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상담 문의를 받았다. 대학교 동창 여행모임을 20년 정도 유지하고 있었는데 한 일원 A로부터 문제가 발생해 모두가 고민이라 했다.
일단 차분히 내용을 들어보니 그 모임은 대학을 졸업하고 친한 친구들 위주로 6명이 매달 기금을 적립하고 여행하는 모임으로 15년을 유지했다. 그러던 어느 날인가 모임 총무였던 A가 갑자기 연락해서는 자신은 B란 친구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이 모임을 그만해야겠다고 통보했다는 것. A는 다른 친구들에게도 같은 전화를 돌리고는 어떤 상의나 결론도 없이 회원들에게 회비를 1/n로 나누어 각각 송금했다. A는 자신이 B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10여년 간 이어져온 모임을 한순간에 상의 없이 깬 것이다. 회원들은 당황했지만 결국 A를 제외한 다른 회원들이 모임을 새로 결성해 5년간 이어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한 달 전에 갑자기 A로부터 연락이 와서는 자신이 모임에서 나간 것을 후회한다고 말하며 잘못했으니 밀린 회비를 모두 낼 테니 다시 모임에 들어오고 싶다고 했다. 게다가 A가 모임을 해체시킨 후로 사용하지 않던 카톡 방에 계속해서 장문의 글을 올려서 모든 친구들이 불편해한다는 사연이었다. 필자는 A가 평소에 어떤 사람이었냐고 물었다. A는 매우 착한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고, 혼자서 자신 몫을 찾아서 나가면 되는데 갑자기 회비를 돌려주면서 모임을 깬 것도 이해되지 않고, 갑자기 다시 들어오겠다고 하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는 살다보면 누군가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다. 하지만 비록 자기 자신은 이해하지 못해도 모든 사건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이때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득을 취하는 주체가 누구인가이다. 사건의 결과에서 이득을 취하는 쪽에 판단의 무게를 둘 수 있다. 간단한 예로 ‘엄마는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라는 노래 가사처럼 엄마도 자장면을 좋아하지만 주머니에 돈이 부족해 아들에게 자신은 자장면을 싫어한다고 말하는 경우다. 이런 경우는 내리사랑과 같이 크게 포용하는 경우다. 즉 이득을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취하는 경우로 매우 드물다. 반면 대부분은 이득을 자신이 취하는 경우다. 보통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을 위하는 것이 당연하다. 다만 어떤 사회적인 통념이나 상식의 선을 지킨다. 그러나 A처럼 상식을 벗어나는 행동을 하게 되면 이해되지 않는다.
심리학에는 이상심리 유형이 있고 그 안에 성격장애가 있다.
성격장애는 3군으로 나눈다. A군은 기이하고 특이한 성격으로 괴상한 행동을 하는 유형으로 편집성 성격장애, 분열성 성격장애, 분열형 성격장애가 있다. B군은 극적이고 감정적이며 변덕스러운 특성을 지닌 유형으로 반사회성 성격장애, 경계성 성격장애, 연극성 성격장애, 자기애성 성격장애가 있다. C군은 불안하고 두려움이 많은 성격의 유형으로 회피성 성격장애, 의존성 성격장애, 강박성 성격장애가 있다. 이런 성격장애를 지닌 사람을 만나면 일반적인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즉 A도 이런 성격장애를 지녔을 가능성이 크다. 우선 A의 행동을 보면, 모든 행동이 갑작스럽다. 타인의 생각이나 의견을 무시하였다. 과도하게 자신의 행동을 실행하였다. 자신만 그만두면 될 것을 굳이 회비를 1/n로 나누어 보낸 것은 자신이 화가 났다는 것을 모두에게 알리고 상처를 주기 위한 행동이었다. B군에 해당한다. 그중 자기애성 성격장애의 경향이 강하다. 자기중심적으로 과장된 자기 중요성을 느끼고 타인으로부터 과도한 인정을 요구한다. 공감 능력이 부족하고, 타인을 착취하거나 이용하려는 경향이 있다. A가 그런 행동을 취한 시기에 아마도 B의 지위가 올랐을 가능성이 높다. A는 자신이 중요도가 떨어지자 이 모임을 부수고 다른 대상을 찾았을 것이다. 그리고 새로 찾았던 대상에서도 자기 위치를 상실하자 비슷한 방법으로 부수고, 다시 찾은 대상이 원래 모임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모든 사람이 이런 속성은 있지만 상식의 선을 넘어서 행동에 옮기지는 않는다.
성격장애는 치료대상이지 설득대상이 아니다. 살면서 성격장애를 만나면 36계 줄행랑이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