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라~ 여풍! 치과계도 핑크빛 리더십

2013.01.07 15:15:27 제524호

준비된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치과계 弱者에서 사회적 중심으로 일대변신 중
가정·치과 병행‘슈퍼맘’…회무 참여도 긍정적 움직임

 

우리 사회 ‘여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핑크빛 리더십’으로 불리는 여성의 사회적 역량은 따뜻한 카리스마, 감성리더십 등으로 표현되고 있다. 전문직의 사회적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치과계도 변화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여성대통령의 임기 첫 해를 맞는 2013년 새해, ‘치과계 절반의 힘’ 여자치과의사의 역량 및 발전상을 짚어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치과대학·치전원생 30~40%…시도지부 임원진에도 1~3명 활동 중


‘준비된 여성대통령’을 맞이하게 된 2013년 대한민국. 치과계에도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능력을 쌓아가고 있는 ‘준비된’ 여성 인재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회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여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가운데 치과계의 40%를 차지하는 여자치과의사들에게 거는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지난해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는 당연직 여성 대의원 10명을 배정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여자치과의사들도 일선 구 회무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올라와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존의 반대기류도 시대의 흐름을 받아들인 것이다. 치과계의 절반에 육박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다면 치과계의 발전도 더디 갈 수밖에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분석된다.

 

그리고 ‘여자치과의사’라는 틀 속에 갇히기보다는 ‘범 치과계’라는 큰 틀에서 함께 성장해갈 것을 표명하고 나선 여자치과의사들의 바람도 신선함을 불어넣고 있다.


 

여성의 힘, 치과계보다 사회적 요구가 먼저

 

지난해 이뤄진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공계 출신 여성 국회의원은 9명. 이 가운데 6명이 의약인 출신이었다는 점은 치과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영이 주치의’로 유명세를 탄 신의진 연세의대 부교수는 새누리당 비례대표 7번,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으로 활약했던 의사 문정림 씨는 자유선진당 비례대표 1번, 서울아산병원 소아과장 출신의 박인숙 교수는 새누리당 지역구에서 당당히 금배지를 달았다.

 

의사뿐만이 아니다. 약사출신 민주통합당 김상희 의원은 18대에서 비례대표로 의원활동을 시작, 19대에서는 지역구에서 당당히 당선됐다. 통합진보당 김미희 의원도 약사출신으로 지역구 국회의원이 됐다.  대한간호협회 회장 출신인 신경림 씨 또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치과의사의 경우 지난 국회에서 전현희 의원이 비례대표로 당선됐지만 국회 입성에는 치과의사라는 이력보다는 의료전문 변호사라는 점이 더욱 부각됐던 것이 사실이다.

 

비례대표의 경우 여성 50% 할당제가 적용되고 있는 만큼 남성보다는 여성들에게 오히려 기회가 많을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앞으로 여자치과의사의 성장이 관심을 모으는 것은 어쩌면 치과계 내부보다는 외부에서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도 가능하다.

 

대한여자치과의사회(회장 최영림·이하 대여치)도 대외적인 역량 키우기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안으로는 여자치과의사들의 회무 참여를 이끌어내고, 밖으로는 ‘여성의료인주요단체모임’, ‘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등 주요 이공계 여성단체에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7천여 여자치과의사, 놓칠 수 없는 치과계 절반의 힘

현재 여자치과의사(이하 여치의) 수는 7천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추정’이라는 표현이 쓰인 이유는 치과의사회에 가입을 하지 않았거나 소재가 불분명한 경우 등으로 정확한 회원 수 확인이 안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많은 수의 여치의들이 치과계 물밑에서,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불법네트워크 척결 등 치과계는 각종 ‘불법’과의 전쟁에 내몰리고 있고, 안팎의 공격이 심한 가운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치과계가 하나로 뭉치는 것, ‘일탈’보다는 다함께 발맞춰 나가는 분위기 형성이라는 정서가 팽배하다. 이러한 가운데 여치의들은 치과계가 손잡고 가야할 가장 주요한 한 축이라는 데이는 이견이 없다.

 

그리고 여성의 비중이 점차 더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해야 한다.

 

현재 치과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 여치의들은 “내가 대학 다닐 때만해도 한 학년에 여학생은 1~2명에 불과했다”, “우리 과 수련 1호이자 유일한 여학생이었다”는 회고를 종종 듣게 된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11개 치과대학 재학생을 분석한 결과 평균 30% 이상, 전남대치전원의 경우 50%에 육박하고 있다. 1학년은 74명 정원 중 36명이, 2학년은 69명 중 35명이 여학생인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여학생 입학 비율 중가세는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여전히 30~40%를 차지하고 있다. 인원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대학생활에서 중심이 되는 봉사동호회나 전문의 수련 과정에서도 여학생이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은 중년 여치의들에게도 신선하게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왕성하게 활동하던 여학생들이 ‘치과의사’라는 이름을 달고서도 이렇게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그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자신할 수 없다는 안타까움이 선배들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1인다역’ 특수성에 대한 배려 절실

 

“능력있는 후배들이 배출되는 만큼 앞으로는 더 큰 무대에서 중심이 되길 기대한다”고 선배들은 입을 모은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치과의사로서, 엄마로서, 아내로서 1인다역을 소화해야 하는 여치의들에게 시간과 기회를 주길 바라는 마음도 크다.

 

대여치 최영림 회장은 “여성임원을 선임하려 해도 적임자를 찾을 수 없다, 자리를 내줘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는 치과의사회 임원들의 이야기를 듣곤 한다”고 말한다. 그런 경우 최 회장은 집행부 이사들과의 나이대 등을 감안해 젊은 층에서만 찾으려 하지 말고 육아나 가정생활에서도 여유가 생기는 40대 후반 여성이사를 기용할 것을 추천한다.

 

치과의사이자 한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여치의들의 경우 30~40대는 본인 치과에도 충실하기 힘들 정도로 육아전쟁을 치르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런 여치의들이 이사직을 수락할 여유를 갖기 쉽지 않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또한 “개원하고 반모임에 갔더니 온통 남성 회원들뿐이어서 이후부터는 참여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젊은 여치의들의 하소연도 반영할 만하다. 어쩔 수 없이 대부분의 모임이나 단체는 남성회원이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이러한 가운데에서 여성 임원이 활발히 활동하기를 기대한다면 1명보다는 2~3명의 임원을 동시에 기용하는 것도 오히려 효율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여치의들의 구심점이 되고 있는 대여치가 가장 중점을 두는 사업목표는 ‘여치의들의 공간을 만드는 것’으로 축약할 수 있다. 일단 모임을 갖고 소속감을 느낄 때 회원들은 갇힌 문을 열고 나올 수 있다. ‘여치의’라는 공통분모 하나만으로도 육아나 치과경영 등에 대한 다양하고 실질적인 정보를 나눌 수 있고, 이렇게 한 번 두 번 소통하다보면 ‘회’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고 그 힘은 결국 대여치를 넘어 전체 치과계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아직은 남성 중심인 치과계에서 여치의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의 하나는 “왜 회무에 참여하지 않느냐”라는 것이다. “여성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주문에도 돌아오는 답변은 “남자들처럼 일선 구회부터 차근차근 해나가면 되는 것 아니냐. 그것은 배려가 아니라, 특혜다”라는 논리였다.

그러나 아직은 소수그룹인 여치의들을 가정의 아내, 어머니, 혹은 누이를 바라보는 마음으로 여치의의 상황을 이해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치과계에 부는 신선한 바람 ‘여풍’

치과계에도 여성의 활발한 참여가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대의원총회에서 여성 대의원을 찾기란 눈 씻고 봐도 힘든 정도였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는 각 지부에서 소수의 인원에게만 주어지는 대의원 중에서도 4~5명의 여치의가 포함돼 있고, 치협은 물론 지부, 구회에서도 여성 임원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

 

실제로 군진지부를 제외한 16개 시도지부 가운데 여성 부회장이나 이사가 한 명도 없는 지부는 6개 지부에 불과했다. 서울지부는 여성 부회장과 2명의 여성 이사를 기용하고 있으며, 경기지부와 강원·전북·공직지부도 여성 부회장을 두고 있다. 서울지부의 경우 지난 2002년 처음으로 3명의 여성이사가 동시에 기용됐다. 여치의들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 그리고 1명이 아닌 3명이 함께 활동할 수 있도록 배려하면서 시너지 효과도 컸다. 이들은 현재 대여치 회장으로, 치협 부회장으로 맹활약 중이다.

 

치협 집행부의 변화도 의미있다. 현 집행부는 여성부회장을 비롯해 보험과 홍보 등 중책에 여성이사를 전진 배치했다. 여성은 문화복지이사로 제한되는 듯 보였던 임원구성에서 성별보다는 능력과 성향에 맞는 자리를 배정하는 유연성을 보인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지부에서 여성임원은 문화복지이사나 여성부 등을 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 또한 여성으로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영역에서부터 시작하는 좋은 출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일부 지부에서는 기존의 지부 행사에 변화와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여성 임원에게 전담토록하는 등 능력을 충분히 인정받고 있고 또한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여치의들의 다양한 활동도 치과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대여치가 1년 중 가장 먼저 하는 행사는 새내기치과의사들과의 만남의 자리다. 갓 졸업한 신규 치과의사들에게 치과계의 현재에 대해 소개하고 이해를 돕고 젊은 층의 의견을 폭넓게 수용하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지부나 치협 차원에서는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인원이 너무 많아 쉽게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여치의들은 작게나마 꾸준히 해나가고 있다. 이는 결국 치협을 위시한 전체 치과계에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서울여자치과의사회(회장 허윤희·이하 서여치)는 선후배 멘토링 행사를 진행한다. 선후배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부족분을 채워주고, 선배는 후배의 안정적인 정착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선후배 간 소통이 이뤄지는 자리다.

 

또한 여치의라서 가능한 부분에 대한 세심한 관심도 돋보인다.
대여치는 현재 정심학교 진료봉사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여자소년원으로 불리는 곳, 이곳에서 어머니의 마음으로 학생들을 돌보며 사회의 귀감이 되고 있다. 서여치 또한 행복한 가게를 통한 기부, 나눔을 실천하고 있으며, 경기도 여치의들은 묵묵히 10여년 간 장학사업을 이어오면서 소중한 만남을 이끌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진료 봉사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외에도 여치의들의 활동을 유도하기 위해 기획된 역사문화탐방, 송년회 등의 친목모임도 지속적인 관심을 모으며 회원 참여율을 높이는 매개가 되고있다.

 

이러한 활동은 치과계 내부적으로는 ‘소통’, ‘화합’이라는 이름으로 점철될 수 있고, 치과계 외부적으로는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여치 최영림 회장은 “대여치는 여자치과의사들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여치의들이 치과계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을 중시하고 있다”면서 “치협이 불법네트워크와의 전쟁으로 큰 틀의 사업을 추진한다면 대여치를 위시한 여치의들은 부드러움과 섬세함으로 회원들을 어루만지고 사회적으로 다양한 치과계의 모습을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첫 걸음을 위한 마중물, 더 큰 힘으로 회귀

서울 강서구치과의사회(회장 권영희·이하 강서구회)는 여성 회장을 2대째 배출한 특별한 구회다. 장묘안 회장에 이어 지난해 권영희 회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2대에 걸쳐 여성 구회장이 선출됐다는 것은 회원들의 지지기반이 그만큼 탄탄했다는 것의 또 다른 방증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다.

 

강서구회 권영희 회장은 “여성 회장이 활동하다 보니 여성 회원들의 참여가 어느 구회보다도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다양성과 능력을 중시하는 강서구회의 문화도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다양한 학교 출신의 회원들이 소속돼 있는 구회의 특성상 여성회원의 회무참여에도 거부반응이 적어 현재는 여성 이사도 3명이 활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성 구회장이 탄생하면서 회원들이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아기자기한 즐거움이 커졌다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파티를 겸해 다양한 이벤트를 선보인 송년회, 가족과 함께 떠나는 당일치기 야유회 등 회원들이 부담없이 더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행사로 변모했다. 작은 변화지만 이러한 세심한 배려는 여성 회원들의 참여를 이끄는 데 주효했고, 여성이 가지는 꼼곰함과 감성적인 부분은 전체 회원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

 

현재 치과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부분의 여치의들도 처음 회무를 시작할 땐 선뜻 수락하기 쉽지 않았다고 회고한다. 가정과 치과를 병행하는 것도 벅찬 데 치과계를 위한 봉사직을 잘 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렵게 시작한 발걸음은 치과계 전체에 새로운 활력이 되고, 후배 여치의들에게는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 “여성 회원의 참여 확대는 단순히 여성 회원의 권리 보장을 위한 것이 아니라 조직의 다양성을 향상시켜 조직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치과계 절반을 차지하는 여치의들에게는 어쩌면 탄탄한 보호막보다는 강제적인 마중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귀 기울일 만하다.

 

한 사람의 쉽지 않은 시작이 열 명, 스무 명의 동지들을 이끌어내고 그것은 결국 전체 치과계의 화합을 이끄는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다양성’을 갖추기 위해서도 치과계는 여치의들이 한발 더 회무에 가까이 올 수 있도록 마중물이 돼주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영희 기자/news001@sda.or.kr
김희수 기자/G@sda.or.kr


 

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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