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에 한명 나오는 성자를 위한 법

2014.08.08 11:00:11 제600호

<심리학이야기-199>

대법원이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치과의사협회에 내린 처분이 옳다고 최종 판결을 내렸다. 또 다시 법이란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다수의 이익이 최고의 선임을 확인하게 한다. 법의 판단 기준에 선악보다 사회가 가야할 방향의 제시라는 대전제가 있음을 실감하는 부분이다.

 

이미 한국사회는 의료를 공공의 이익 실현이라는 전제하에 의사의 자유권을 박탈하였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강제 계약체결 조항은 의료사회주의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런 정부의 입장에서 문제의 모네트워크의 진료수가 파괴는 고마울 뿐이다. 그들은 향후 그것이 2차적으로 몰고 올 의료의 질적 저하, 의료의 상술화, 과잉진료, 정상 의료체계의 붕괴 등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정치인은 국민 건강이라는 미래의 대상보다는 현실에 직접 나타나는 포퓰리즘의 과시적 실적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결국 의료를 상품으로 보았다. 인간이 인간을 치료하는 데 있어서의 심리적인 영향에 대한 고려를 배제하였다. 치료하는 의사의 심리를 무시한 것이다. 그리고 오로지 의사의 양심에 모든 것을 맡기고 잘못되는 것은 모두 의사의 소양 부족이거나 의사의 파렴치함 때문인 것으로 몰려는 생각이 저변에 깔린듯하다. 자본이 최고인 현실에서 의료를 완전하게 자유 경쟁체제 속에 넣겠다는 생각이 반영된 듯하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일의 경중에 따라 예외규정이 있다. 의료는 인간의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절대로 일반 자본주의 논리를 따라서는 안 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요즘 지구는 하나의 신앙으로 통일되었다는 말이 있다. 일명 ‘돈교’이다. 교리가 ‘돈생돈사’라고 한단다. ‘만법귀돈’이란 말도 있다. 예전에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고 아직도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대법원의 판결은 실로 무책임하다. 의료에 상술적인 무한경쟁을 용인하였으니 앞으로 더욱 혼탁해질 치과계의 현실이 안타깝다. 덤핑이 사회의 건전한 경제기반을 붕괴시킨다는 것은 경제학의 기본이다. 그래서 국가 간에도 덤핑에 대하여 정밀한 관리를 한다. 의료에서의 덤핑으로 일부 박리다매형 치과는 잘되겠지만, 정직한 치과는 생계형을 넘어 생존형으로 바뀌고 결국에는 장발장적인 원초적인 갈등에서 양심을 포기하든지 직업을 포기하게 될 것이다.

 

이런 현상의 최종적인 피해자는 결국 환자가 될 것이기에 더욱 안타깝다. 더불어 의료의 질적인 하락은 당연히 동반되는 사항이다. 이외에도 요즘 의료계에 많은 변화가 있다. 특진비가 없어지고 1인실을 제외하고는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이것은 상급병원과 하급병원간의 의료비 차이를 없애는 효과를 가져 온다. 즉, 서울의 빅4 병원의 치료비용과 지방병원의 치료비와 병실비가 동일해진다는 의미이다. 이는 모든 진료가 빅4로 몰리는 현상을 유발하게 된다. 빅4 병원은 수가가 낮아진 관계로 환자를 많이 진료하여도 수익은 증가하지 않고 어느 한계점에서는 인건비로 인하여 수익 감소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그럼 그때는 진료수를 조절하여야 한다. 결국 캐나다처럼 수술 예약시간을 기다리다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할 것이다. 더불어 빅4가 아닌 병원들은 경영난으로 고사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덤핑으로 인하여 유발된 치과계의 현상이 그대로 의료계 전반에서 나타나게 된다. 의료수가의 평준화가 가져올 불행이다. 우리는 이미 교육계에서 고교평준화가 가져온 폐단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 의료평준화가 시행되려는 시점에 서있다. 이제부터 불어올 한국 의료현장에서의 문제는 아마도 교육계의 문제점을 능가할 것으로 사료된다.

 

요즘 더위가 한창 기승이다. 너무 오랜 마른장마에 한줄기 서늘한 바람과 시원하게 퍼붓는 소나기가 그립다. 더위를 피하여 선운사로 여름휴가를 가는 길에 대법원의 판결 소식을 접했다. 대다수 의료인이 허준이나 슈바이처가 아닌 자본주의 현실을 사는 보통사람인데, 보통사람이 힘들게 견디고 있는데, 허준과 슈바이처는 간디와 같이 천년에 한명 나오는 성자인 것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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