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단] 소통하는 치협을 위해

2014.08.08 11:02:34 제600호

기태석 논설위원

일찍이 세종은 세법을 바꾸기 위해 우리 역사상 최초로 전 관리를 포함한 전국규모의 여론조사를 실시하여 찬반 여론을 알아보고, 찬성 의견이 많이 나왔던 평야지역부터 바뀐 세법을 우선 적용하면서 점차 다른 지역으로 확대해 나갔다. 개인적으로 그가 성군으로 추앙받는 이유로 한글 창제만큼이나 비중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당시 농사짓는 백성의 대부분인 17만 2,000여 가구를 대상으로 직접 찾아가 조사하였다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재미있는 것은 당시 고급관리들은 숨겨놓은 땅이 드러나는 것을 우려해 반대하였기 때문에 이 여론조사로 백성의 뜻이 무엇인가를 알고, 백성의 힘을 빌려 정치를 펼치려했던 세종의 진면목이 대단했던 것이다. 더구나 그 시기가 1430년으로 개국 이래 시퍼렇게 살아있던 왕권 강화 시대에 백성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 것만 보아도 그가 성군임에 틀림이 없다.

 

요즘 대통령을 불통이라고 비난하지만 그들도 소통하려고 노력해 봤는지 한번쯤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반대해도 될 것을 미리 결론 내리고, 비판하고,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사회적 조급증이 대한민국 사회에 언제부턴가 만연되어 있는 것 같다. 최근 총리 인준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여야 간 싸움은 여론이라는 정체 모를 힘에 의해  당사자의 의견도 들어보지 않은 채, 상대방의 인격이나 평생 일궈 논 소중한 인생을 한순간에 초토화 시켜버린다. 소통이란 누구 한쪽만의 노력으로 이룰 수 없는 양방향의 열린 귀를 가져야만 진정한 소통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불통(대화의 단절)에서 불신을 낳고 불신은 불복종으로 이어지고 다른 목소리로 분열을 낳아 모래알같은 집단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을 극복하려면 상대방을 존중하고 이해하면서 그들의 말을 들어주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이런 과정은 힘을 가진 집단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는데 그것이 권위나 명예를 다치는 것으로 생각해서 머뭇거린다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치협의 새로운 집행부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직시하고 협회장 직속의 여론수렴위원회를 두고 회원들의 생각을 발로 뛰면서 많은 의견을 청취하고자 한다. 회원에 한 발짝 더 다가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하고, 어려운 점을 즉시 해결해주고 가려운 데를 긁어주고자 노력하겠다는 의지일 것이다. 

 

필자는 이처럼 중요한 여론수렴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게 되었다. 지부까지 포함하면 거의 20여년 지부와 협회를 위한답시고 뛰어다닌 끝자락에 회원과 협회 사이에 통로를 만드는데 조금이나마 힘이 되는 일을 맡게 된 것에 대해 영광으로 생각하면서도 한편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나름 각오는 되어 있지만 생각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가급적 많은 사람, 많은 계층, 특히 치협에 대한 불만이 있는 집단이나 생각을 달리하는 회원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의견을 듣고 치협의 생각을 전하면서 양방향의 소통을 통한 새로운 치협 정책이 나올 수 있도록 뛰어다녀 볼 생각이다.

 

치과대학을 갓 졸업한 새내기 치과의사부터 은퇴를 생각하는 선배들까지 소외되는 계층이 없나 꼼꼼히 살펴볼 것이고, 세대 간, 지역 간, 치협과의 불신의 벽을 허무는데 일조하기위해 노력해볼 생각이다. 세종이 여론 수렴을 통해 백성들의 생각을 알고 정책을 수행했듯이 치협도 많은 회원들의 생각을 알고 정책을 세워 일하고자 한다. 성공적인 소통을 위해 많은 의견과 격려를 부탁드린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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