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같이 쏟아지는 정치권 뉴스로 모두가 스트레스를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심지어 최근엔 뉴스를 안본다는 사람들이 증가했다. 심리적으로 회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시민사회형태여서 개개인이 정치의 변화에 영향을 직접 받는 것이 문제다. 지난 연말 이후 자영업자들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워졌다. 치과도 자영업자의 형태이기에 하루빨리 이런 정치적인 위험이 사라지기를 바랄 뿐이다. 필자도 정치에 대한 글을 안 쓰는 것이 원칙인데 요즘 역사를 돌아보는 일이 많다 보니 또 쓰게 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역사적으로 고구려는 중국과의 수많은 싸움에도 견디어 냈지만, 연개소문 아들들이 불화가 생기고 그중 장남이었던 연남생이 적국인 당나라에 투항을 하고 결국 고구려는 망하였다. 백제는 의자왕이 성왕과 무왕의 복수를 위해 무리하게 자주 신라를 공격하며 국력을 소모하였다. 백제는 지도층의 내분으로 쇠약해지고 신하들의 배신과 더불어 나당 연합군에 의해 패전하였다. 의자왕과 아들 부여융이 당나라로 압송되면서 백제는 영원히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 천년 신라는 지배세력 간의 권력쟁탈과 토지 수취제도의 문란 등으로 어려워진 상태에서 기근과 전염병 등의 외적인 환경에 민심이 이반하면서 급격히 망하였다.
고려는 무신정권으로 왕권이 약해지고 원나라의 힘을 얻은 권문세족들이 토지를 장악하고 과도한 세금을 부과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민심은 이반되었고 역성혁명의 기반이 되었다. 조선은 왕권이 무너지면서 몇 개 집안이 권력을 독점하는 세도정치로 민심이 이반되었고 외국 열강들이 침입하면서 멸망하였다.
한반도에 부흥했던 많은 왕조들의 멸망에 있어서 공통점을 보면 3가지 패턴으로 귀결된다. 왕권의 약화와 지도층의 분열과 민심의 이반이다. 왕권이 약화되면 신권이 강해진다. 신권이 강해지면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싸움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세금이 높아지고 민심이 이반되고, 민심이반은 망국으로 이어지고 새로운 왕조를 탄생시킨다. 우리 역사 속에서 반복되어온 한 국가의 흥망성쇠 과정이다. 지금은 왕조가 없다. 5년 대통령제다.
하지만 근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역사를 돌아보면 5년짜리 왕조가 똑같은 패턴을 매번 반복하는 모양새다. 군사정권시절에는 고려 무신정권 때처럼 좀 길기는 했지만 결국 같은 패턴으로 망하였다. 민심이반이다. 과거에 민심이반이란 단어는 정확하게 알기 어려웠다. 그저 시장바닥에서 들리는 말들이 취합되어 여론을 알 수 있는 정도였다. 현대에서 민심이반은 투표와 여론조사로 바로 알 수 있다. 민심에 이반되면 5년 만에 여야가 바뀐다. 대통령 단임제에서 어차피 바뀔 대통령은 사실 큰 의미가 있지는 않다. 대통령 혼자서 바꿀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는 것이 민주주의기 때문이다. 과거 왕권시대에도 왕이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다. 조선시대 왕들이 신권을 약화시키기 위해서 편을 가른 신하들을 교대로 숙청하였던 것도 그런 이유였다.
민주주의의 기본은 민심이고 민심은 투표로 나타난다. 투표로 당선된 대통령은 어찌 보면 권력 없는 왕과 다르지 않다. 조선시대라 하여도 5년 뒤에 그만둘 왕이라면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어떤 신하도 그런 왕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걸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총리제가 민심에 따라 그때그때 바꿀 수 있어 더 좋을 수도 있다.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전 국민의 교육 수준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후진적인 정치형태가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보면 무엇인가 변해야 할 때가 된 것은 사실이다.
초고도화 시대에 아직도 후진적인 형태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 법과 정치다. 세상이 바뀌었는데 법은 아직도 촉법소년 문제조차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법이 학교 문 안으로 들어가면서 교권과 교육자체가 무너졌다. 정치가 아직도 찬탁반탁 시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진정한 선진국으로 들어서기 위해 법과 정치가 변해야 한다. 우리 민주주의의 마지막 관문인 듯하다. 좀 마음 편한 사회가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