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회비 장기 미납자에 대한 소송을 검토하는 등 강경책을 펼치고 있다. 치과계 역시 그동안 회비 미납자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친 바 있어, 의료계의 이번 행보가 치과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경기도의사회(회장 현병기)가 5년 이상 회비 미납자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사실이 최근 의료계 전문지를 통해 보도됐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경기도의사회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는 등 의료계가 발칵 뒤집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도의사회의 소송 추진의사가 명확하다는 후속보도가 이어지면서 사태는 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의료계가 소송이라는 초강수를 둔 이유는 지부와 중앙회의 저조한 회비 납부율과 맥을 같이 한다. 경기도의사회의 회비 납부율은 지난 2011년 36%, 2012년 44.3%, 2013년 49.1%로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긴 하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이하 의협) 납부율 역시 지난 10년간 지속적인 하락세에 있으며, 현재는 60% 수준에 그치고 있다.
급기야 지난해 4월 열린 경기도의사회 대의원총회에서 회비납부를 강제 징수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안건이 상정됐고, 이에 관한 기타 자세한 사항을 집행부에 위임하자는 안이 82.5%라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됐다.
경기도의사회는 대의원총회에서 통과된 사안인 만큼 명분은 확실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와는 상황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인천동구의사회에서 10년 장기 미납자에 대한 소액재판에서 승소한 바 있다. 경기도의사회는 소송을 통해 회부 납부율이 증가할 경우, 전체적인 회비 인하를 통해 회원들의 부담을 줄여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소송은 아니지만, 서울시의사회(회장 김숙희)도 납부자의 명단을 공개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그간 회비 미납자에 대한 온라인 면허신고 제한 등 차별 정책을 추진해온 바 있는 서울시의사회는 3월과 11월, 연 2회에 걸쳐 기관지를 통해 회비 납부자의 명단을 공개할 방침이다. 미납자가 아닌 납부자의 명단을 공개함으로써 미납자의 회비 납부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보건복지부 역시 회비 미납자에 대한 해당 의료단체의 제재를 막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구강생활건강과 관계자는 “‘의료인은 당연히 해당하는 중앙회의 회원이 되며, 중앙회의 정관을 지켜야 한다’고 의료법 제28조 3항에 명시돼 있고, 중앙회 정관에는 회원의 의무로서 회비 납부가 명시돼 있는 만큼, 미납자에 대한 제재를 보건복지부가 제한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제재를 당한 미납자 개인이 행복추구권 침해 등 다른 법에 의한 이의는 제기할 수 있을지언정 보건복지부가 의료법을 근거로 해당 의료단체에 제재를 가할 수는 없다”고 명확히 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최남섭·이하 치협)의 회비 납부율(군진·공직·수련의·공보의 제외)은 지난 2011년 75%, 2012년 74.3%, 2013년 75.1%, 2014년 75.5%로 75%선에서 정체된 상황이다. 의료계보다는 나은 형국이지만, 회비 납부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그 방법이다. 지난 2012년 경기도치과의사회 대의원총회에서는 대승적 차원에서 미가입 회원 및 장기 미납자의 연회비를 한시적으로 50% 감면하자는 안이 통과된 바 있다. 하지만 가결 후 지금껏 회비를 성실히 납부한 회원들을 역차별하는 정책이라는 분회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그렇다면 회비 납부율 제고는 회원들의 불만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추진돼야 한다.
치협 이성우 총무이사는 “현재로선 미납자에 대한 제재를 고려하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분납, 감면 등 회비 납부율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있을 수 있으나, 치협이 회비 수납의 주체가 아닌 만큼, 전국의 모든 지부 및 분회와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효과적인 방안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ys@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