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어찌 이런 일이…

2011.10.24 18:23:29 제465호

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 (65)

아! 너무도 충격적이고 믿을 수 없는 일이 현실로 나타나다니, 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떤 말로도 이해하고 용서받을 수 없는 사건 앞에 무기력한 우리들의 모습이 더욱 참담하다. 먼저 고인과 고인의 유족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일선 치과의 선생님들이 무방비 상태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인식하고 있었으나 생명을 잃는 일까지 발생한 것은 우리 치과의사들 실상의 극단적인 단면을 보여 준 것이라 생각된다.

 

결국 앞으로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일이 재차 발생하는 것을 막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세상은 다변화되고 장기화된 경제난으로 사람들은 거칠어지고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리고 산다. 따라서 정신적으로 정상인이든 비 정상인이든 심리적으로 날카로워져서 일단 자신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분노하고, 그 분노를 폭발시킨다.

 

지금 우리 사회는 분노를 제어하는 심리적 기전에 문제가 발생하기 쉬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치과 외래에서 환자의 불만이 발생했을 때 상황에 맞는 현명한 대처법이 너무도 절실하게 필요한 때이다. 이에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대처 방법을 생각해 본다. 환자가 어떤 사건에 불만을 토로했을 때,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아무리 잘못된 이야기더라도 중도에 말을 자르지 말고 경청해 주어야 한다. 치과의사보다는 제3자의 위치일 수 있는 스탭이 경청하여 주는 것이 더욱 좋고 스탭은 본인의 의견은 말하지 말고 일단 듣는 것만 하여야 한다.

 

두 번째로 흥분해 있는 환자 말을 직접적으로 바로 부정하지 말아야 한다. 일단은 부정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차후를 생각하면 긍정도 하지 말아야 한다. 그 다음 단계로는 환자가 스탭이나 치과의사에게 묻거나 대답을 강요할 때, 일단 “당신이 저희 병원으로 인하여 화나게 된 것에 대하여 심히 죄송하게 생각합니다”라며 일단 옳고 그름이 결정나지 않은 사건에 대한 사과가 아닌 인간적인 사과를 먼저 한다.

 

네 번째로는 인간적인 사과를 재차 반복하면 불만자는 약간의 여유를 갖고 사건에 대한 사과나 배상을 요구한다. 이때 불만자의 내용을 긍정도 부정도 하지 말고 차분히 검토 후 2~3일내로 연락드리기로 약속하고 일단 격한 상황의 종료를 유도한다. 이때 의료배상보험 등에 가입되어 있다면, 자동차 사고 보험처럼 보험회사에서 과실에 따라 배상할 수 있음을 주지시키고 옳고 그름의 판단은 제3자에게 맡기자고 한다.

 

마지막으로 환자가 돌아간 뒤에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선배나 후배 혹은 법률적 자문 등을 학회에 물어 대응책을 마련한 후 불만인에게 연락을 취해 만날 시간을 정하여 두면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다. 이런 과정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불만자를 처음부터 설득하려는 노력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단은 상대의 불만이 무엇이지 확실하게 들어주고 ‘본 병원에 와서 화가 났거나 불만이 생긴 것에 대하여 사과합니다’라는 말을 확실하게 이야기해줘 상대를 무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식시켜주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사람의 분노는 상대방으로부터 무시를 당했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 가장 제어하기 힘들다. 따라서 상기의 과정을 거치면서 병원의 입장을 설명할 때에도 반드시 당신을 무시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
요즘은 어느 누구도 남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으려하지 않는다. 하물며 화난 사람이 상대의 말을 듣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니 절대로 설득하려 하지 말라는 것이다.

 

필자는 이런 경우, “네, 그렇군요, 본의 아니게 저희로 인하여 불편하셨던 점에 대하여 정말 죄송합니다. 그럼 제가 어떻게 도와드리면 좋으시겠습니까? 가급적 좋은 방법을 찾도록 노력해 봅시다”라며 사건과 상관없이 평범하게 말한다. 이는 어떤 사건이던지 불만자의 마음은 한결같이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이기 때문이다. 부디 이와 같은 일이 두 번 다시 발생되지 않기를 바라며 끝으로 고인의 명복을 두 손 모아 빕니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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