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팡의 뉴스가 난리도 아니다. ◯팡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로켓배송이란 이름으로 주문 다음 날 빠르게 배송을 하며 동종 업계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한 회사다. 그 회사에서 얼마 전 이용자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대규모로 유출되었다. 그러나 회사는 후속 처치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국민적 분노를 일으켰다. 급기야 국회청문회가 열리게 되었는데 그 모습이 가관이다.
◯팡 청문회를 보다가 과거 광주민주화운동 청문회가 연상되었다. 동문서답하는 것도, 불리한 것은 ‘모른다’로 일관하는 것도, 최고 책임자에 대한 질문에는 묵비권으로 일관하는 것도 모두 유사한 풍경이었다. 단지 한 가지 다른 것이 있다. 광주민주화운동 청문회에서는 고개를 빳빳이 세운 장세동이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반면 이번 청문회에서는 너희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일관한 외국인 변호사 바지사장이 대조적으로 오버랩되었다. 게다가 증인으로 참석한 가장 연차가 높은 부사장은 취직한 지 1년이 안 되었고, 부사장이 몇 명인지도 모른다고 답변하였다. 청문회를 보는 내내 무슨 마약 범죄조직의 점조직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런 사태에도 불구하고 ◯팡 사용자는 늘었다는 뉴스가 들린다. 뉴스 패널들은 이구동성으로 ◯팡 로켓배송에 길들여진 한국 고객들이 ◯팡을 못 끊을 것이라고 말한 미국투자평가사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청문회에서 한 증인이 네◯버는 8일이면 돈을 주는데 ◯팡은 90일이나 걸리고 금리도 18%에 육박하는 악덕기업이라고 말했다. 청문회를 보고 우리가족은 모두 회원 탈퇴를 하였다. 최근 연예인이나 유명인의 탈퇴가 기사화되고 있다. 급기야 탈팡이란 용어가 등장하였다. 이번 사건의 진행 과정을 보면서 과연 미국투자회사 평가가 맞을지 궁금해졌다.
과거에도 개인정보 유출은 있었는데 왜 유독 이번 사건이 문제가 된 것일까. 아마도 창업자 마인드가 원인이 아닌가라는 의심이 든다. 뉴스에 의하면 그는 주재원인 부모를 따라 조기 유학을 하고 미국 시민이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아마도 그는 미국적 마인드를 지녔을 것이다. 한국적 정서와는 거리가 멀다. 그는 청문회에서 미국 변호사가 대리 바지사장으로 와서 BJR(배째라)로 일관할 때 받는 자존심이 상하는 국민적 정서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필자는 이용자가 셋으로 나뉠 것으로 본다. 우선 과거에 광주민주화운동 청문회를 본 세대다. 그들은 필자와 같은 느낌을 받고 바로 탈팡을 했을 것이다. 이들은 불편함보다는 자존심이 상하는 것에 대한 가치가 더 크다. 광주민주화운동 청문회가 1988년에 있었으니 ◯팡 창업자가 10살 정도였다. 따라서 88년 이후에 태어나 청문회가 무슨 내용이지 모르던 당시 17세 이하 세대는 중간자다. 즉 탈팡을 하고 싶은데 불편함을 겪는 것이 귀찮은 갈등 세대라 생각된다. 다음은 2000년 이후로 태어나 본인들이 선진국 국민이라 생각하는 세대로 그들에게 광주민주화운동 청문회가 마치 임진왜란처럼 들릴 것이다. 이들은 탈팡을 하는 고민을 왜 해야 하는지조차 이해를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해한다 해도 굳이 본인이 불편을 감수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필자가 탈팡 사태를 관심을 갖고 보고 있다.
오래전 인기 있었던 한 드라마 주인공의 유명한 대사 중에 “미친년이 머리에 꽂은 꽃은 자존심이다. 그래서 다른 것에는 아무 상관하지 않지만, 그 꽃을 건드는 것만은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다”가 있다. 즉 세대별로 자신들이 중요시하는 가치관이 다르다. 광주민주화운동 청문회를 보았던 세대에게 증인들을 단죄하는 모습이 자존심이었고 민주주의를 지켜낸 것이 자긍심이었다. 당시 10살이었던 ◯팡 창업자 세대는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시대를 살았다. 과연 그들에게 자존심은 무엇일까. 2000년 이후에 태어난 20대에게 자존심은 무엇일까. 우리는 모두 지금 현재라는 같은 시간을 살고 있지만, 군사독재를 경험한 세대와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을 경험한 세대와 선진국에 살고있는 세대가 같이 살고 있다. 과연 탈팡은 어찌 될지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