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미국과 유럽의 은행위기 이후 이어질 경기침체 전망

2023.04.27 11:23:43 제1014호

최명진 원장의 자산배분 이야기 91

2023년 미국과 유럽의 은행위기로 중앙은행이 다시 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하다

오늘은 3월 일어난 미국의 은행위기 원인과 진행과정을 정리하고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경기침체를 전망해보겠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에 연준(Fed)이 실시한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로 인한 막대한 통화량 증가로 40년간 볼 수 없었던 인플레이션이 고개를 들었다. 2021년 상반기까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고 대응을 늦추던 통화정책을 뒤늦게 긴축적으로 전환했다.

 

연준은 테이퍼링을 속전속결로 마쳤고, 2022년 3월 첫 번째 금리인상 이후 2022년 말 4.5%까지 유례없는 속도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시중의 유동성을 회수했다. 2022년 미국의 전년 대비 M2 통화량 증가율은 -0.6%로 60년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가 됐고 달러 현금과 초단기채권, 그리고 일부 원자재를 제외한 모든 자산이 하락했다. 특히 채권 시장은 2020년까지 만들어진 거대한 버블이 터지며 2022년에 역사상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2022년 9월 영국에서 파운드화 위기가 일어났다. 신임 영국 총리가 인플레이션 속에서 부양책과 감세정책을 펼치자 영국 국채금리가 폭등하며 영국 연기금이 투자한 영국 장기국채의 레버리지 파생상품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영국의 중앙은행 BOE는 긴급하게 국채를 매입하며 이를 해결했다. 영국 파운드화 위기로 분출된 내재된 위험은 곧이어 2023년 미국 은행위기로 이어진다. 모두 2022년 일어난 전례 없는 금리인상의 부작용으로 장기국채의 가격이 폭락해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SVB를 비롯한 찰스 슈왑(Charles Schwab) 등 미국 은행은 구조적으로 안전자산 중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미국채의 비중을 높여서 자산을 구성했다. 미국채 가격의 폭락은 은행의 보유 자산에 거대한 미실현손실을 만들었고, 뱅크런으로 인한 준비금 지급을 위해 자산을 매각하다가 손실이 실현되며 자기자본이 잠식됐고 결국 파산했다. 위기는 유럽으로 번져갔고 크레디트 스위스가 UBS에게 인수합병 되기에 이른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UBS에 인수합병을 위해 1,000억 스위스 프랑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미국 은행위기가 가시지 않자 미국의 중앙은행 연준은 1) 재할인창구 대출2) 은행기간대출프로그램(Bank Term Funding Program·BTFP)을 통해 은행에 유동성을 직접 공급함으로써 'Not QE(유사양적완화)'를 시행했다.

 

영국 파운드화 위기, 미국과 유럽의 은행위기 모두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해 문제를 빠르게 봉합했다. 그러나 정작 기준금리 인상은 멈추지 않았다. 중앙은행이 은행에만 선택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어 앞으로 경제 주체 별로 상이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 은행에서 사상 최대로 예금이 인출되고 머니마켓펀드(MMF)로 자금이 유입되다

지난 3월 은행 예금주들이 미국 내 은행에서 사상 최고치인 3,000억 달러 이상의 예금을 인출했다. 동시에 같은 기간 머니마켓펀드(MMF)에는 약 3,600억 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계속되는 예금 인출은 자기 자본을 유지해야 하는 은행에 치명적이다. 현재 ​은행들은 자본 요구 사항을 충당하기 위해 준비금을 사용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면 준비금이 고갈돼 더 많은 미국 은행이 유동성 문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동성 고갈은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장기 보유 자산(예, 미국 장기채)을 손실로 매각해야 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미 파산한 SVB처럼 예금자의 신뢰를 잃고 뱅크런이 가속화돼 결국 문을 닫게 될 수 있다. 시중 유동 자금이 더 많은 수익을 내는 곳으로 몰려들면서 은행의 준비금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미국의 머니마켓펀드(MMF)는 현재 약 4.57%, 미국채 2년 물은 4%의 수익률을 내고 있는데 반해 미국 은행 저축 계좌의 예금 금리는 약 0.23%에 불과한 상황이다.

 

은행 예금은 연준이 긴축을 시작한 이후 급격히 감소하며 지난해 동안 약 8,000억 달러 가까이 감소했고 올해 들어 더욱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은행의 대출 축소는 신용경색을 만들고 기업과 가계의 유동성을 잠식하며 경기침체를 불러온다

지금까지 미국의 은행들의 위기를 뉴스로 접하면서 국내 개인투자자 들은 진행중인 경제위기 상황을 실제로 체감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미국 은행 위기는 결국 국내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전 세계적 경기침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은행은 유동성과 준비금을 확보하기 위해 대출 태도가 엄격해 질 것이다. 은행은 대출을 일부 회수해야 하고 결국 대출을 이용하는 기업이나 개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미국은 중소형 은행들이 전체 상업용 부동산(CRE)에 대한 은행 대출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위기감이 크다. 미국 은행들이 임대아파트, 오피스 빌딩 등 상업용 부동산에 내준 대출은 지난해 말 기준 5조6,000억 달러(약 7,324조원)에 달한다. 이 중에서 26%인 1조5,000억 달러가 3년 이내 만기를 앞두고 있다.

 

최근 공실률이 높아진 데다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의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중소형 은행들이 만기가 돌아온 부동산 대출을 연장해주지 않으면 관련 기업의 자금줄이 막혀 연쇄적인 도산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국내 상황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증권사와 제2금융권에서 취급한 PF대출 부실 규모가 커지면서 국내 경제위기의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은행이 대출을 축소하며 벌어지는 '신용 경색(credit crunch)’의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SVB가 예금인출로 유동성이 말라 파산한 것처럼 기업과 개인도 대출이 회수되면서 투자해둔 자산의 미실현손실을 확정하게 되면 결국 파산할 수 있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현재 상황에서 열심히 일해서 부채를 줄이고 현명하게 투자하면서 어려운 시기를 버텨나가야 한다. 앞으로 부채를 포함한 총자산에 관계없이 유동성이 부족하면 파산하는 시기가 오기 때문이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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