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자율트럭과 로보택시 시대

2025.05.12 08:52:08 제1112호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709)

최근 미국 텍사스에서 상업용 자율주행 트럭 운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무인 로보택시는 2023년에 처음 도입하여 이미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상용화되었다. 얼마 전 잠시 귀국했던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친척 말에 의하면 우버와 무인택시를 모두 이용하고 있으며 무인택시 비중이 약 40%는 된다고 하였다. 지금은 시내 주행만 되지만 3개월 후에는 고속도로 주행도 가능하다고 한다.

 

미국에서 자율주행 트럭 운송이 시작되는 것은 무인택시 운행과는 상당히 다른 의미를 지닌다. 미국트럭운송노조(팀스터)는 미국에서 네 번째로 큰 거대 노조이며, 정치적으로 대통령선거에 막강한 영향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이렇게 거대한 노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인자율트럭이 시행되었다는 것은 이젠 정치적으로도 막을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되었음을 상징한다.

 

앞으로 급격하게 무인트럭과 로보택시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120년의 역사를 지니며 130만명의 조합원으로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던 팀스터도 머지않은 미래에 사라질 것이다. 팀스터(Teamster)는 말이 끄는 마차의 마부를 의미했으며, 미국 서부개척시대에 역마차의 마부를 지칭했다. 그 후 기차와 자동차가 보급되면서 역마차가 사라지면서 트럭운전사를 일컫게 되었다. 무인 자율트럭은 사람처럼 졸지도 않고 쉬지도 않고 24시간 일을 해도 노동법에 저촉되지도 않고 격일로 일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면에서 무인 자율트럭이 로보택시보다 더 빠르게 보급될 것은 당연하다.

 

이미 자동차에서 자율주행은 에어컨이나 내비게이션과 같은 기본 사양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컴퓨터와 전자제품에서 AI 또한 기본 사양으로 굳어가고 있다. 제조업에서 단순 작업로봇이 사용된 것은 이미 오래되었으나, 단순 작업이 아닌 자동차 운전과 같은 다양한 변수에 대한 반응을 해야 하는 자율주행이 이제 실용화되었다는 것은 산업 전반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다.

 

최근 2~3년 사이에 커피 매장은 모두 키오스크로 바뀌었고, 음식점과 병원에도 급속하게 도입되고 있다. 커피숍에서 주문하면 음료를 가져다주던 시대는 지났다. 음식점에서 종종 음식 서빙 로봇을 만난다. 종합병원 로비에 한두 개의 안내 로봇이 운영되고 있는 곳이 많다. 스마트폰에서 AI와 음성으로 대화하고 전화를 걸고 검색하고 통역하는 것 또한 기본이 되었다. 냉장고 문도 음성으로 열린다. 작년에 미국에서 14세 소년이 AI 캐릭터 챗봇과 대화하던 중 챗봇이 자살로 유도한 사건도 있었다.

 

AI는 이미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고속도로에서 하이패스를 사용한 지는 오래되었으며, 작년부터는 하이패스 단말기가 없어도 통과하는, 번호판을 인식하여 미리 등록된 신용카드에서 결제되는 시스템을 시범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머지않아 하이패스 단말기도 사라질 것이다. 70년대 버스 안내양이 사라졌듯이 고속도로 요금징수원이란 직업 자체가 사라질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나라도 작년부터 무인택시가 시범적으로 강남역에서 심야에만 무료로 운영되고 있지만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릴듯하다.

 

일본이 디지털화가 늦어지고 아날로그 형태가 많은 것은 노인 인구가 많은 탓과 디지털화에 따른 오래된 직업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한 정책 때문이었다. 아직도 사인을 사용하지 않고 도장을 쓰는 이유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우리나라나 일본에서 무인택시의 도입은 기술적 문제보다는 정치적인 이유로 당분간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타다’처럼 합법화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브라운관 모니터가 한순간에 패널 모니터로 바뀌는 것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 자동차는 화석연료 사용에서 배터리로 넘어가는 과정이지만 화재 등 기술적인 문제로 주춤하고 있는 반면, 무인자율주행은 기술적 문제보다 정치적인 문제가 사실상 더 크다. 하지만 미국에서 상용화가 된다면 언젠가는 한국과 일본에서도 정치적으로도 막을 수 없는 한계에 부딪히고 결국에는 도입될 수밖에 없는 시대가 올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택시기사란 직업도 버스차장이란 단어처럼 사라질 날이 올 것이다. 미국에서 무인자율트럭 등장이 주는 역사적 의미다.

 

기자
본 기사의 저작권은 치과신문에 있으니, 무단복제 혹은 도용을 금합니다

주소 : 서울특별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치과의사회관 2층 / 등록번호 : 서울아53061 / 등록(발행)일자 : 2020년 5월 20일 발행인 : 강현구 / 편집인 : 최성호 / 발행처 : 서울특별시치과의사회 / 대표번호 : 02-498-9142 / Copyright ©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