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치의학연구원’ 법안 통과 후 10개월, 그 향방은?

2024.10.07 09:32:09 제1083호

보건의료기술법 내년 1월 시행, 지자체 유치경쟁 과열화
지속가능한 연구기관 자리매김 중요…정부 의지가 관건

[치과신문_신종학 기자 sjh@sda.or.kr] 지난 2012년 관련 법률안이 첫 발의된 후 11년만인 지난 2023년 12월 치과계 숙원사업인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 근거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했다. 보건의료기술 진흥법(이하 보건의료기술법)을 일부 개정한 법률안은 오는 2025년 1월 24일 시행된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국립치의학연구원(이하 치의학연구원) 설립과 관련한 사전타당성조사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을 통해 진행중으로, 그 최종 결과는 내년 4월경 나올 예정이다.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 필요성 
전국민·국가적 공감대 형성 결과

지난 2012년 11월 12일 관련 법안이 첫 발의된 후 치의학연구원 설립과 관련해 총 16개 법안이 발의됐다. 특히 지난 21대 국회 들어와서는 당시 양정숙·전봉민·김상희·이용빈·허은아·홍석준·이명수·이정문 의원(이상 발의 순) 등이 치의학연구원 설립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수개월에 걸친 논의 끝에 지난 2023년 8월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2법안심사소위원에서는 치의학연구원 설치 법률적 근거 마련을 골자로 한 2건의 보건의료기술진흥법 일부개정 법률안과 1건의 치의학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병합 심사해 위원회 대안을 가결했다. 이후 2023년 12월 28일 ‘보건의료기술 진흥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해 치의학연구원 설립 근거 법안이 마련되게 됐다.

 

본회의를 통과한 치의학연구원 설립 관련 법안의 제안 이유와 주요 내용을 보면 치의학연구원 설립 필요성은 더욱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 수준의 평균 수명 향상을 이뤄 왔으나 삶의 질적 향상에 부응하는 과학적 기반은 미비한 실정이고, △현재 치의학 분야의 연구는 순수연구와 응용연구의 중간단계에 위치하고 있는 상황으로, 치의학 분야의 발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응용연구로 중심으로 나아가야 한다. △새로운 분야에 먼저 투자해 시장을 선점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산업과 연관되는 분야의 연구에 집중 투자해야 하고, △치의학 기술의 연구·개발을 촉진, 기술 표준화를 통한 연구개발 성과를 보급·확산시켜 지속적인 신기술 개발을 위해 관련 전문 연구인력을 양성해야 하며 △특화된 연구·개발 지원 및 인력양성 등 정책적인 지원이 뒷받침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보건의료산업의 발전과 국민의 건강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다. 이상의 내용으로만 보더라도 치의학연구원 설립 필요성은 충분히 설명된다.

 

개정·신설된 보건의료기술법 중 치의학연구원의 설립 관련 법안을 보면, ‘치의학 기술의 연구를 통하여 산업진흥을 촉진하고, 기술표준화 및 치의학 기술의 연구개발 성과의 보급ㆍ확산 등을 지원하기 위하여 국립치의학연구원을 설립ㆍ운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치의학연구원의 업무에서는 그 역할과 목적이 더욱 뚜렷하다. 관련 법 제28조의3(업무)에서는 1. 치의학 관련 연구개발·기술진흥 및 산업발전을 위한 계획·정책의 수립 지원 2. 치과기공술 및 치위생관리 기술, 치과 소재·부품 기술의 개발 등 치의학 산업기술 발전 지원 3. 치의학 기술의 표준화·산업화 및 연구개발 성과의 보급·확산 지원 4. 치의학 관련 국제 협력 및 해외진출 지원 5. 치의학에 관한 통계·정보의 수집 및 관리 6. 치의학 기술 분야의 전문 인력 교육·훈련 및 역량 강화 7. 그 밖에 국가차원의 치의학 분야 육성을 위한 업무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무 이상 7개 항에 대해서 그 역할과 업무를 규정하고 있다.

 

불완전한 ‘임의규정’

정부 의지로 완전히 해소해야
치의학연구원 설립 관련 법안이 최종 통과되기까지 첫 법안이 발의되고 10년이 넘는 기간 국회에서는 지지부진한 논의가 이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애초 국회에서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와 보건복지위원회(이하 복지위) 두 상임위에서 유사 법안이 다뤄져 그 관할 부처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할 것인지, 보건복지부로 할 것인지부터 혼란이 가중됐다.

 

많은 논의와 심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보건복지부 소관인 보건의료기술법을 개정해 근거 법안이 마련됐다. 하지만 문제는 법안이 강제성이 없는, ‘…설립·운영할 수 있다’라는 이른바 ‘임의규정’으로 법안이 통과된 부분에 대해 국회 통과 직후부터 치과계 일부의 우려를 샀던 것이 사실이다.

 

최종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위원회 대안과 그에 앞서 19대, 20대, 21대 국회 과방위나 복지위에서 다뤄졌던 16개법안과의 가장 큰 차이점도 바로 이 부분이다.

 

21대 국회 홍석준, 정봉민, 이명수, 이정문 의원 등이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나 보건의료기술법 개정안을 보면, 동일하게 그 명칭과 용어에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요지는 “치의학연구원을 설립한다”라고 강행규정으로 명시한 바 있다.

 

반면, 국회를 최종 통과한 법안은 앞서 밝혔듯이 ‘치의학 기술의 연구를 통해 산업진흥을 촉진하고…국립치의학연구원을 설립 운영할 수 있다’라는 ‘임의규정’으로 법안이 통과된 것이다. 따라서 치의학연구원 설립 현실화는 전적으로 정부, 특히 관할 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의지에 달렸다.

 

임의규정 법안으로 인해 치과계 일각에서는 “치의학연구원 설립 현실화가 아직은 묘연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사고 있는 것이 사실. 다행스럽게도 이 같은 우려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최근 몇 차례 토론회를 통해 입장을 명확하게 밝혔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치의학연구원 설립 사전타당성조사가 설립 여부를 타진하는 것이 아닌 그 규모와 예산 등을 연구해 예비타당성조사 여부를 결정짓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 7월 10일 국회에서는 충남 천안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문진석, 이재관 의원이 공동으로 ‘국립치의학연구원 천안 설립 촉구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고, 이 자리에는 당시 보건복지부 구강정책과 전은정  과장이 패널로 참석했고, 그의 발언에 이목이 집중된 바 있다. 

 

토론회에서 전 과장은 치의학연구원 설립과 관련해 3단계 절차가 진행되는데, 먼저 조달청을 통해 입찰공고를 실시했고,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사전타당성 연구용역을 맡긴 상황이며, 이후 연구결과에 따라 예비타당성조사 여부가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전 前과장에 따르면 관련 법이 ‘설립·운영할 수 있다’라고 돼 있기 때문에 올해 예산에 사전타당성조사 연구용역비가 2억원 반영된 것이고, 사전타당성 연구용역을 통해 치의학연구원 설립 취지에 부합한 기능과 역할을 분석하고, 설립 타당성을 먼저 밝혀내는 것이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토론회 자리에서 복지부 담당자의 이 같은 설명에 대해 “연구결과에 따라 설립이 무산될 수도 있는 것인가?”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대해 “복지부 입장에서도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사전타당성조사 연구가 왜 먼저 이뤄져야 되는지 이 부분을 설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법안이 강행규정이 아닌 임의규정인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사전타당성조사를 진행할 뿐이라는 설명이다.

 

복지부의 이 같은 입장은 지난 9월 9일 마찬가지로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이 주최하고 대구광역시와 대구광역시치과의사회가 주관한 치의학연구원 대구 유치를 위한 토론회에서는 복지부 구강정책과 변루나 과장이 패널로 참석해 정부 측 입장을 밝혔다.

 

변 과장 역시 치의학연구원 설립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의지를 명확히 했는데, 그는 “치의학연구원의 설립 취지에 부합한 기능과 역할을 구성하는 게 우선적으로 필요하고, 설립 타당성을 먼저 밝혀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사전타당성 연구조사는 부지의 적절성 요건도 도출할 예정이다. 치의학연구원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려면 어느 정도의 부지나 요건이 필요한지를 사전타당성 연구조사를 통해서 되짚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립치의학연구원’

과연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보건복지부의 치의학연구원 설립에 대한 확고한 의지는 제2차 구강보건사업 기본계획(2022~2026)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22년 발표된 2차 기본계획 10대 핵심 과제에는 ‘국립치의학연구기관’ 설립 추진이 포함됐다.

 

이 계획에는 6개 분야 17개 추진과제를 선정했는데, 그 중 ‘국가적 차원에서 치의학 연구·산업 발전 지원’ 분야가 바로 치의학연구원 설립의 근거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치과인력 적정 양성 및 진로 다각화 촉진 △국민의 건강권·치의학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토대 강화 △치과의료기기 및 기공물의 국내·해외시장 진출 지원 등 세부 과제를 추진한다는 게 보건복지부의 계획이다.

 

이 같은 국가 차원의 계획을 수행하기 위해 치의학연구원은 실제 어느 정도 규모와 인력이 필요할까? 특히 이를 운영하기 위해 연간 얼마의 예산이 들 것인가? 이를 가늠해보기 위해 국내외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기구인 국립보건원(NIH) 산하에 있는 국립치과대구안면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Dental and Craniofacial Research, NIDCR)는 매우 좋은 해외 사례로 꼽힌다.

 

NIDCR은 1948년 설립된 후 치의학 분야 연구개발 및 지원을 꾸준히 수행하고 있다. 특히 매 5, 6년마다 치의학 분야 연구개발을 위한 전략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토대로 연구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NIDCR의 예산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23년 기준 약 5억2,000만 달러에 달한다. 연구개발비의 65%는 외부연구비로 대학, 기업 등의 R&D를 지원하는 데 쓰이고, 15%는 내부 연구비로 쓰인다. 나머지는 운영비, 연구자 교육 및 훈련비 등으로 사용된다.

 

NIDCR의 3개 연구 분야 중 예산 규모로 15% 정도 차지하는 내부연구 분야는 △발생 메커니즘 및 줄기세포 운명 △상피 및 타액선 생물학 △면역학, 염증 및 미생물학 △감각 생물학 및 통증 △골격, 매트릭스 및 기계생물학 등이다.

 

이 같은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연구팀은 △아데노 연관 바이러스 생물학 △성인 줄기세포 단면 △세포 생물학 세션 △연결조직 단면 △두개골 표면이상 및 재생 세션 △개발 글리코생물학 세션 △상피신호 및 운송 세션 △기능 유전체학 단면 △면역조절 유닉 △세포 내 막 세션 △매트릭스 & 형태형성 세션 △미생물 치료 유닛 △뼈와 치아의 분자생물학 세션 △분자 유전한 유닛 △점막 면역학 세션 △신경병설 발달 및 질병 유닛 △구강면역 및 감염 세션 △구강 면역생물학 유닛 △단백질분해효소 및 조직 리모델링 △침샘 장애 유닛 △분비 생리학 세션 △골격 생리학 세션 △골격장애 및 광물 항상성 세션 △줄기세포 생화학 유닛 △구조 생화학 유닛 △미각 및 후각 세션 등을 연구하고 있다. 그야말로 기초치의학 분야를 섭렵하고 있다는 것을 리서치 랩 항목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NIDCR 연구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외부연구는 임상 분야는 물론, 사회학, 공학, 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지원하고 있으며, 산업계와 연계한 연구는 기본, 의대 및 치대, 박사 후 연구원, 주니어 교수 등의 연구를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02년부터 2005년까지 NIDCR에서 임상연구위원으로 재직한 이윤실 교수(서울치대 치과약리학교실)는 “미국 NIDCR의 막대한 예산과 인력 규모를 우리나라 현실과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치의학연구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현재, 중요한 롤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윤실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R&D 지원의 맹점은 성과위주의, 자칫 보여주기식으로 점철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NIDCR 모델이 유일한 정답일 수는 없지만, 국가 R&D 발전, 특히 이제 시작하게 된 국가 차원의 치의학연구 지원이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예산을 확보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연구인력과 연구원 운영을 위한 관리직까지 유능한 인재들을 치의학연구원으로 영입하기 위해서는 설립 초기 전폭적인 지원책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설립 단계부터 유사한 ‘한의학연구원’ 사례
미국 NIDCR 사례가 치의학연구원 설립을 위한 이상적인 모델이라고 한다면, 국내 사례로서는 한국한의학연구원(이하 한의학연구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94년 설립, 올해 30주년을 맞은 한의학연구원은 그 시작 단계부터 치의학연구원 설립 과정과 매우 유사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현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속인 한의학연구원은 1994년 설립 당시에는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한의학연구소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보건의료기술법을 개정, 보건복지부 산하 연구기관으로 시작될 가능성이 매우 큰 치의학연구원의 향후 진행 과정을 한의학연구원의 발자취로 일정 부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의학연구원은 1994년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한의학연구소로 시작, 1997년 연구원으로 승격했다. 이어 1999년에는 국무총리실 산하 산업기술연구회 소속으로 변경됐다. 2004년 현재 위치한 대전시 유성구로 연구원을 이전했다. 특히 같은 해 한의학연구원이 과학기술부 산하 산업기술연구회 소속으로 변경됐고, 그 후 2006년에는 과학기술부 산하 기초기술연구회 소속으로 다시 변경됐다. 이 과정에서 한의학연구원은 인력과 예산 규모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 

 

한의학연구원 송치은 기획부장은 “복지부 직속 연구기관에서 김대중 정부시절 국책연구기관의 구조조정 등이 이뤄지면서 부처별로 흩어져 있던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이 산업기술연구회로 통합됐고, 이후 과기부 산하의 기초기술연구회로 이전하면서 R&D 예산 규모가 대폭 확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의학연구원은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 소속돼 있다.

 

한의학연구원의 태동은 보건복지부 산하 연구소였지만, 현재는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ㆍ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소속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의학연구원의 2024년 예산은 총 725억6,200만원이다. 이 중 국비인 정부출연금이 전체 중 약 80%인 567억1,400만원이며, 나머지 20%는 정부 및 민간 수탁 연구수행에서 발생하는 자체수입이다.

 

NST에는 23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소속돼 있다. 한의학연구원은 이들 연구기관 중 예산 규모로 20위 정도. 송치은 기획부장은 “정부출연연구기관들 간에 R&D 예산 확보를 위해 매우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장점이라면, 인건비나 경상비, 시설비 등은 출연금으로 충당되고, 정부든 민간으로부터 수탁을 받아 자체수입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보다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기관장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치의학연구원’ 어느정도 규모와 예산 투입되나?
앞서 두 번의 토론회에서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이 밝혔듯이 현재 치의학연구원은 보건산업진흥원의 사전타당성조사 연구가 진행중이고, 내년 4월경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전타당성조사 결과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 여부가 결정되는데, 통상 국비 500억원 이상 투입되는 사업은 예타를 받아야 한다. 예타 역시 그 기간이 어느 정도 걸릴지는 가늠할 수 없다. 이런 타임 스케줄로 봐서는 과연 내년에 치의학연구원의 첫 삽을 뜰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 2021년도와 2023년 서울대치과병원 임영준 교수와 김봉주 교수가 수행한 연구보고서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법안 통과 직후인 2023년 12월 두 번째 보고서는 치의학연구원 조직별 세부 기능 및 역할은 물론, 설립 유형별 예산 규모까지 연구해 그 안을 마련했다. 물론 이 연구는 가안이지만, 치의학연구원이 어떤 모습으로 현실화 될지를 가늠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료라는 점. 그리고 사전타당성조사에 이 연구보고서가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이 연구에서는 치의학 및 산업계, 치위생, 치기공까지 전분야의 관련 전문가 16명을 대상으로 치의학연구원 설립 관련 검토 의견을 취합했다.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보면, △기초연구 지원뿐만 아니라 융복합/응용연구의 지원 및 실용화 지원에 중점을 두고 조직구성 및 인원충원 계획을 수립하고, △융복합 기술 및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R&D 사업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성하고 운영하는데 중점 두며 △치의학연구원과 산학연의 긴밀한 공조를 위해서 그 역할과 기능을 홍보할 수 있는 조직의 구성이 필요하고 시험평가센터 및 교육훈련센터의 효율적인 운영을 통한 지원이 필요하고 △설립 취지에 맞춰 치의학 분야의 정책 수립 지원부터 융복합 연구의 지원 및 산업 육성까지 전주기적 연구지원기관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연구보고서에서는 치의학연구원 발전 단계를 1~3단계로 구분해 역량을 강화하는 전략을 제시했는데, 초기 5년은 1단계로 기반 강화기로, 치의학 전문 연구기관의 연구시스템 도입 전 연구의 타당성, 기관의 방향성 등과 다양한 치의학 관련 연구 지원을 위한 정책 및 제도적 방안 마련을 위해 정책연구를 중점분야로 선정해 추진해야 하며, 원천기술 발굴을 위한 요소기술 개발을 중장기적으로 지원할 것을 제안했다.

 

2단계(중기 4년) 핵심 연구 방향에서는 정책연구를 통해 치의학 전문 연구기관의 연구 방향성과 타당성에 대한 기반을 마련하고, 신기술과 융복합 기술을 바탕으로 초고령화 사회에 맞춰 소외계층에 필요한 치과 융합 의료기술의 개발을 지원한다는 제안이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 3D 프린팅, ICT기반 치과용 의료기기, 바이오임플란트, 바이오마커, 융복합 체외진단시스템 등 디지털 의료기기의 개발 지원이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3단계(장기)에서는 1단계 및 2단계를 통해 도출된 연구개발 방향성과 응용 및 융복합 치의학 의료기술 등 기술과 중장기적 측면에서 수행된 요소기술을 통해 원천기술 확보와 도출된 기술들의 실용화를 위한 연구지원을 중점적으로 수행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3단계 핵심 연구를 통해 도출된 원천기술, 응용기술, 융복합 치료 및 진단 기술 등 치의학 관련 차세대 연구개발 기술을 기반으로 전 생애주기별 환자 맞춤형 구강건강 증진을 위한 치의학 예방, 진단, 치료 플랫폼 및 치의학 산업에 적용이 가능한 신의료기술을 도출한다는 목표다.

 

또한 연구보고서에서는 단계별 운영비 및 인력 확충안도 마련했다. 인력의 경우 1단계 초기 5년까지는 30명, 성장기라 할 수 있는 2단계에는 90명을 충원하고, 장기 플랜으로 들어가는 3단계에는 30명을 충원, 설립 후 10년 내 150명까지 인력을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연구원 건물 건설 시와 임차 시로 나눠 예산도 추계했다. 먼저 연구원 건물 건설 시에는 448억8,000만원이, 기존 연구시설 임차 시 369억5,000만원의 예산을 추계했다.

 

이상의 예산을 확충하는 방안으로는 1단계 5년간 재원은 중앙정부, 지자체가 공동 부담하고, 연간 예산의 지자체 부담 규모는 중앙부처와 매칭 규모에 따라 20~50% 수준으로 예상했다. 건설부지는 4,000㎡(약 1,200평) 규모를 제안했다.

 

이 연구보고서에는 치의학연구원 입지 선정 및 건축 계획도 담아냈는데, 일정 수준 이상의 관련 전문인력과 혁신역량을 갖추고, 산·학·연·병의 유기적 협력이 용이하고, 교통 등 접근성이 좋으며, 주거가 용이한 환경을 갖춘 지역으로 지자체와 협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치의학연구원의 설립에 필요한 인적 물적 인프라 관점에서의 지역적 조건 선정과 이를 기반으로 한 기술적, 경제적 타당성을 갖춘 설립 지역 발굴이 필요하고, 많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부지를 지자체의 무상제공 혹은 장기 무상 대부로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확인해 주고 있다.

 

치의학연구원 설립 실현에 치과계 힘 모을 때
치의학연구원이 치과계의 숙원 사업임은 분명하다. 관련 첫 법안이 발의된 2012년 이전부터 설립의 필요성은 강조돼 왔고, 이제 그 근거가 되는 법안이 손에 쥐어졌다. 하지만 임의규정이라는 불완전한 요소와 R&D 분야가 전체적인 침체기라는 점이 불안감을 더해주고 있다.

 

미국 NICDR에서 연구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는 이윤실 교수는 “치의학연구원 설립이 가시적으로 이뤄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R&D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책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비교해 비율로 치자면 R&D 예산이 결코 적은 나라가 아니다. 우수한 인력들이 지속해서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 개선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2021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보건복지부로부터 치의학연구원 설립 및 추진 방안 연구를 수행한 임영준 교수는 “현재 많은 지자체와 지역치과의사회에서 치의학연구원 유치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경쟁을 통해 지역민들에게, 더 나아가 국민들에게 치의학연구분야의 중요성을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치의학연구원 설립이 가시화되기까지 치과계가 예의주시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Interview / 치의학연구원 설립·추진 연구용역 수행한 임영준 교수(서울치대)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에 전 치과계 힘 모을 때” 

 

Q.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법안 통과의 의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 보건의료기술 진흥법 일부개정으로 통과되었으나 ‘…설립할 수도 있다’라고 맺음말이 돼 있어 치과계의 숙원이 이뤄지기에는 아직도 남은 과정이 많고 결코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전제가 있다.

 

많은 분들이 뜻을 모아 보건복지부 산하 연구원 설립 근거를 만들었다는 데 의의가 있지만 여러 지자체의 과열된 경쟁 양상이 좀 우려스럽다. 설립 시 발생되는 파생효과(국민구강건강증진, 체계적 구강건강관리정책, 치의학 산업 활성화 등)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해서 제안하고 치과계의 통일된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보건복지부로부터 수행한 두 번의 연구용역은 어떤 과정에서 이뤄졌는지?
-보건복지부 구강정책과에서 치과계의 숙원인 치의학연구원 설립에 관한 내용을 확인하고자 관련 연구용역을 2021년(치의학 연구기관 설립 필요성 및 추진방안 연구)과 2023년(전 주기적 연구·지원 기관으로서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추진방안 연구)에 수행했다.

 

그동안 지자체 차원에서 치의학 산업 혹은 연구 활성을 위해 여러 연구들을 수행한 것으로 알고 있었고, 이러한 선행 연구들을 바탕으로 치의학 연구기관 설립의 필요성 및 추진 방안들에 대해 관련 산·학·연·병 전문가들의 의견들을 바탕으로 설립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 2021년도 연구였다.

 

관계부처들을 이해시킬 수 있는 근간이 되는 자료 수집 및 설립 근거를 모으고 치의학 산업 활성화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2023년도에는 치의학 산업의 특성과 지금까지의 치의학 연구 동향을 분석해 치의학 원천기술을 발굴해 치의학 산업 제2의 도약기를 이끌고 국민 구강건강 증진의 정책 연계가 가능하게 할 수 있는 형태의 연구지원 기관의 근간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춰 추가 연구를 진행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는 앞선 두 가지의 선행 연구들을 바탕으로 적정한 연구원의 규모 및 기능들에 대한 사전타당성 조사를 잘 진행할 것으로 믿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치과계의 통일된 의견들이 잘 전달돼 앞으로의 치의학 R&D 방향을 설정하고, 우리나라만이 할 수 있는 치의학 및 치과산업의 발전을 이끌 수 있도록 치의학연구원의 기능 및 방향성을 명확히 정립하기를 바란다.

 

Q. 연구결과, 치의학연구원 설립 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이었나?
-앞선 연구들에서 파악되는 바와 같이 국내외 치과의료산업 분야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반면, 보건의료 전체 연구개발비에서 치의학 분야는 2.1% 수준에서 답보돼 있다. 그동안 치의학 R&D 지원이 부족한 상황 속에서 여러 분야를 아울러야 하는 상황에 맞춰 R&D 지원 동향이 기초 및 개발 연구에 집중이 돼 산업화 연계가 많이 부족한 것으로 분석이 됐다. 

 

따라서 기초 및 개발 연구에 투자되고 있는 것은 최소한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한 원천기술을 발굴해 산업화 연계가 가능하게 지원할 수 있는 치의학 분야에서의 첨단 융복합 연구 R&D를 보다 활성화할 수 있는 치의학연구원 설립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치의학 R&D 관련 예산을 통합하는 방안이 아닌 새롭게 관련 R&D 예산을 더 확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추가적 예산을 확보한다면 임상에 적용된 치의학 분야의 글로벌 선점이 가능한 첨단 품목군들이 개발돼 치의학 산업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Q. 치의학연구원 설립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는 시점인데…
-보건의료 R&D 연구비 지원은 전체적으로 증가세였으며, 치의학 국내 산업의 발전으로 관련 연구비도 현장에서는 부족하다고는 하지만 다른 분야에 비해 계속 증가해 온 것도 사실이다. 

 

다만 치의학연구원 설립에 있어서 기존 치의학 연구지원의 통합 형태가 아닌 추가적인 예산 확보를 통해 치의학 융복합 R&D 지원이 증가해야 한다는 게 중요하다. 물론 아직도 보건의료 R&D 전체 비중에 비해 연구비 지원이 열악해 관련 분야 활성화를 위해서 골고루 예산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치의학연구원 설립에 맞춰 그 기능과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우선적으로 추가돼야 하는 연구지원 부분을 치과계에서 잘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Q. 치의학연구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인가?
-초고령화는 그야말로 현 시대에 가장 중요한 화두다. 이와 관련해서 치의학 기술과 생애 맞춤형 구강관리 정책과 연계되는 구강질환 조기진단 및 예방에 관한 요소기술 개발이 절실하다. 이를 통해 저작기능 약화 및 감염을 예방하고, 발생한 결손을 회복시켜 구강건강을 증진하고, 궁극적으로 전신 건강을 향상시킴으로써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치의학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또한 저소득층을 포함하는 소외계층이나 거동 불편 등의 이유로 예방적 치과 관리 및 치과 치료의 사각지대를 커버할 수 있는 치과의료서비스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전 국민의 행복을 증진시킬 수 있는 치의학 기술을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

 

덧붙이자면, 기술 융복합 및 응용연구 추진을 통한 창조적인 기술혁신과 중장기적인 투자로 치의학 관련 산업 분야의 미래 신성장동력을 확보해 지속적이고 풍요로운 경제성장에 기여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다.

 

Q. 보건의료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고령화’다. 이와 관련해 치의학연구원의 역할은 무엇일까?
-고령화와 맞물려 의료계의 패러다임이 결국 예방·조기진단으로 가고 있다. 치의학 분야도 마찬가지다. 생애 맞춤형 구강관리 정책과 맞물려 표준화된 치의학 의료 데이터 생성 및 분석 기술을 기반으로 한 혁신적인 생애 전주기 구강건강 모니터링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 같은 시스템을 국가적으로 안착시킨다면 의료 서비스의 지역 편차를 줄이고, 소외계층 지원을 더욱 활성화할 수 있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에 맞서 구강질환의 조기 진단 및 예방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치의학연구원이 그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신종학 기자 sjh@s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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