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33조 8항, 소위 1인1개소법을 위반해도 요양급여비 환수 처분을 할 수 없다는 고등법원의 2심 판결이 내려져, 향후 치과계에도 큰 파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의정부의 A병원은 지난 2014년 국민건겅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 지급 거부 통보를 받았다. A병원의 병원장은 명의대여 원장으로 실제 주인은 또 다른 의사로, 의료법 33조 8항을 위반했기 때문이었다. A병원의 실제 주인인 의사 B씨는 건보공단을 상대로 요양급여비 지급 거부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당시 의정부지방법원은 ‘A병원이 현행 의료법이 시행되기 전 개설됐고, 구 의료법을 위반하고 있지 않으므로 건보공단이 요양급여비용을 지급 거부할 수 없다’고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 재판 결과대로라면 1인1개소법은 유명무실해 질 수 있다. 의료인은 어떠한 경우에라도 1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고 법에 명시돼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를 위반할 경우 벌칙조항에 ‘개설취소’ 등이 포함돼 있지 않는 점이 결국 맹점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 같은 1심 판결은 2심으로 그대로 유지됐다. 최근 서울고등법원 제2행정부는 지난 7월 건보공단이 의사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용 거부처분 취소 판결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과 마찬가지로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에 따르면 의료기관이 요양기관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요양급여를 실시할 의무를 가지고, 건보공단은 요양급여비용을 지급할 의무를 지는데, A병원은 요양기관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건보공단 측은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은 적법하게 설립된 의료기관만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런 해석은 요양기관 범위를 지나치게 축소해 당연요양기관지정제의 취지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의사 B씨가 의료법 33조 8항을 위반했더라도 A병원 개설허가취소나 폐쇄명령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 요양기관에 해당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치협 1인1개소법 사수 및 의료영리화저지를 위한 특별위원회(이하 특위) 이상훈 위원장은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벌어져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 1인1개소법 위반 시 개설허가 취소나 폐쇄명령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건보공단의 요양급여비 환수 조치는 어쩌면 이 법이 가지는 제일 강력한 무기였다. 하지만 공단 측은 의료인 명의대여가 사무장병원과 같이 의료를 영리목적으로 이용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행태라는 입장으로 향후 항소심에서는 올바른 판단이 내려지도록 노력할 뜻을 밝힌 만큼 아직 낙담하기는 이르다”고 전했다.
신종학 기자 sjh@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