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교수가 “이제 동네의원에서 진료해도 된다”고 권유한다면 국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국민 10명 중 9명은 대학병원 교수의 권유에 따라 동네의원에서 진료받을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학병원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맹신은 여전해 의료전달체계 확립이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서울대학교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단장 권용진)은 지난 1일 국민들의 의료이용문화 및 상급종합병원 이용 경험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한국갤럽을 통해 전국 19세 이상 69세 이하 성인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결과 1·2차 병의원에서 의사의 판단에 따라 대학병원을 이용한 비율이 49.4%로 나타났다. 질병의 중증도에 상관없이 본인이 원해서 대학병원을 찾은 비율도 48.8%로 비슷했다. 즉 대학병원 이용환자 절반은 의사가 아닌 본인의 판단에 따라 큰 병원을 찾고 있다는 얘기다.
본인이나 가족이 원해서 대학병원을 방문한 이유로는 △1·2차 병의원에서 정밀검사가 불가해서(24.2%) △중증 또는 고난이도 질환이 의심돼서(19.4%) △1·2차 병의원을 못 믿어서(16.2%) △대학병원에 대한 신뢰(10.9%) 순으로 집계됐다. 또한 대학병원 선택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으로는 ‘유명하고 실력있는 의료진’이 55.8%로 가장 높았고, ‘최신 검사 및 의료장비’가 12.8%로 뒤를 이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대학병원 선호도와는 별개로 동네의원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신뢰가 높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동네의원을 신뢰하는 비율은 84.7%로 나타났고, 대학병원 교수가 동네의원에서 진료해도 된다고 할 경우 그에 따르겠다는 비율 역시 87.8%로 높게 나타났다. 희망하는 동네의원 유형으로는 ‘평소 다니던 병의원(51.3%)’이 가장 높았으며 △대학병원 의사가 소개한 동네의원(25.8%) △대학병원과 협력체계가 구축된 동네의원(21.1%) 순이었다. 반면 대학병원에서 담당의사가 동네의원 진료를 권유해도 대학병원에서 계속 진료를 받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10.3%였다.
권용진 공공보건의료사업단장은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마친 후 동네의원으로 돌아가겠다는 의향이 90%로 아주 높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며 “상급종합병원 진입장벽을 높이기 보다 회송제도 활성화를 통해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는 게 현실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전영선 기자 ys@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