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 여름만 되면 도지는 계절병"

2015.04.02 12:33:06 제631호

제13회 서치 치과의료봉사상 강태욱 회원

제13회 서울시치과의사회 치과의료봉사상은 용산구치과의사회 강태욱 회원에게 돌아갔다. 지난 1972년부터 구라봉사회 일원으로 활동해온 강태욱 회원은 한센인의 구강건강 향상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자로 선정됐다. 한센인이 많이 없어진 요즘에는 취약계층으로 봉사영역을 확대하는 등 최근까지도 봉사에 여념이 없다. 강태욱 회원을 직접 만나, 그간의 봉사활동과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Q. 서울시치과의사회 치과의료봉사상을 받게 됐다. 소감을 전한다면?

나 혼자 잘해서 상을 받게 된 건 아니다. 구라봉사회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혼자만의 영광이 아닌 구라봉사회 전체의 영광이라 생각한다. 이번 치과의료봉사상은 앞으로 더욱 열심히 봉사에 임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 향후 치과를 닫더라도 몸이 허락하는 한 봉사는 지속할 계획이다.

 

Q. 그간의 봉사활동 내용을 소개한다면?

1972년부터 구라봉사회 일원으로 봉사를 시작했다. 당시에는 서울 근교에도 한센인 정착촌이 많아 주말을 이용해 진료를 했다. 여름에는 보름 일정으로 소록도를 찾았다. 보름 동안 틀니 장착까지 모든 치료를 마무리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 해 4~5번 정도 정착촌을 찾아 틀니를 제작해주는 방식으로 진료 방식을 바꿨다. 모든 진료가 마무리되기까지 4~5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그래도 하계 진료는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예전처럼 보름 일정은 아니지만, 일주일 정도 한센인 정착촌을 방문해 진료하고 있다. 하계 진료에는 치과의사 30여명이 참여하고, 학생들이 어시스트를 맡는다. 예전보다 한센인이 많이 줄어, 약 10년 전부터 취약계층에 대한 진료봉사를 병행하고 있다.

 

Q. 기억에 남는 환자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록도 봉사에서 겪은 일이다. 한 환자가 틀니를 장착하기 위해 소록도에 마련된 진료소를 찾았는데, 리어카에 실려서 왔다. 가서 보니 팔과 다리가 하나도 없고, 몸통만 있는 환자였다. 정성스레 틀니를 제작해줬다. 지금도 그 환자의 모습이 기억난다.

 

또 한 번은 십여년 전 장착한 틀니를 다시 만나는 경우도 있었다. 소록도 진료를 할 때는 틀니 개수가 너무 많아, 바뀌지 않도록 틀니에 고유번호를 새겨 넣었다. 십여년이 흐른 뒤 다른 한센인 정착촌에서 진료를 하는데, 당시 그 환자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십년이라는 세월 동안 잘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고 뿌듯했다. 워낙 많은 틀니를 제작하다 보니 그런 경우가 종종 있다.

 

Q. 봉사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남을 도와주는 게 봉사지만, 나 자신의 만족감을 위해서 봉사를 하고 있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인 것 같다. 이가 하나도 없던 사람에게 틀니를 해주고, 그로 인해 식생활이 가능해지는 것을 지켜보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보람을 느낀다. 또 그 혜택을 받은 환자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그런 과정을 겪다보면 봉사를 멈출 수 없다. 구라봉사회 회원들은 봉사를 ‘여름만 되면 도지는 계절병’이라고 표현한다. 한해라도 봉사에 참여하지 않으면 뭔가 찜찜하다. 봉사를 다녀와야 개운하다. 상황이 이러니, 남 돕자고 하는 게 아니라 나 편하자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전영선 기자 ys@sda.or.kr

전영선 기자 ys@s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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