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신문 논단] 혼돈의 대한민국, 우리 치과계는…

2024.12.20 08:39:39 제1094호

양영태 논설위원

대한민국이 무척 혼란스럽고 시끄럽다.

 

올해 치과계도 만만치 않았다. 가장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것은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 집행부에 대한 여러 고소·고발 건이 집행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치협 회장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선거에 대한 부정선거 의혹 법정다툼이 올 한해도 계속 되어왔다. 내년 초 1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어느 쪽이 지든 항소는 불가피하여 지루한 다툼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해 선거 기간 중에 일어난 일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현재 검찰에 송치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에 송치됐다고 하니 아마 기소 여부에 따라 내년 한 해도 법정다툼으로 많은 제약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치협 모 부회장과 관련해서는 당초 불기소 처분으로 일단락됐던 서울시치과치과의사회 허위감사에 의한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가 고등검찰청으로부터 재기수사명령을 받아 현재 기소여부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법정문제가 치협 집행부 활동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가운데 집행부 내부 자체의 갈등도 있었다. 올해 대의원총회에 모 감사가 별도의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면서 통과 여부를 놓고 표결에 부친 결과 부결됐다. 그러나 표결 과정에서 찬성도 다수 있었다는 점에 마음이 걸렸다. 치과계의 분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결과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 감사의 반란(?)은 지난해 해당 감사가 사법기관과 방송매체에서 현 치협 회장의 정치자금법 위반설과 횡령문제를 거론하여 치과계를 위태롭게 한 것에 대해 현 회장이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감사 불신임안을 상정하면서 빚은 갈등의 결과로 보였다. 박태근 회장은 2021년 보궐선거에 당선된 후 전임 회장이 임명했던 임원들 다수가 자진 사표를 내지 않아 어정쩡하게 ‘한 지붕 두 가족’으로 치협을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임원이 극단적으로 회장과 대척점을 이뤄 협회 운영에 많은 손실을 입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재선에 성공했지만, 모 감사라는 가시밭이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각자 이유도 있고 사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치협의 한 회원인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는 매우 안타깝고 아쉽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가운데 그래도 현 집행부는 올 한해 나름 많은 일을 해 왔다. 올해 대의원총회에서 결선투표제를 폐지하고 선거기간 동안 직무를 정지하는 내용을 통과시킨 것은 문제가 되고 있는 선거제도를 개선하고자 하는 치과계 염원을 담은 것으로 보여 바람직했다. 또한 ‘치과의료감정원’을 설립하여 매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치과의료 분쟁을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는 자세는 다소 늦은 감은 있으나 현명한 결정이었다. 그리고 노인인구 증가에 따른 구강보건의 중요성을 사회에 각성시키기 위해 시립 동대문실버케어센터 내 구강보건실 운영에 협회가 적극 참여하기로 한 결정은 매우 시의적절했다. 이는 2025년이 되면 우리나라가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위기감을 갖고 지자체와 치협이 공동으로 나서 노인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구강보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활동이 될 것이다.

 

치협은 내년이 되면 더욱 바빠지고, 해야 할 일이 많아진다. 우선 4월에 치를 창립 10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 및 치과의료기기전시회를 개최해야 하며, 건치노인 선발대회 등 대국민 홍보를 위한 각종 이벤트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국립치의학구원 설립을 위한 입지 선정 등 본격적으로 첫 삽을 올릴 준비를 해야 한다. 또한 지난해 4월 법이 통과되어 지난해 11월부터 시행 중인 ‘의료인면허취소법’은 법이 통과되기 전 치협 회장이 삭발투혼까지 해가며 저지했던 전력이 있을 정도로 의료인들에게는 치명적이며 악의적인 악법인데, 하루속히 법 개정을 통해 완화시켜야 한다.

 

이 외에도 치과계를 비롯한 의료계가 주장해 온 자율징계권 부여와 개원 시 중앙회 가입 의무화, 불법 과대의료광고 근절을 위한 강력한 처벌규정 마련 등 숙원과제도 진행해 나가야 한다. 대국회, 대정부 활동은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단시일 내에 되는 법이 없기에 꾸준히 문을 두드리고 정치적인 인맥 등을 통한 다양한 실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3만여 회원을 위해 이러한 일들을 해나가야 하는 집행부에 우리가 힘을 보태주어야 하지만 현재는 발목을 잡는 일이 너무 허다하게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제발 협회나 지부 발목을 잡지 말자! 치과계 미래를 위한 길은 우리 손에 달려있다. 이 혼돈의 시기에 치과계가 한걸음 도약하기 위해서는 어떤 손이 필요할지는 각자의 판단이겠지만, 새해에는 보다 현명한 판단으로 집행부에 힘이 되는 손을 내밀어 주기를 바랄 뿐이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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