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치과용 레이저를 제조·판매하는 B시스템이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 즉, 기업회생을 신청해, 해당 회사의 레이저를 구매한 치과의사들의 상당한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B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기업회생 신청, 23일 보전처분결정을 받았으며, 지난달 30일 대표이사인 이 모씨의 법원 심문이 진행됐다. 최종적인 기업회생 여부와 채권단 명단은 구정 연휴가 지난 2월 중순 결정된다. 기업회생 신청이 기각되면 일반적으로 파산(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본지에 입수된 제보에 따르면 B시스템의 레이저는 2002년부터 현재까지 3,000대 이상이 판매됐다. 문제가 되고 있는 최근 3년간 M캐피탈과 연계한 할부(리스) 프로모션으로 판매된 레이저만 400대가 넘는다. 현재 B시스템 레이저를 할부(리스) 프로모션으로 구매한 치과의사들은 덴트포토 게시판과 단체 카톡방에서 정보를 교류하며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 중 일부는 소속 시군분회에 실태파악 후 피해를 최소화해 줄 것을 요청하거나, 치협 회원고충처리위원회에 민원으로 접수한 상태다.
제보에 따르면 구매자들의 피해액 규모는 160억원 상당이며, 실제로 B시스템이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한 채권자 목록에는 치과의사 239명과 일부 치과기자재업체 등이 포함돼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B시스템 레이저의 할부(리스) 프로모션은 36개월 분납 조건으로, 1년 사용 후 장비결함 또는 임상적용이 어렵다는 사용자의 판단이 있을 경우 기기 반납이 가능하고, B시스템에서는 기기 반납으로 인한 리스계약의 해지 수수료 부담은 물론, 초기 1년간 할부금액 일부를 지원하는 방식이었다. 때문에 대다수 구매자들이 할부(리스) 수수료를 포함해 시중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M캐피탈과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B시스템이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모든 프로모션 혜택을 중단하면서 발생했다. 특히 일부 치과의사들은 레이저를 B시스템에 정상반납했음에도 불구하고 M캐피탈과 리스계약이 해지되지 않아 매월 리스료를 지불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돼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해당 치과의사들은 소송준비모임을 결성하고,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을 경우 회사 대표 등을 형사고발한다는 계획이다.
이 모 대표이사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동안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있다 어떻게든 회사를 살려보겠다는 일념으로 지난 1월에 복귀했지만 이미 직원 상당수가 퇴사해 최종적으로 할부(리스) 프로그램을 통해 판매된 제품이 몇 대인지, 금액이 얼마인지조차 파악이 안 되고 있다”며 “레이저 반납이 회사의 예상치를 뛰어넘을 정도로 많았고, 때문에 정상적인 프로모션 진행이 불가능해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M캐피탈 측에도 기기반납한 원장들의 계약을 회사로 이전하는 방안 등을 제의했지만 거부당했다”며 “회사에서는 반납한 원장들에게 확인증을 발급해주고 있으며, 가능하다면 추후에라도 변제할 뜻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B시스템의 주장이 현재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모 업체 대표는 “B시스템의 문제가 터지기 이전부터 우리 영업사원들에게 이 같은 판매방식은 절대 불가하다는 공지를 했을 정도로 터무니없는 프로모션”이라며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도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B시스템이 사태해결의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최학주 기자 news@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