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돌봄통합지원법’ 시행, 치과도 ‘돌봄’이 시대적 화두

2024.10.11 13:48:04 제1084호

돌봄노인 구강관리는 생명과 직결, 치과계 합의-사회적 인식개선 절실

[치과신문_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 2025년이면 우리나라는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대한민국을 세계에서 가장 빨리 늙어가는 나라로 만들었고, 노인세대의 건강하고 존엄한 삶을 지원하기 위한 ‘돌봄’은 사회의 요구이자 시대적 화두가 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3월 국회에서는 돌봄통합지원법이 통과됐다. 곧바로 시범사업에 돌입했으며, 2026년 3월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다.

 

돌봄통합지원법은 노인, 장애인, 질병, 사고 등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사람들이 본인이 살던 지역에서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의료, 요양, 일상생활 돌봄을 통합적으로 제공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여기에 의료서비스 제공자에 의사, 한의사와 더불어 ‘치과의사’가 포함돼 있고, 서비스 항목에도 ‘방문구강관리’가 명시돼 있다.

 

초고령사회에서 돌봄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크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지만, 돌봄영역에서 치과계가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이해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이 법이 통과돼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했다는 내용조차 모르는 치과의사가 대다수일 것이라는 점 또한 안타까운 부분이다.

 

 

돌봄에서 구강관리는 왜 중요한가?

 

돌봄노인에 있어 불량한 구강위생상태는 노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흡입성 폐렴과 직결된다는 사실이 여러 논문과 현장의 경험을 통해 입증되고 있다. 정기적인 스케일링이나 전문가 구강관리만으로도 그 위험도를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구강돌봄은 단순한 구강위생관리가 아니라 중환자 관리에 준하는 개념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4,500여 요양기관에 계약의사인 촉탁의로 활동하는 치과의사는 단 9명에 불과하고 요양보호사들은 구강관리나 틀니관리방법에 대한 교육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요양원에 입소한 후 몇 년이 지날 동안 입속에 틀니가 있는지 확인조차 하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러한 가운데 스마일돌봄위원회는 요양원에 구강보건실을 설치하고 정기적인 구강관리로 데이터를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구강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장기요양기관 평가기준에 구강항목 만들어야

 

장기요양환자는 현재 데이케어, 요양원, 요양병원 등에서 돌봄을 지원받고 있다. 그러나 구강관리에 관심을 두고 지원하는 기관은 찾아보기 힘들다.

 

관계자들은 그 이유 중 하나가 장기요양기관 평가기준에 구강항목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현재는 ‘위생’분야에 포함돼 있는 정도이기 때문에 시설이나 인력을 확충하고 효과적인 관리방법을 찾아야 할 이유가 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치과계에서는 장기요양기관 인증 시 필요한 평가항목에 ‘구강’을 독립신설해 욕창에 준하는 수준의 점수를 인정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며, 치과계의 요구 또한 커지고 있다.

 

‘구강노쇠’ 상병명 신설로 치과의사 관심 제고

 

치의학계에 ‘구강노쇠’라는 용어가 등장한 지는 이미 수년이 흘렀지만, 실제 상병명에는 등재돼 있지 않다. 메디컬에 ‘노쇠’라는 상병명이 있는 것과 달리 치과는 노년기 환자에게서 발생하는 구강건조나 통증 등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상병명을 특정하기 어렵다. 그렇다 보니 제대로 된 청구항목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점에서 치과계가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구강노쇠’를 상병명으로 신설하고 적정한 수가를 책정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발 늦은 치과계, 타 직역과 연계로 활로 찾아야

 

우리나라보다 40년 앞섰다는 일본의 경우 돌봄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꼽히는 분야는 구강, 영양, 재활 등이다. 돌봄노인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적절한 치료와 관리, 무엇보다 잘 먹고 고른 영양을 섭취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치과의사를 포함한 이 분야 전문가들이 통합진단을 내리고 환자를 케어한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현재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이 돌봄의 주축이 되고 있는 가운데 구강이 한 부분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외부 직역과의 소통과 연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구강돌봄의 중요성 또한 사회적인 인식개선이 동반돼야 가능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둔 우리나라에 장기요양보험의 부담은 커지고 있지만, 노인의 생명과 의료비에 직결되는 구강돌봄에 대한 필요성은 이제 막 수면 위로 올라왔다. 돌봄은 치과의 영역확대-수익창출이라는 측면에 앞서 치과 치료의 사각지대를 없앤다는 복지의 개념에서 중요성을 가진다.

 

이러한 부분이 일반인은 물론 치과의사들에게도 더이상 낯설지 않은 영역이 되도록, 그리고 더 많은 치과의사가 참여하고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기틀을 다지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리고 지금 치과계에서는 돌봄 선진국 일본에도 없는 요양원 내 구강진료실, 치매-영양-구강을 잇는 치매동행카페가 설치되는 등 한발 늦은 구강돌봄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제 치과인 스스로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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