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이 통용되는 사회

2025.04.03 18:25:12 제1107호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704)

전국이 산불로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많은 이재민이 발생하였고 많은 산림이 훼손되었다. 광범위한 산불로 보이지 않은 수많은 동물이 희생되었을 것이다. 산불 진화에 수많은 인원과 헬기가 동원되었고 소방대원들은 쉬지도 못하고 위험을 감수하였다. 적지 않은 인명피해가 발생하였으며 소방헬기의 추락사고로 희생자도 발생하는 참극이 발생하였다.

 

이런 와중에 사진 한 장이 논란의 중심이 된 일이 있었다.

 

골프장 해저드 연못에서 소방헬기는 취수를 하고 있었고 그때 그린에서 티샷을 하는 여성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다. 그날 골프장은 산불 연기가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게임을 진행시켜서 안전 불감증이라는 논란을 유발하기도 했다. 차후에 골프장은 나름의 핑계로 해명을 하다가 결국에는 사과했다. 논란의 티샷 여성 또한 소방헬기 방향으로 공을 친 것이 아니고 후속 팀이 있어서 빨리 그린아웃하기 위해 샷을 한 것이란 해명을 했으나 결국에는 사과하고 끝났다. 사실 그녀가 산불을 낸 것도 아니고 골프 샷을 헬기 방향으로 날려서 방해한 것도 아니다. 골프장 입장에서 해저드 연못에서 취수할 것을 허락도 해주었으니 도움을 준 것인데 영업을 했다는 이유로 욕을 먹으니 억울할 수도 있다. 골프장이나 티샷 여성은 법적인 잘못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도덕적으로 잘못한 것도 아니다.

 

그럼 왜 그 사진 한 장이 논란의 대상이 되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산불 진화를 하던 공무원이 희생되었고, 소방헬기의 추락으로 조종사가 희생되었다. 주민에게 알리던 이장님이 희생되었고,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이 할머니를 업고 사력을 다해 탈출하였다. 한편에서는 사력을 다하고 한편에서 티샷의 여유로운 모습이 극적인 대비를 보여 논란이 된 것이다. 한마디로 동병상련을 해주지 못한 행동에 대한 비난이었다. 결국 상식에 대한 문제다. 지역사회가 극심한 고통을 받을 때 같이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에 대한 비난이었다. 그러나 사실상 비난을 받을 만큼 잘못한 것은 아니다. 그 여성이 골프를 하든 안하든 산불 진화와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물론 열심히 하는 사람들에게 실망을 줄 수는 있지만 그렇게 비중 있을 만한 사건은 아니다.

 

반면 골프장은 좀 다르다. 산불이 코앞에 이르기까지 경기를 진행시킨 것은 확실하게 안전 불감증이다. 산불의 무서움을 간과한 무지였으며 위험천만한 일로 만약 잘못되었다면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그날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골프장에 있었다. 그들 중에는 피치 못하게 골프 약속을 연기하지 못할 사정이 있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물론 오래전에 예약해서 취소하기 어려운 상황도 있었을 것이다. 아니면 취소로 인한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결국 상식의 문제로 귀결된다.

 

우리 민족의 전통적 정서에는 타인의 어려움을 겪으면 같이 공감해 주기 위해 행동을 조심하고 삼가는 모습이 있었다. 산불로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통상 삼가하였다. 전통적인 정서가 무너지고 서양의 개인주의가 팽배해진 작금의 현실에서 상식과 공감을 못해주는 행동이 나타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개인적인 잘못보다는 그런 풍토가 만연되도록 방관한 사회 잘못이 더 크기 때문이다. 지금은 국가 주도로 옳음을 강요하던 새마을운동 시절이 아니다. 지역사회가 반상회나 4H클럽 사상을 강요하던 시대도 아니다. 군사정권이나 개발도상국 시절이 아니기 때문이다.

 

선진국 문턱에 진입한 지금은 개개인이 성숙한 시민의식을 지녀야 할 때다. 그런 면에서 골프장 사진이 아쉬움을 남긴 것이다. 비난받을 것은 아니지만 아쉬움을 남기는 모습이었다. 잘못은 아니지만 칭찬받을 일도 아니었다.

 

요즘 사회 전반적으로 비상식의 평범화가 너무도 팽배해 있다. 정치권은 비상식의 일반화를 주도하고 있다. 교육 또한 4세 고시 등으로 상식을 넘었다. 학교에서 학생이 선생님에게 살해되기도 하였다. 이미 우리 사회는 곳곳에서 상식을 넘는 사회로 변했다. 다시 상식이 통용되는 사회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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