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타적 집단이기주의

2024.06.27 16:28:11 제1071호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668)

3년 전쯤 경기도 한 아파트에서 외부인이 놀이터를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거주자 아동에게는 인식표를 발부하고, 비거주자는 주민을 통해 놀이터 일일이용권을 구매하게 해 논란이 된 일이 있었다. 지난달 대구 어느 아파트에서 10년을 거주한 치매 걸린 80대 입주민이 단지 내 화단에서 꽃 한 송이를 꺾었다고 관리실로부터 절도죄로 경찰에 고발된 사건이 있었다. 최근 서울 한 아파트단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단지 내 국공립어린이집을 민간어린이집으로 바꾸려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3가지 사건은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에서 발생한 일로 입주민회의에 의하여 관리되는 관리실에서 진행한 사건들이다. 이들은 아파트단지의 이익이라는 이유로 상식과 공공의 선과 윤리를 넘어서고 있다. 집단이기주의를 수없이 봐왔지만, 이 3가지 사건이 시사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우려된다. 이들 대상이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와 노인이기 때문이다. 어린이는 그 사회의 미래이며 노인은 개인들이 가야 할 미래이기 때문이다.

 

한 사회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사회를 지탱하는 상식과 윤리와 공공의 선이 있어야 한다. 한 사회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가 없다면 사회 구성원들은 그 사회에 대한 믿음이 약해진다. 결국 사회가 존속할 수 있는 힘을 잃게 된다.

 

얼마 전 대통령이 출생률 저하로 인한 국가 위기 상황이라고 담화했다. 출생률 저하는 수많은 이유가 모이고 모여 빙산의 일각처럼 나타난 결과물일 뿐이다. 그 이유 속에는 위 3가지 사건과 같은 상식과 윤리와 공공의 선을 넘어서는 용납되기 어려운 수없이 많은 배타적 이기주의가 내재돼 있다.

 

외부인으로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는 아이로 보이지 않고 놀이터를 파손시키는 이방인으로 인지한다. 어린이는 보호해야 하고 마음껏 뛰어놀게 해야 한다는 상식을 넘어섰다. 아파트 내에 꽃은 자신들의 자산이기 때문에 비록 입주민이든 치매를 걸린 80대 노인이든 상관없이 관리소는 합의금으로 35만원을 내거나 아니면 경찰에 고발한다고 했다. 노인을 공경해야 한다는 사회적 윤리를 넘어섰다. 더 많은 관리비를 받기 위해 주민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국공립어린이집을 폐지하고 민간어린이집으로 바꾸려 한다. 사회적 집단은 공공의 선을 추구해야 한다는 사회적 협약을 넘었다. 이 모든 사건의 내면에는 돈이 있으며, 돈을 위해서는 상식도 윤리도 공공의 선도 집단이기주의라는 무기로 파괴하였다.

 

우리 사회가 점점 수렁에 빠지듯이 슬픈 사회로 치닫고 있다. 요즘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지속돼온 혈연 공동체적인 사고에서 서양 개인주의적 사고로 급격히 변화해 가고 있는 시점이다. 공동체적인 사회에서는 규정을 하지 않아도 서로에게 공인되는 사회적인 룰인 상식과 윤리 그리고 공공의 선이 강하게 사회를 지배하고 있었다. 이런 사회의 장점은 어느 정도 한도 내에서 개인적 일탈을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아파트단지 내에서 80대 노인이 꽃을 꺾는 것을 보아도 다시 꽃을 사다 심는 마음의 여유와 수용성이 있었다. 경찰에 고발한 것은 자신들 권리나 자산에 침해를 받았다고 인지했기 때문이다. 이는 서양처럼 개인주의가 팽배한 곳에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반면, 자신의 권리가 침해받는 것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 것과 같다. 즉 서양식 개인주의적 사고를 가장한 집단이기주의다. 설사 개인주의 미국이라도 80대 치매노인을 경찰에 고발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들대로 노인과 치매환자라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성숙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한국식과 서양식 사고가 혼재되어 필요에 따라 바꿔가며 집단이기주의로 나타나고 있다. 개인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 하기 위한 공동체가 돈이라는 욕망으로 하나로 뭉쳐 개인주의적 개념으로 배타적 이기주의가 되었다.

 

최근 이런 모습이 사회 전반에서 보인다. 정부나 정치인들이나 직능인 단체나 모두 같은 형태 모습을 보인다. 과거 잘못이 현재 출산율을 급감시켰듯이 이런 잘못된 집단이기주의가 한 세대를 넘으면 그 사회는 위험에 빠진다. 해결점이 윤리성 회복과 교육이란 것에 암담할 뿐이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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