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가 푸르른 병산서원 별채 앞, 대금산조의 가락이 흘러나오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연신 감탄사를 자아냈다. 기악독주곡인 산조를 대금으로 연주하며 뭇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이는 근 30년 동안 치과의사이자 대금 연주자로서의 길을 걸어온 박인호 원장이었다.
박인호 원장은 지난 1985년 경희치대 본과 3학년 때 우연히 ‘풍류회’의 공연을 보고 대금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30년이라는 긴 세월을 대금과 함께해오며 연습한 만큼 실력이 늘지 않아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더구나 열정적인 마음과는 달리 무대공포증이 있어 한약을 먹고 진정시키길 여러 번, 하지만 그의 손에는 늘 대금이 들려 있었다. 현재 그는 풍류회에서 몇 안 되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대금 독주회를 선보일 정도로 출중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박 원장은 “대금은 우리나라 민요와 판소리의 정서를 오롯이 표현해 내는 악기다. 대금만의 특색 있는 음색과 가락이 좋다”며 미소 지었다. 그는 ‘대금산조’와 ‘청송곡’뿐 아니라 ‘광화문연가’, ‘마지막 잎새’, ‘그리운 금강산’ 등의 가요 연주도 즐겨 한다. 특히 이러한 국악소리를 많은 이에게 들려주고 싶어 풍류회 정기공연은 물론이고 하모니카페스티벌, 경희치대 동창회, 구파발성당 등에서 열리는 다양한 행사에 참가해 대금 연주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박인호 원장은 “점차 세월이 흐르고,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송추효사랑요양병원, 서울정신요양원과 양로원 등에서 일부러 공연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며 “나의 연주가 많은 노인 분들에게 아름다운 우리 곡조를 듣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단연 동료, 선후배 치과의사들에게 대금 연주에 도전해 보길 추천한다. 대금을 연주하며 나의 한계에 도전하고, 또 치과계를 벗어나 다양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소리를 들려주며 정서를 함께 공유하는 것은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박인호 원장은 “대금을 비롯한 국악을 직접 배우지 않더라도 많은 치과의사가 국악의 진정한 멋과 즐거움을 느끼길 바란다”며 “입장료가 무료이거나 5,000원인 국악 공연도 많다. 인식과는 달리 의외로 저렴하게 높은 수준의 국악을 즐길 수 있으므로 우선 국악에 관심을 갖고, 많이 들어보길 추천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기회가 생긴다면 작은 마을 행사라고 하더라도 언제든 흔쾌히 대금을 들고 무대에 오를 것”이라며 “쉽게 접할 수 없는 우리 국악이 널리 퍼져나가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김인혜 기자 kih@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