘싱글몰트 위스키는 무조건 블랜디드 위스키보다 좋습니까?’ 라는 질문을 받는다. 이 질문에 나름 애주가로서 이렇게 답하고 싶다. “블렌디드 위스키는 음악으로 비유하자면, 오케스트라 연주라고 보면 좋을 것이다. 다양한 악기가 모여서 다양한 매력을 발산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싱글 몰트 위스키는 오케스트라가 아닌 악기 하나를 가지고 연주하는 독주연주회에 가깝다.”

 

무엇보다도 본인의 입맛에 맞는 위스키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생산지역의 특성이나 제조 과정 등을 이해하고 접한다면 조금 더 쉽게 본인의 위스키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해외여행이 어렵지만 해외여행이 가능해질 때 위스키의 맛을 찾아 본고장으로 떠나본다면 위스키와 훨씬 더 가까워질 것이다.

 

끝으로 스코틀랜드인들의 위스키에 관한 속담 하나를 들려주며 글을 끝내려 한다.

“세상에 나쁜 위스키는 없다. 좋은 위스키와 더 좋은 위스키가 있을 뿐이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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