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단] 궁금한 것들

2012.07.09 09:58:51 제501호

기태석 논설위원

오래 전 일이지만 아직도 궁금한 것이 있다. 군의관시절, 위생병들이 정신교육을 받은 뒤 나누는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내용은 의무근무대장이 신문 사설을 읽으며 교육을 했는데 ‘신용장 내도액’이라는 말의 띄어쓰기가 틀렸다면서 ‘신용 장래도액’으로 바꿔 설명하더라는 것이었는데, 그들은 또 다른 예를 들면서 그의 무식함을 성토하고 있었다. 당시 근무대장은 고등학교 출신 장교였고 위생병 대부분은 대학 출신이었기에 한편으론 이해도 되었지만 그 때 머릿속을 스친 궁금증은 과연 생사를 가르는 전선에서도 이들은 근무대장의 학력이 짧다는 이유로 “돌격 앞으로!”를 외치는 그를 외면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위생병뿐만 아니라 나도 그의 지휘를 받아야하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지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최근 치과계의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궁금한 것이 생겼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내린 판결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는 1인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시위에 나서는 이들 중 불법네트워크 치과에 대해 불만과 피해를 호소하던 일반회원들이나 상대적으로 피해가 클 수밖에 없는 젊은 회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협회 임원, 지부 임원, 그 밖의 선배나 전임 임원들뿐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들이 앞장서야 하는 것은 맞지만 2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그들만이 반복해서 시위에 나서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궁금증이 생긴 것이다.

 

요즘 필자가 살고 있는 골짜기에는 가뭄 탓인지 고라니가 물을 찾아 위험한 민가 근처 냇가까지 내려오고 있다. 이처럼 목마른 사람이 샘을 파는 것이 순리인데 가장 큰 피해 당사자인 젊은 회원들은 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혹시 스스로를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위생병들이 근무대장이 그들보다 못하다는 평소의 생각을 전시에 명령에 불복하는 것으로 드러내 보이는 우를 범하는 꼴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협회는 이번 사태를 겪으며 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고 한다. 사실상 우리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전시상태를 선포한 셈이다. 전시에는 이성적 판단이나 토론이 무의미할 수 있다. 사단장의 고지 점령 명령에 하버드대학을 나온 사병이라고 이의를 달 수 없는 것과 같다. 특히 우리는 2만여 각개 사업장을 가진 엘리트 집단이다. 저마다가 자기의 주장을 편다면 솔로몬의 지혜로도 의견을 한 방향으로 결집시키는 것에는 무리가 따를 것이다. 

 

이번 시위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힐 뿐만 아니라 불법네트워크 치과 척결을 위해 통과시킨 ‘1인 1개소’ 법안에 대한 복지부의 시행령의 방향을 잡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항간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이 협회의 과도한 강경 대응에 따른 것인데 잘못은 협회가 해놓고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회원을 동원시키려 하느냐는 말도 들린다. 그러나 온건하게 대처했던 과거의 협회에도 회원들의 불만은 많았다. 그러니 이것이 젊은 회원들이 시위에 참석하지 않는 이유가 아니길 바란다.

 

평소 같으면 많은 여론을 수렴하고 토론을 하는 것이 맞지만 지금은 모든 회원과 소통할 만큼 여유로운 때가 아니다. 도둑이 집에 들어 왔으면 일단 때려잡아놓고 봐야지, 옳고 그름을 판단할 시간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오합지졸의 이웃 단체를 보지 않더라도 치과의사만큼은 “너희들이 그렇게 하니 그런 꼴을 당하지”라는 비아냥거림을 받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많은 정보와 경험과 인맥을 가지고 있는 협회를 믿고 따라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협회 역시 젊은 회원들이 행동으로 분노를 표출하지 않고 있는 이유를 파악해 대처함으로써 미래의 치과계를 이끌어갈 젊은 회원에게 더 이상의 상처와 아픔을 주지 않도록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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