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신문_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 ‘한-일 방문치과진료 학술세미나’가 지난 6월 28일 치과의사회관에서 개최됐다. 내년 3월 27일 본 시행에 돌입하는 ‘의료·요양 등 지역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돌봄통합지원법)’과 관련 치과계의 역할과 발전 방향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우리나라보다 40년 앞서있다는 일본 개호보험의 현주소를 확인하고 벤치마킹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 직접 강연에 나선 일본방문치과협회 모리구치 겐죠 이사장과 마에다 미츠오 홍보이사는 일본 개호보험의 현재와 실제 운영되고 있는 방문치과 현장을 소개해 관심을 모았다.
의료와 돌봄의 통합지원을 내세운 법은 우리사회에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시행까지 채 9개월도 남지 않은 현시점에서도 방문치과의 구체적인 내용도 수가도 확정되지 않고 있다. 그 해답을 일본의 사례에서 찾을 수 있을지,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 등 치과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방문치과진료 핵심은 전문가 간 긴밀한 협력
‘일본 방문치과진료의 역사와 미래’를 주제로 강연에 나선 일본방문치과협회 모리구치 겐죠 이사장은 “2025년까지 일본 인구의 30%가 65세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령화 비율 중 하나”라면서 “이러한 추세는 치과를 포함한 모든 의료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방문치과진료는 1960년대 초반에 시작됐지만 초기에는 공식적인 시스템이나 지원이 없었고, 1988년 ‘재가환자 방문진료료(480점)’가 신설되면서 와상환자에 대한 정기적인 방문진료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4년까지 그 평가점수가 680점까지 인상되면서 이후 본격적으로 방문진료가 성장하는 시기를 맞았다. 2000년에는 본격적인 개호보험이 시작되면서 일본방문치과협회도 설립됐고, 2024년 현재 방문진료 구분이 세분화되고 선정범위가 확대됐다.
진료목표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초기에는 통증제거나 충치치료, 틀니관리 등이 목적이었다면, 현재는 치료뿐 아니라 생활 속에서 먹을 수 있고, 마지막까지 즐겁게 이야기하고 웃을 수 있도록 구강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방문치과의 중요한 역할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방문진료는 치료장소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상태도 좋지 않다는 차이가 있다”면서 “고도의 판단력과 경험, 다직종과의 연계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방문치과진료를 받는 환자의 대부분은 뇌혈관질환, 치매, 파킨슨병, 당뇨, 암 등의 질환을 갖고 있는 만큼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뿐만 아니라 환자의 전신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의사-간호사와의 협력이 필요하고, 요양보호사 및 케어매니저, 영양사, 언어치료사, 재활담당자 등과의 연계가 없이는 방문치료가 이뤄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방문진료 참여 치과 24%, 환자에 대한 이해 ‘라포’ 형성이 중요
‘현재 일본 방문진료의 구체적인 내용과 필요한 기구 및 교육’을 주제로 강연한 일본방문치과협회 마에다 미츠오 홍보이사는 재가와 시설에서의 진료현장을 동영상으로 보여주며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의 역할을 직접적으로 설명했다. 보다 효율적인 방문진료가 가능하도록 돕는 기구 등 구체적인 노하우를 공유했다.
마에다 미츠오 홍보이사는 방문진료는 재택이 73%로, 시설보다 많다는 점을 지적하며, “방문진료는 외래와 달리 환자와 치과의사의 일대일 관계에 그치지 않고 간병인이나 가족 등이 있어 커뮤니케이션이 복잡해지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일본에서는 약 6만8,000개의 치과병원 중 방문진료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치과는 24%정도며, 방문진료는 전체 치과진료의 3.9%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요양시설에서 정기적인 검진과 치료를 받는 경우는 11%,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64% 가운데 실제 치료한 사람은 2.4%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일반적인 치과에서 방문진료는 월1회부터 10회까지 시행하는 치과가 가장 많지만, 방문진료를 월 100회 이상 하며 방문진료를 메인으로 하는 치과도 많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경우 대학에서도 방문치과진료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으며, 방문치과협회는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마에다 미츠오 홍보이사는 방문진료를 위한 준비부터 필요한 기구, 환자 및 가족, 관련 직종 간의 소통법까지 상세히 소개했고, 방문 시 매너, 정중한 환자 대응 등 환자와의 라포 형성도 중요한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초고령사회 진입, 한국과 일본의 공통된 당면과제
‘노인방문치과진료체계 모델 구축을 위한 정책연구’를 진행한 고홍섭 교수(서울대치의학대학원)는 “65세 이상이 20%가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2034년이면 75세 이상이 20%가 넘어서게 된다” 면서 “통합돌봄의 시급성이 여기에 있다. 의존적인 후기 고령자의 증가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요양시설 계약의사제도가 시행되고 있고 2,400여 의사가 활동하고 있지만 이 가운데 치과의사는 7명에 불과하고, 전국 1,700여개 요양병원 중 치과가 포함된 곳은 20곳 정도에 그치고 있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후발주자인 치과의 경우 다학제 팀에 참여하는 연결고리를 만들고 리더십을 갖출 수 있는 교육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중석의 질의도 이어졌다. “내년 3월 돌봄통합지원법이 시행되지만 치과에서 해줄 수 있는 분야가 굉장히 제한적이다”,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봉사차원에 그쳐서는 안되며 제대로 된 수가체계가 필수적이다”, “방문진료를 도입하는 시점에서는 휴대용 장비를 마련하는 데도 상당한 부담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