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이 발전해가는 과학기술로 인해 현대인의 삶은 더욱 편안하고 윤택해지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문명의 발전이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질환을 증가시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목 디스크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목 디스크는 주로 고령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질환이었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컴퓨터 사용량의 증가로 인해 목 디스크는 이제 젊은 층에게도 흔하게 발생하는 질환이 되었다. 실제로 건강보험공단 통계자료에 의하면, 20대의 목 디스크 환자 비율이 4년간 꾸준하게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척추는 우리 몸의 중심을 지탱하는 중요한 구조물로서 총 33개로 구성되어 있는데 목뼈, 즉 경추는 그 중 가장 위쪽의 7개를 말한다. 경추 사이에는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쿠션과 같은 연골 조직이 있다. 이를 경추 추간판 또는 목 디스크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목디스크가 있다”고 하는 것은 경추 추간판이 후방으로 탈출해 주변을 지나가는 신경을 압박하여 증상을 유발하는 상태를 말한다.
목 디스크는 일종의 퇴행성 질환이다. 디스크는 내부의 수핵과 그것을 싸고 있는 섬유막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나이가 들면 디스크의 수분 함량이 감소하며 탄력성이 줄어 푸석푸석하게 변한다. 때문에 힘을 효과적으로 흡수하지 못하게 되고, 가벼운 외상이나 나쁜 자세에 의하여 디스크 내부의 수핵이 섬유막을 찢고 밀려나와 목 디스크가 발병하게 된다. 빠르게는 20세 이후부터 디스크의 퇴행성 변화가 시작된다.
우리의 목은 약 5kg 무게의 머리를 지탱하고 있는데 고개를 아래로 숙이게 되면 각도에 따라 2~5배 가량 체중 부하가 늘어나게 된다. 이때 경추 사이에 있는 디스크는 과도한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이는 디스크의 퇴행성 변화를 촉진시키게 된다. 장시간 컴퓨터,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이나 직업적으로 고개를 오래 숙이고 일하는 사람에게서 목 디스크가 잘 생기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목 디스크의 증상은 디스크가 빠져나온 방향과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어깨와 팔, 손의 저린 증상이다. 저린 증상은 팔 전체에 나타나기도 하나 어깨나 팔, 손 중 한 곳에 국한되기도 한다. 신경이 눌린 정도가 심하거나 장기간 압박이 지속되는 경우 팔의 감각이 저하되며 힘이 빠지는 증상도 발생할 수 있다.
팔의 저린 증상이 없이 목 뒤가 아프거나 뻣뻣하게 느껴지는 것도 목 디스크의 증상일 수 있다. 디스크의 수핵이 뒤로 빠져나가 척수를 누르는 경우를 척수증이라고 하는데 이 때는 하지에까지 영향을 주어 다리에 감각이 떨어지거나 힘이 없고 걸을 때 중심을 못 잡고 비틀거리는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아주 심한 경우에는 사지 마비 및 대소변 장애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
대부분의 목 디스크는 비수술적 치료로 좋아질 수 있다. 탈출된 디스크는 수개월이 지나면서 몸 안에서 저절로 흡수되어 자연치유되는 경우가 많다. 자연회복기간 동안에 발생하는 증상의 조절이 목 디스크 치료의 주된 역할이다. 대개의 증상은 약물치료로 조절이 가능하다. 약물 치료로 증상 조절이 부족한 경우에는 주사치료를 시행해 볼 수 있다.
가느다란 바늘을 신경이 눌린 부분까지 삽입하여 약물을 주입하는 것인데 약물이 아픈 부위에 직접적으로 작용하여 증상 조절에 효과적이다. 3개월 정도의 비수술적 치료에도 호전을 보이지 않는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는데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목의 앞쪽에서 디스크를 제거하고 뼈이식을 하는 방법이다. 디스크가 여러 부위에서 발생한 경우에는 목의 뒤쪽에서 접근하여 눌린 신경을 풀어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최근에는 내시경을 이용한 방법도 시도되고 있으나 신경 손상 위험이 있어 많이 시행되지는 않고 있다. 비수술적 치료를 시도하지 않고 바로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약물로 조절되지 않는 심한 통증이 있는 경우, 근력이 떨어지는 경우, 척수가 압박되는 척수증의 증상이 보이는 경우다. 이런 경우에 시간을 끌면 회복이 불가한 신경 손상이 남을 수 있어 빠른 수술적 치료를 요한다. 수술 후에 회복은 빠른 편으로 수술 직후부터 보행이 가능하며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대개 2개월 정도가 지나면 약물 투여 없이도 이전 생활로 완전히 복귀할 수 있다.
치료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목 디스크의 예방이다. 목 디스크는 대부분이 잘못된 자세와 습관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생활 습관 교정이 가장 효과적이다. 평소 목을 앞으로 빼고 구부정하게 있는 자세는 목 디스크에 부담을 줘서 퇴행성 변화를 촉진시킨다. 의식적으로 어깨를 펴고 목을 일자로 세우고 다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스스로의 자세를 점검하는 방법은 벽에 등과 엉덩이를 대고 똑바로 섰을 때 뒤통수가 벽에 닿는지를 보는 것이다.
뒤통수가 벽에 닿지 않는다면 자신도 모르게 목을 앞으로 빼고 다니는 나쁜 습관이 있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뒤통수가 벽에 닿도록 억지로 자세를 취하면 굉장히 어색하고 불편해 하는데 사실 그것이 목 입장에서는 가장 자연스럽고 편한 자세이며, 남들이 보기에도 예쁜 자세이다. 직업상 어쩔 수 없이 장시간 고개를 숙이고 일해야 한다면 중간중간 꼭 고개를 뒤로 젖히고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좋다.
치과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의 경우 장시간 고개를 숙이고 진료를 봐야 하는 업무 특성상 목 디스크의 위험이 높을 수 밖에 없다. 2019년 치과의사 1만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치과의사의 목 디스크 위험도가 일반 인구에 비해 2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목 디스크는 고개를 숙일 때 증상이 악화되기 때문에 한번 목 디스크가 발생하면 장기간 업무에 큰 지장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꾸준한 스트레칭과 바른 생활습관을 통한 예방이 더욱 중요하다.
목 디스크는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질환으로 발병 시에 삶의 질이 심각하게 떨어질 수 있지만 조기에 진단하면 충분히 쉽게 치료하고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다. 하지만 증상이 비슷한 어깨 회전근파열이나 근막통증증후군 등으로 잘못 진단하고 잘못된 치료를 받고 있는 경우도 많다. 그러므로 의심되는 증상이 있다면 척추 전문의의 진료를 받고 자신의 목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목 디스크를 예방하는 생활 습관
- 스마트폰, 컴퓨터를 볼 때 목과 허리를 곧게 펴기
- 틈틈이 목을 뒤로 젖히고 스트레칭하기
- 의자에 앉을 때 엉덩이를 의자 깊숙이 넣어 등 전체가 의자에 닿도록 앉기
- 엎드린 자세로 책 등을 보지 않기
- 높은 베개 대신 자신의 신체에 맞는 적절한 높이의 베개 사용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